[헤럴드POP=노윤정 기자] 무대 위에서 스쿨 룩을 입고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며 말을 하는 게 이상해”라고 말하던 소녀들이 어느새 데뷔 10년차 가수가 됐다. 2007년 ‘더 원더 비긴즈(The Wonder Begins)’ 앨범으로 데뷔한 원더걸스는 지난 2월 10일 데뷔 9주년을 맞았다.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그룹에는 소위 ‘7년차 저주’라는 것이 있다. 7~8년차가 되면 멤버들이 재계약을 논의하는 시점이 되고, 그때 팀이 해체되거나 멤버 변화를 맞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제 절반 정도 지난 올해만 해도 멤버가 탈퇴하거나 팀 존속 자체가 어려워진 7~8년차 그룹이 여럿 나왔다. ‘저주’라는 말이 붙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원더걸스는 팬들과 기쁘게 9주년을 자축할 수 있었다. 구성원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원더걸스라는 이름을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지켜냈다. 그 이름 하나 지키는 일이 원더걸스로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트와이스 쯔위가 저랑 열 살 차이가 나요. 저희가 핑클 선배님들을 보고 자라왔던 그 느낌을 이 친구들이 저희한테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 친구들도 미래에 대한 막연함 같은 것도 있을 테고, 저희가 그 길을 잘 가줘야 후배들한테 더 좋은 선택의 길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 그룹이 유지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각자 원하는 것들이 있고, 살고자 하는 삶이 있잖아요. 선예랑 소희 같은 경우가 각자의 길을 선택했고요. 저희는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 번 사는 삶이고, 각자 인생에 타이밍이 있잖아요. 선예는 그때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한 거고, 소희도 연기에 대해 갈증이 있었고요. 저희는 음악으로 하나가 돼 있지만 각자 활동이 필요할 땐 각자 하다가 다시 모일 수 있는 거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여유를 가지면, 해체를 선언하는 그룹들도 있지만 다시 모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젝스키스 선배님들도 다시 모이셨고요”(예은)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었다. 멤버들 모두 음악적으로 욕심이 있고,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기에 팀이 유지될 수 있었다. 또한 서로에 대한 배려도 있었다. 서로 팀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기도 하고, 멤버 각자가 하고 싶어 하는 음악 활동을 응원해주고, 원더걸스 안에서 활동할 때는 다 같이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일단, 개인 활동을 할 여력이 없었어요. 합주가 정말 너무 어려워요. 그게 1~2달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개인 활동을 할 여력이 없었죠. 저희가 ‘아이 필 유(I Feel You)’ 활동 끝나고 바로 합주를 다시 시작했거든요. 1~2년 한다고 정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양심에 더 나아진 실력을 갖고 보여주고 싶으니까요”(선미)

“사실 선미는 회사에서 중간에 솔로 활동을 한 번 하자고 했었는데, 원더걸스 활동에 집중을 하겠다고 안 하더라고요. 의리가 있죠”(예은)

“누구 하나가 ‘나는 이제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면 그룹이 유지되기 힘들지만, 각자 원하는 음악이 다르더라도 음악이 공통분모라서 같이 갈 수 있는 것 같아요”(예은)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음악에 대한 열망과 배려. 이뿐 아니라 팬들이 보내주는 지지와 사랑 역시 원더걸스가 다시 곡을 쓰고 앨범을 내고 무대에 오르게 하는 큰 힘이다.

“저희가 받은 사랑이 정말 크잖아요. 데뷔하자마자 많은 사랑을 받았고, 원더걸스를 기대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아직 계시기 때문에 저희가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많은 분들이 ‘원더걸스 이제 그만 해야 한다’고 하시면 못하겠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원더걸스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오나 기다려주시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고, 저희가 받았던 사랑에 대해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약간의 책임감을 가지고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예은)

말마따나 원더걸스는 데뷔와 함께 큰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텔 미(Tell Me)’, ‘쏘 핫(So Hot)’, ‘노바디(Nobody)’ 등 전 국민에게 사랑받은 히트곡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미국 진출, 멤버 변화 등 인기 부침을 겪었다. 인기 굴곡을 겪어봤기에 새 앨범을 낼 때 느끼는 부담감이 더 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작년에 앨범을 낼 때 정말 부담이 컸어요. 3년 만에 나오는 거였고, 멤버 교체도 있었고, 처음으로 밴드를 하는 거였고요. 그런 여러 가지 요소들 때문에 정말 부담이 많이 됐어요”(유빈)

“컴백 때마다 부담감은 당연히 있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조금 덜해요. 성적으로 잘 되고 싶다는 그런 기대는 별로 안 하는 것 같아요”(선미)

“회사에서 하고 계신데.(웃음) 저희가 이번에는 오래 작업해서 부담이 그만큼 덜어졌어요. 또 욕심을 내던 것들 중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에 대한 판단이 빨라지고 자연스러워졌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차근차근 잘 준비를 하지 않았나 싶어요”(예은)

많지 않은 나이에도 연륜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여유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멤버들 역시 원더걸스와 다른 걸그룹과의 차이점으로 멤버들끼리 함께 쌓아온 시간을 꼽았다.

