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인터뷰

영화 잡지 기자→평론가→부국제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 거쳐

“경쟁 부문 신설은 영화 산업의 ‘소명’”

“소풍 온 느낌 ‘오픈 시네마’서 꼭 만끽하길”

“OTT, 무조건 외면할 필요 없어”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박찬욱·봉준호·메기 강·마르코 벨로키오·션 베이커·배우 밀라 요보비치·줄리엣 비노쉬·허광한 등. 내로라하는 세계 영화인들이 다음 주 부산에 총출동한다. 이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이다.

올해 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의 화려한 라인업은 게스트뿐만이 아니다. 굵직한 작품들도 대거 준비돼 있다. 개막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것에 이어 지난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받은 <그저 사고였을 뿐>도 공개된다. 이외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최고상)을 받은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를 비롯한 유수의 작품들이 관객에게 공개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황금 라인업에 일각에서는 “부국제 올해가 마지막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 그렇다면 실제 영화제 입장은 어떨까. 헤럴드POP이 올해 처음 집행위원장 자리에 오른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부국제 30회에 맡게 된 집행위원장, 바빴지만…경쟁 부문 신설은 영화 산업의 ‘소명’”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지난 2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자리는 공석이었다. 지난해 영화제도 집행위원장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진행됐다. 그러던 중, 부산국제영화제 제30회라는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선임된 정한적 집행위원장은 그 누구보다 바빴을 터. 그는 과거 영화 잡지 기자와 평론가로 일하다 지난 2019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바 있다.

이에 정 집행위원장은 “숫자는 무시할 수가 없는 것 같다”며 “30회라는 해에, 그것도 영화제 시작 전 겨우 5개월여를 앞두고 집행위원장직을 맡았던 터라 ‘초현실적으로’ 바빴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한 편으로는 흥미진진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자리가 아닌 집행위원장의 ‘일’이 하고 싶어 자리를 맡았다는 그다. 정 집행위원장은 “(임기 시작 후) 일을 후회 없이 열심히 했고, 공개된 것처럼 이미 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영화제 기간 중 ‘운영을 잘하는 일’이 남았다고 생각해 지금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고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정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경쟁 부문’ 도입에서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정 집행위원장은 경쟁 부문 도입이 곧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은 온전히 아시아영화를 주요한 대상으로 하는데, 여기에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전역의 좋은 영화들의 가치를 전문가에게 그리고 대중에게 알리겠다는 우리의 소명과 태도가 배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번 경쟁부문에는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부산 어워드’를 시상한다.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초청작에는 장률의 신작 <루오무의 황혼>,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 비간의 <광야시대>, 미야케 쇼의 <여행과 나날>, 션 베이커가 프로듀서를 맡고 쩌우스칭이 연출한 <왼손잡이 소녀>, 서기의 연출 데뷔작 <소녀>, 임선애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나가타 고토 연출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하산 나제르의 <허락되지 않은>, 이저벨 칼란다의 <또 다른 탄생>, 이제한의 <다른 이름으로>, 시가야 다이스케의 데뷔작 <고양이를 놓아줘>, 한창록의 <충충충>, 유재인의 <지우러 가는 길> 등이 포함됐다.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경쟁부문초청작.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정 집행위원장은 이미 경쟁 부문 도입으로 해당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 중 시가야 다이스케의 <고양이를 놓아줘>,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 등이 부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에 힘입어 배급사를 찾게 됐는데, 이는 영화제 초청 소식이 영화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경쟁 부문 성과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관객친화적 영화제가 목표…소풍 온 느낌 ‘오픈 시네마’서 꼭 만끽하길”

[커뮤니티비프 홈페이지]
[커뮤니티비프 홈페이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친화적 영화제’라는 운영 기조를 내세웠다.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광수 이사장은 30회를 맞이한 만큼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영화제가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하겠다”며 관객을 고려한 친근한 영화제가 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도 ‘모두가 즐기는 영화제’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객 편의를 넓히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며 “보고 싶은 작품을 좀 더 많이 보실 수 있도록 상영관을 확장했고,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해 그들이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매표소를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을 위해 탁아 돌봄 서비스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제로서는 이 모든 것이 전부 추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뜻을 밝혔다.

