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유스, 백번의 추억, 고백의 역사 등 첫사랑 물 쏟아져
기대 대비 부진한 성적→흥행 영광은 타임루프 설정 ‘폭군의 셰프’로
“오늘날 콘텐츠 화법과 다른 단조로운 전개 영향도”
“자극적인 콘텐츠 범람으로 좋은 콘텐츠 놓쳐 안타까워”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첫사랑.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일렁이는 마법 같은 이 단어의 효력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걸까?
휴먼, 액션, 의학 등 다양한 소재가 물밀듯이 밀려온 올해 드라마 시장에서 유달리 많이 보였던 소재는 다름 아닌 ‘첫사랑’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는 말처럼 로맨스 장르에서 첫사랑은 보다 많은 시청자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소재기 때문.
올해 첫사랑 키워드를 앞세워 공개한 콘텐츠만 해도 여러 개다. tvN 드라마 <첫, 사랑을 위하여>, <견우와 선녀>, <미지의 서울>부터 JTBC 드라마 <착한 사나이>, <마이 유스>, <백번의 추억>,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까지. 와중에 11월 KBS2 드라마 <마지막 썸머>가 첫사랑 레이스의 마지막 주자로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클래식도 한 철인지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인 무기인 ‘첫사랑’을 담은 이야기가 오늘날 대중에겐 크게 와닿지 않은 모양새다. 야심 차게 ‘첫사랑’을 외치며 출범한 드라마들의 성적은 꽤 엇갈리기도 했다.
특히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을 선택하며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에 초점을 둔 <미지의 서울>은 8.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드라마들의 시청률은 3%대 크게 밑돌거나 웃돌아도 소폭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첫사랑’ 비중이 큰 로맨스 드라마들의 부진이 컸는데, 드라마 <마이 유스>가 대표적이다. <마이 유스>는 남들보다 늦게 평범한 삶을 시작한 선우해(송중기 분)와 뜻하지 않게 첫사랑의 평온을 깨뜨려야 하는 성제연(천우희 분)의 감성 로맨스 드라마다.
지난달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드라마 <마이 유스>는 첫 회 시청률 2.9%(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시작으로 2회 2.8%, 3회 2.2% 4회 2.4% 등 예상과는 다른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다 결국 지난달 26일 방송분은 1.5%까지 떨어져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첫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경우, 타임루프와 같은 특별한 극적 장치나 설정이 없다면 남녀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이야기 전개 과정이 단조로울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며 <마이 유스>의 부진 이유를 짚었다.
그는 이어 “<마이 유스>는 선우해(송중기)와 성제연(천우희)이 선우해의 질병을 매개로 드라마틱한 상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는 특별한 사건의 부각보다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경향이 강한 OTT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심심한 드라마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이 유스>는 ‘첫사랑’을 매개로 선우해와 성제연의 서사를 구축하는 방식에 집중해서 시청한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라 자극적인 숏츠의 범람으로 인해 좋은 작품을 놓치는 꼴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도 말했다.
결국 숏폼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길들여진 요즘 시청자들에게 인물의 내면 심리와 느린 호흡, 익숙한 소재들은 오히려 달라진 매체 환경에서 좋은 콘텐츠임에도 빛을 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거다. 앞서 언급한 올해 첫사랑 소재 드라마들에 해당하는 전개 방식이기도 하다.
와중에 올해 로맨스 장르 중 가장 큰 흥행을 거둔 건 첫사랑 못지않게 익숙한 설정인 ‘타임루프’ 컨셉을 활용한 <폭군의 셰프>다. 해당 드라마는 순간 최고 20%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윤석진 교수는 <폭군의 셰프> 성공 원인을 ‘사건’ 중심의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라는 장르적 요인에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타임루프’ 설정의 개연성보다, 조선시대로 타임루프한 대한민국 셰프가 조선에서 볼 수 없는 요리로 생존을 도모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되, 잘 알려진 역사 기록의 일부를 극적으로 비틀어 호기심을 자극한 점도 흥행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첫사랑’ 소재의 ‘로맨스’ 장르가 남녀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집중하면서 극적 상황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면, ‘로맨스’ 소재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남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윤 교수는 “요즘 시청자들은 ‘심리’ 보다 ‘상황’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자극적인 숏츠로 감정을 소비하게 만드는 매체 환경으로 인한 변화로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한편 현재 방영 중인 첫사랑 소재 드라마는 <백번의 추억>이다. 1980년대, 100번 버스 안내양 영례와 종희의 빛나는 우정, 그리고 두 친구의 운명적 남자 재필을 둘러싼 애틋한 첫사랑을 그린 뉴트로 청춘 멜로 드라마 <백번의 추억>은 처음이라 더 세차게 설렜고, 서툴러서 더 애틋했던 첫사랑 등 시대를 막론한 청춘 서사를 그린다.
<백번의 추억>은 극이 전개되면서 첫사랑보다 고영례(김다미)와 서종희(신예은)의 자매애에 가까운 우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첫사랑’을 후경화해 드라마틱한 상황을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 상황에 급변주가 이뤄지며 3.3%로 시작한 시청률은 지난달 5.7%를 기록, 상승세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전환점을 돌아 후반부에 들어선 <백번의 추억>과 <마이유스>. 과연 이 두 작품은 로맨스 필승전략인 ‘첫사랑’의 현 위치에서 보다 많은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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