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 박병은/사진=이지숙 기자
영화 '사냥' 박병은/사진=이지숙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사냥’ 박병은이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제작 빅스톤픽처스)에서 안성기 조진웅 못잖은 존재감으로 엽사 무리를 이끌었던 이가 있다. 바로 배우 박병은이다. 누군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곰곰이 떠올려보면 아마도 생각이 날 것이다. 1,000만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의 약혼남인 일본군 카와구치 장교, ‘극적인 하룻밤’에서 한예리의 구질구질했던 구남친, ‘연애의 온도’에서 김민희의 소개팅남인 민차장이라면 기억이 나려나?

그런 박병은이 ‘사냥’에선 엽사들 무리에서 동근(조진웅)과 기싸움을 펼치며 마지막까지 극을 이끌고 가는 곽종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철저한 준비성과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엽사 1’이 아닌 엽사 곽종필로 ‘사냥’을 빛낸 박병은이 6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나 인터뷰를 갖고 영화 뒷이야기와 함께 연기인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박병은은 “‘사냥’을 보면서 고생했던 것들이 계속 떠올라서 뭔가 마음이 짠했다. 안성기 선배님이 현장에서 젊은 배우들보다 더욱 열심히 했었는데, 그걸 보면서 자극 받았던 것들도 생각났다. 작년 늦가을부터 겨울동안 배우들이 끈끈하게 뭉쳤던 기억이 나서 남달랐다”고 운을 뗐다.

‘암살’에서 카와구치 역으로 강한 존재감을 남긴 박병은은 그 기세를 몰아 영화 ‘사냥’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박병은은 “이우철 감독님과 시나리오 리딩을 했는데 내가 사실 리딩엔 조금 약한 편이다. 현장에서 배역에 맞는 옷도 입고 분장도 한 상태서 상대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는 게 진짜 연기라고 생각해서, 처음 대본 리딩 땐 이우철 감독님이 고개를 갸웃 했다고나 할까?”라고 첫 만남 당시를 떠올렸다.

박병은은 “감독님 반응이 별로라서 일주일 뒤에 다시 보자고 했다. 다시 기회가 됐을 땐 정말 현장에서 연기하듯 리딩을 했다. 그랬더니 캐스팅 됐다”며 “원래 처음 배역은 그냥 ‘엽사1’이었다. 엽사가 1번부터 5번까지 그렇게만 있었는데, 이우철 감독님이 곽종필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정말 감사했다”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오디션 전부터 배역에 대한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한 박병은. ‘암살’ 당시엔 일본군 장교의 양면성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핸드크림을 준비했고, 최동훈 감독도 이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 이에 이번 ‘사냥’을 위해선 어떤 것들을 준비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박병은은 “오히려 ‘사냥’은 아무런 준비를 안 하려고 했다”며 “배우들이 보통은 영화 촬영 전에 다이어트를 하거나 얼굴 살을 빼거나 그런 식으로 준비를 하는데, 이번에 맡은 엽사 곽종필이란 인물 자체는 날것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했다”고 밝혔다.

“촬영 중엔 메이크업을 거의 안했다”는 박병은은 “아예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경우도 많았다. ‘오늘 비가 오네? 그럼 화장 안해야지’ 하는 식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날것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상한 광기를 지닌 사람들 무리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얼굴에 낀 기미 같은 것들에서 나오는 질감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조진웅 한재영 김윤성 등 엽사들 모두 촬영을 하면서 자신들의 미모에는 한치의 관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엽사들 중에서 신경 쓸 만한 정도의 미모를 지닌 사람이 있었냐는 물음에 “아마도 권율?”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박병은이었다.

“영화 촬영 대부분이 지방에서 진행됐다. 촬영이 끝나면 저녁에 할 게 없잖나. 그래서 ‘오늘은 숙소 000호에서 모이자’면 거기로 모여서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숙소 근처에 자주 가던 백숙집이 있었는데 거기 사장님이 나중엔 우리한테 가게 열쇠를 주고 퇴근했다.(웃음) 술 필요하면 꺼내서 먹고 마치면 알아서 문 잠그고 가라고 말이다. 식당에 노래방 기계가 있는 작은 방이 있었는데 한번은 같이 모여서 백숙을 먹다가 뭐에 이끌렸는지 혼자 그 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그랬더니 조진웅이 지나가다가 어디서 노랫소리가 들린다면서 방에 들어와서는 노래를 같이 불렀고, 그러다 다같이 합창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인터뷰 내내 유독 백숙을 먹었던 이야기를 자주 꺼냈던 박병은. 이에 ‘사냥’ 팀은 매일 백숙만 먹은 것이냐고 묻자 “김윤성이 나중엔 나한테 그러더라. ‘그만 좀 하이소 백숙! 백숙에 미쳤습니까?’라고 말이다”고 웃으며 “‘사냥’ 촬영은 매일같이 뛰어야 하지 않나.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백숙을 자주 먹었다. 백숙을 먹으면 왠지 심리상 다음날 더 잘 뛰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기력을 보충해주는 음식이라 내겐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내가 원래 백숙을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고 답하는 박병은이었다.

박병은은 현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사냥’ 촬영 당시엔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했다. “혼자 차를 끌고 촬영장에 다녔다”는 박병은은 “제작부에서 어머니 번호를 물어봤다. 매니저도 없는데, 내가 혹시라도 연락이 안 되거나 그러면 연락할 곳이 없으니 말이다. 비상연락망에 어머니 연락처를 적어 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행인 것은 ‘사냥’에선 의상을 따로 공들여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박병은은 “지금껏 영화를 찍으면서 의상을 한 벌만 입고 나온 건 처음이었다”며 “의상팀에서 똑같은 옷을 세벌 준비해줘서 다행히 냄새는 안 났다. 하하. 자주 빨아서 말리느라 의상팀이 고생했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병은은 “보통 촬영을 하러 들어가면 열흘, 보름 정도는 촬영장 근처 숙소에서 지냈다. 거기서 배우, 스태프들과 지냈기 때문에 힘들진 않았다”며 “다만 촬영을 했던 산이 비포장도로로 15분 정도를 차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덕분에 자동차가 많이 다쳤다. 수리비만 한 80만원 나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듯 엽사들과 함께 동고동락 하면서 의지가 많이 됐다는 박병은은 “정말 모두가 다 좋았다. 조진웅은 물론이고 한재영 김윤성 차순배 등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았나. 다들 나이도 비슷하고 또래라서 그냥 있기만 해도 좋았다. 오랜만에 남자끼리 살 부딪히고 땀 냄새 나도록 뛰고 비도 맞고 그러는데 정말 좋더라. 그리고나서 백숙에 술 한잔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이어 “남자들끼리 뭉쳐 있으니 전우애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김윤성 한재영도 이번에 ‘사냥’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정말 친해졌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떴는데 휴대폰을 보니 새벽 2시 반쯤에 김윤성한테 전화가 와있더라. 그 시간에 뭘 했냐고 물어보니까 한재영이랑 둘이 술을 마셨는데 내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했다. ‘형님 사랑합니다’ 이러는데 대낮에 남자끼리 그런 전화를 하니까 영 기분이 좋지 않더라. 하하. 그래서 저녁에 셋이 만나서 술한잔 하기로 했다. 평양냉면을 먹을까 생각 중이다”고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박병은이었다.

한편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동근(조진웅)과 엽사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안성기)의 목숨을 건 16시간의 추격을 그린다. 박병은을 비롯해 안성기 조진웅 한예리 권율 손현주 등이 출연한다. 지난달 29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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