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종효 기자]WWE 출신 프로레슬러들이 집단으로 WWE를 고소했다. WWE 측은 소송이 기각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유명한 ‘수퍼플라이’ 지미 스누카를 포함한 WWE 출신 프로레슬러들이 WWE를 상대로 WWE가 뇌 손상 질환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소인들은 WWE가 자신들의 선수생활 동안 CTE(만성 외상성 뇌증)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 조치가 거의 없었으며 이런 뇌 손상 질환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선수 경력이 종료된 뒤엔 건강 보험이나 의료적 지원 절차를 중단했다고도 주장했다.
전해진 내용에 따르면 고소인 규모는 최소 50명이며 대부분 현역을 은퇴한 WWE 출신 프로레슬러들이다.
고소인 중엔 ‘수퍼플라이’ 지미 스누카, 킹 콩 번디, ‘리전 오브 둠’(=‘로드 워리어즈’)으로 잘 알려진 태그팀의 일원 ‘로드 워리어’ 애니멀(조셉 로리나이티스)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이외에도 폴 온돌프, 차보 게레로 주니어, 브라이언 클라크(=애덤 밤), 아메드 존슨, 카말라, 사부, ‘데몰리션’ 액스, 스매쉬, 버저커, 셰인 더글라스, 무하마드 하산, 헨리 갓윈, 마크 진드랙, 마티 재너티, 하이든라히, 원 맨 갱(=아킴) 등 유명 레슬러는 물론 심판으로 잘 알려진 데이브 헤브너, 얼 헤브너 등도 포함돼 있다. 고소인 중 한 명은 “WWE는 선수들이 위험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CTE 등 뇌 손상 질환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경고를 하거나 치료를 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스포츠 법률 전문가는 “은퇴한 프로레슬러들은 의료적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은퇴한 미식축구 선수들이나 하키 선수들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이들은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일회성으로만 소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WWE는 이번 소송이 기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WWE는 성명을 통해 이런 류의 소송은 과거에도 제기됐으며 당시 법원은 해당 변호사가 거짓된 주장을 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이번 소송을 제기한 법률대리인이 당시와 같은 변호사로, 결과 역시 똑같이 기각 판결이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프로레슬링은 잘 알려져 있듯 승패가 정해져 있는 장르다. WWE는 각본은 물론 경기 진행의 세세한 부분을 치밀하게 스크립트화해 기술 등을 미리 구상한다. 이 중 상대 선수의 머리를 매트에 내리꽂는 ‘파일드라이버’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WWE가 허가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프로레슬링 팬들에게 있어서 CTE는 고(故) 크리스 벤와가 겪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질환이다. 지속적인 뇌 손상으로 인해 뇌가 퇴행됐다는 것이 크리스 벤와 사망 후 알려졌다. CTE로 인해 기억력 감퇴나 치매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때로는 고 크리스 벤와의 일가족 살인 후 자살 사건처럼 충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크리스 벤와 역시 사망 후 부검 결과, 뇌 손상이 지속적으로 있어 80대의 뇌 수준으로 퇴행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거 하버드 출신 프로레슬러로 활약했던 크리스 노윈스키는 뇌진탕으로 인해 프로레슬링을 은퇴한 뒤 ‘스포츠 레거시’라는 재단을 설립해 스포츠 선수들의 뇌 손상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크리스 노윈스키는 크리스 벤와가 선수 생활 당시 탑 로프 위에서 점프해 매트에 누워 있는 상대를 머리로 들이받는 ‘다이빙 헤드벗’ 외에도 철제 의자를 아무런 방어 없이 뒤통수에 얻어맞는 등 뇌에 위험한 액션을 많이 한 것이 뇌에 영향을 줘 그의 이상행동으로 나타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스트’라는 링네임으로 잘 알려진 앤드류 마틴 역시 안타깝게 요절했다. 사인은 옥시코돈 과다복용이었으로 알려졌으나 사망 후 부검 결과에서 CTE 문제 역시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 집단 소송에 참여한 지미 스누카도 뇌 손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미 스누카는 32년 전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았다. 지미 스누카는 지난 1983년 한 모텔에서 여자친구인 낸시 아르젠티노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낸시 아르젠티노는 불과 23세의 어린 나이에 사망 후 부검 결과 뇌 부상으로 사인이 밝혀졌지만 전신에서 무려 39곳의 자상 및 멍 자국 등이 발견돼 사망 전 폭행 의혹이 일었다.
당시 지미 스누카는 낸시 아르젠티노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증거 불충분과 알리바이 성립 등으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이 사건은 32년간 미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은 지미 스누카가 낸시 아르젠티노 사망 후 형사들에겐 낸시 아르젠티노가 고속도로 갓길에서 넘어졌다고 증언했지만 취조 전 만났던 경찰관과 최소 4명의 병원 관계자들에겐 자신이 낸시 아르젠티노를 밀친 뒤 머리를 다친 것 같다고 말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건은 원점에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지미 스누카는 여전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현지 수사 기관은 이번에도 지미 스누카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미 스누카 측 변호사인 윌리엄 무어는 최근 앨런타운 모닝 콜과의 인터뷰에서 "지미 스누카는 머리 부상 및 뇌진탕에서 비롯된 치매를 앓고 있으며 휠체어와 급식 튜브에 의지한 채 생활하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WWE는 선수들이 뇌 손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머리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파일드라이버’ 등의 기술 사용을 금지시켰다. 또 철제 의자를 이용시 상대의 머리에 직접 가격하지 않고 등을 가격하거나 혹은 손으로 막은 상태에서 가격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소송은 과거 있었던 미국 미식축구리그(NFL)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의 협회를 상대로 한 뇌 손상 관련 소송과 연계돼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미국 항소법원은 NFL 은퇴 선수들 약 5,000명이 NFL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NFL 사무국이 원고 측에 총 10억 달러(약 1조1,371억원)를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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