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박병은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전했다.
배우 박병은이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제작 빅스톤픽처스)으로 주연배우로 우뚝 서기 위해 예열을 마쳤다. 차기작 '원라인'에선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아 임시완과 호흡을 맞춘다. 충무로 대세 자리를 미리 찜해놓은 박병은이 있기까지는 철저한 준비와 그에 따른 노력이 있었다.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동근(조진웅)과 엽사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안성기)의 목숨을 건 16시간의 추격을 그린다. 박병은을 비롯해 안성기 조진웅 한예리 권율 손현주 등이 출연한다.
최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가진 박병은은 "영화 후반부 폭포신의 경의 얕은 물이었고, 그게 다 얼어 있었다. 계곡물이 얼어 있는 걸 타이트쇼트로 몇 개 찍었어야 하지 않나 아쉽다"며 "춘천의 얼음골이란 곳인데 거기 주변 분들이 여긴 여름에도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더라.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들어가지 말라고 써있었는데, 그런 곳에서 며칠 동안 촬영을 했다"고 힘들었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영화 클라이맥스인 동근과 기성의 대결이 펼쳐지는 폭포가 있는 계곡. 박병은은 그곳에서 얼음물에 몸을 담그고 며칠을 죽은 듯 연기해야 했다. 박병은은 "내가 직접 하겠다고 자청했다. 그날 유독 조진웅의 파이팅이 좋았고, 안성기 선배님의 열정이 대단했다. 그게 날 얼음골로 들어가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나도 파이팅이 생겨서 직접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우철 감독님이 더미가 있으니 안 들어가도 된다고 했는데 내가 우겼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진짜 물이 차갑더라. 컷 하고 연기를 마치면 스태프들이 뜨거운 물을 가져다 부어주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병은은 "그래도 나중엔 요령이 생겼다. 사실 물에 떠 있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몸도 덜덜 떨리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구명조끼를 안에 입고 자연스럽게 물에 떠있는 걸로 말이다. 그래서 견딜 수 있었다"며 "촬영 후에 안성기 선배님을 모시고 배우들과 함께 가시오가피와 갖가지 보신 재료를 넣은 토종닭 백숙에 친한 형님이 직접 담가 뒷마당에 묻어 뒀던 돌배주를 꺼내서 마셨다. 추운 몸에 따듯한 백숙과 술이 들어오니 기분 좋게 퇴근할 수 있었다. 안성기 선배님도 원래 술을 잘 안 드시는데, 그날은 즐겁게 한두잔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후배들에게 현장에서의 강철체력 안성기는 그야말로 존경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고. 더구나 늘 먼저 준비하고 힘든 일도 마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배들도 꾀를 부릴 수 없었다는 증언. 박병은은 "안성기 선배님은 늘 그렇다. 항상 먼저 준비를 완료하고 완벽한 상태서 촬영에 임했다. 그만큼 '사냥'에 대단한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 산속 추격신 같은 경우도 조진웅은 토가 넘어올 것 같다고 하고 있고, 한재영은 헛구역질을 하고, 나도 목까지 차올라서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였는데 안성기 선배님은 아무렇지 않게 '한번 더!'라고 하더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내리막길을 뛰는 게 정말 위험하다. 전속력으로 뛰다 보니까 돌부리나 나무뿌리에 발이 걸리는 순간 크게 다치게 된다. 그래서 다들 뛸 때 조심하자면서 주의했다. 반면 오르막길을 뛰어 오를 땐 다들 별말 없었다. 힘들어서 말을 할 틈도 없었다. 그렇게 촬영을 하고 풀샷을 봤는데 안성기 선배님이 쭉쭉 치고 나가는데 뒤에 쫓아가는 젊은 엽사들이 바짝 붙어야 긴장감이 유발되는데 못 쫓아가서 그 장면을 다시 찍기도 했다. 안성기 선배님이 평소에 체력이 잘 단련돼 있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하체 같은 경우는 육상선수처럼 흔히 말하는 말근육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멋있었다." 지난 2002년 영화 '색즉시공'으로 데뷔한 박병은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수많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대학교 후배인 하정우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먼저 이름을 알릴 때, 박병은은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힘든 배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배우를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다"는 박병은은 "포기하려는 다른 배우들을 보면 '왜 그러지?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왜 벌써?'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설득도 하곤 했다. 난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도 연극영화과 출신인데, 계속해서 연기를 해오면서 연기 말고 다른 걸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그냥 배우가 내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잘 된 사람들을 보면서 조급한 마음이 들거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느냐고 묻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잘 된 배우들보다 잘 안 된 배우가 더 많다. 지금도 친구 중엔 배우 꿈을 꾸면서 아침에 일찍 나와 프로필을 돌리고, 나한테 전화해서 이런 저런 작품 정보를 묻거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울컥 한다. 나도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그들과 똑같았으니까. 물론 지금의 나도 어디서 좋은 작품 오디션이 있다고 하면 준비해서 찾아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된 친구들만 보면서 조급해하기 보다는 그냥 다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아가는구나 싶다. 나도 열심히 하다보면 자리를 잡겠지 하고 말이다. 잘 된 사람과 날 비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저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다."
특히 박병은은 "이름을 알리진 못했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가 정말 많다. 그들을 항상 응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조금 더 잘돼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함께 가고 싶다. 지금 실타래가 조금 안 풀린 것뿐이니까. 혼자 움직이는 배우들이 정말 많은데 사실 그건 한계가 있다. 오디션을 봐도 너무나 많은 배우가 지원하지 않냐"며 "나 또한 지금 이렇게 영화에 출연할 수 있고, 배우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걸 천운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충무로에 없어선 안 될 배우가 된 박병은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도 "마음에 든다"며 "내가 오랫동안 배우로 버틸 수 있었던 건 내가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스스로 '박병은, 넌 분명 여러 가지 얼굴을 갖고 있어'라고 되뇐다. 얍삽하고 찌질하고 악랄한 면도 있지만, 반면에 편안하고 젠틀한 그런 역할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내 안에 다양한 모습이 분명 있다. 지금까지 다른 생각 안 하고 연기만 생각하고 포기하겠단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 것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병은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이에 박병은은 "연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며 "내가 내뱉는 말과 대사가 이해가 안가고 나와 맞지 않아도 배우란 건 자기최면을 통해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솔직하게 대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솔직하게 임하고 연기했을 땐 늘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반대로 나 스스로 내가 맡은 역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의심하고 불신을 갖고 시작하면 나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짓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모든 캐릭터에 100% 동조하고 동의할 순 없다. 본인이 살아온 환경과 지니고 있는 가치관 그리고 자아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 또한 그 순간에는 좋다고 생각하고, 거짓 없는 솔직한 감정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진심으로 연기하는 그런 배우 말이다"고 힘주어 말하는 박병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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