“저한테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일만 시간의 법칙 있잖아요. 그게 하루에 두 시간동안 하면 십년이 걸린대요. 물론 저희가 두 시간만 한 건 아니지만, 저희가 이제 십년 차잖아요. 십년 차의 묵은지 같은 내공이랄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웃음) 이번에 뮤직비디오, 화보 찍고 작업하면서 넷이 정말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각자의 개성 같은 게 많이 자라나지 않았나, 혼자 찍어도 예쁜데, 또 넷이 놓으면 조화가 된다고 하시더라고요”(예은)

“요즘 친구들은 화보 작업을 하면 어느 누구 한 명이 튀는데, 저희는 아무래도 십년 차다 보니까 그런 게 없나 봐요”(선미)

“저희 때는 ‘88올림픽을 못 봤어?’ 이런 말을 들었는데, 지금은 저희가 ‘너희 한일월드컵을 못 봤어?’ 이렇게 말하게 된 거예요. 그게 너무 재밌어요”(선미)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에게 여유만 생긴 것은 아니었다. 10년 세월은 원더걸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10년차 아이돌로서의 삶과 20대 청춘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멤버들은 자신들을 흔드는 수많은 일들 속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지금의 위치에 서있었다.

“이런 말하면 안 좋아하는데, 유빈 언니가 서른 살에 가까워지고 있잖아요.(웃음) 저랑 일 년 차이인데, 갑자기 확 언니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일 년 차이인데도 ‘나는 다 겪었던 거야’ 이렇게 초연한 느낌이 들어서, 서른 살이 된다는 것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예은)

“저는 나이에,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래도 처음 데뷔 때랑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가 많은 걸 한 번에 생각할 수 있고 꼼꼼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예전엔 한 가지밖에 못 했거든요. 그리고 어떤 일을 겪어도 일단 차분히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그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단단해진 거”(유빈)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저 같은 경우 데뷔하자마자 ‘텔 미’가 너무 잘 돼서 크게 흥행하고, 미국을 가고, 다시 와서 저는 공백기를 가지면서 연습을 많이 하고, 원더걸스가 다시 나오고. 그런 전후 격차가 심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힘들게 일도 하고.(웃음) 또 이번에 곡 작업하면서도 그동안 하지 못 했던 걸 많이 해보니까,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어떤 상황이 와도 예전보다 당황하진 않을 것 같아요”(유빈)

힘든 시간들을 함께 보내왔기 때문일까. 원더걸스에게서는 끈끈함과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우애가 느껴졌다. 앞으로 10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기대하게 하는 단단한 결속력과 친밀감도 있었다. ‘원더걸스로 활동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을 물었던 마지막 질문에도 원더걸스는 멤버들 간에 갖고 있는 정을 드러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다 보니 저절로 그 소망들 모두 이루어지길 함께 바라게 됐다. 부디 오래토록 팬들 곁에서 노래하는 원더걸스가 되길 말이다.

“오랜만에 투어 해보고 싶어요. 2012년 이후로 안 해서 콘서트를 해보고 싶어요”(유빈)

“일로 가는 거 말고 넷이 여행 가보고 싶어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선미)

“넷이 카페를 차리거나, 예전에 이야기한 적 있었는데 원더걸스 이름으로 책 내면 좋겠다고 했었어요. 그때는 미국에 있을 때라 미국 관광 책 내는 걸 이야기했었는데, 그건 지금 못 하겠지만 기회가 와서 책 한 번 내면 오래 남고 좋을 것 같아요”(혜림)

“디너쇼요. 저희가 미국에 갔을 때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Fire)’ 공연에서 오프닝을 한 적이 있어요. 디너 테이블 놓여 있고 그렇게 크지 않은 공연장에서 데뷔 40주년을 기념한 공연이었는데, 부담이 많지 않으면서 즐기는 느낌의 공연이었어요. 저희가 그분들 나이쯤 됐을 때 그런 공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손녀들도 와서 앉아있고요”(예은)

“제가 술을 못 마셔요. 술 마시고 무대를 한 번 해보고 싶은데,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서 그렇게 못 해요. 그런데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디너쇼에서는 마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선미)

☆★☆★‘이번엔 자작곡’ 원더걸스 인터뷰★☆★☆

☞[팝인터뷰]원더걸스의 또다른 도전 #레게팝 #자작곡 타이틀① ☞[팝인터뷰]원더걸스 “밴드 계속 할 거냐고요?”② ☞[팝인터뷰]‘10년차’ 원더걸스, 언제 이렇게 단단해졌을까③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