실제로 열흘간 부산에 방문한 이들이 더 많은 영화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CGV 센텀시티 IMAX관, 동서대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등 다수 상영관이 추가됐다.

관객을 중시하는 점은 프로그램에도 반영됐다. 국내외 명사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영화를 추천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까르뜨 블랑슈’가 대표적인데, 해당 프로그램에는 강동원, 봉준호, 메기 강, 은희경, 손석희가 출연한다.

정 집행위원장은 “이 프로그램을 밝히자, 저희 스태프 중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영화제를 특별한 사람들만 가는 곳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런 대중적인 프로그램이 그런 오해를 해소시켜 줄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흐뭇했다”고 일화를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유튜브 캡처.]
[부산국제영화제 유튜브 캡처.]
[부산국제영화제 유튜브 캡처.]
[부산국제영화제 유튜브 캡처.]

그런 의미에서 정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찾는 사람들에게 ‘오픈 시네마’ 경험을 꼭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 시네마는 영화제 기간 중 매일 밤 야외 상영관에서 열리는 상영”으로 “다른 일반 극장들에 비해 좌석이 많아 티켓 구입도 비교적 용이하고 야외에서의 관람이라는 차별성도 있어서 가족 단위로 오셔서 영화를 보셔도 좋다”고 말하며 “꼭 소풍 와서 영화 보는 기분이 드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작품들도 특별한 영화 애호가들을 위한 작품이 아닌,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작품들로 선정했다고. 그중에서도 올해 정 집행위원장의 추천은 네 편이다.

아르코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아르코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정 집행위원장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감성을 모두 지녔고,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고 불리는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예쁘고 우아한 프랑스 애니메이션 <아르코>, 일본의 동명 애니매이션을 실사로 리메이크한 <초속 5센티미터> 배우도 오픈 시네마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가족 간의 애증을 소박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오빠를 들고 갈 수 있는 사이즈로>와 전설적인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 그녀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영화 중 한 편인 <퐁네프의 연인들>과 줄리엣 비노쉬가 그날 밤 관객들을 만나러 온다”고 설레는 마음을 담아 예고했다.

“OTT 공존, 외면보다 동시대 현상과 흐름 반영한 선택”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관객 친화적인 영화뿐 아니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꾸려진 온스크린 섹션도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 심지어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행사도 열린다.

하지만 극장용 영화가 과거 대비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화 산업의 쇠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지도 오래다. 심지어 영화 관객보다 OTT 콘텐츠 소비자 또는 시청자가 많아지는 요즘, 영화제에서 OTT 작품을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뜨거운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의 온스크린 섹션은 오히려 OTT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이에 정 집행위원장은 “(OTT를) 무조건적으로 외면해야 할 필요도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영화제는 어떠한 콘텐츠로든 대중에게 긍정적인 극장 경험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그는 “OTT라고 불리는 스트리밍 플랫폼 문화는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한국 영화 문화 안에서 일상화됐다”며 “여전히 예민한 긴장과 주의 깊은 판단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습니다만, 외면보다 영화 문화의 동시대적인 현상과 흐름을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영화제는 그날의 경험으로 관객들이 다시금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OTT을 외면하는 게 아닌, 긴장된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7일 개막…“매해를 마지막인 것처럼 운영”

[동네방네비프 홈페이지]
[동네방네비프 홈페이지]

지난 3월,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첫 업무를 시작한 그는 이제 가장 큰 산을 눈앞에 뒀다. 오랜 시간 공들여 온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17일 드디어 출범하기 때문이다.

정 집행위원장은 “지난 8월 26일에 영화제 작품 및 게스트 라인업을 공식 발표하고 난 뒤 ‘올해가 부산국제영화제 마지막이냐, 내년에는 안 할 거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올해가 그렇게 최선을 다한 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는 매해를 이렇게 마지막인 것처럼 영화제를 운영할 생각”이라며 “올해가 그런 ‘마지막 같은 해들’의 ‘첫 해’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64개국 241편(월드 프리미어 90편)의 공식 초청작을 상영하며 영화로운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al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