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방식 규제로 탈바꿈… 정부, 연내 방송법 개정 나서
“방송사, 디지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비대칭 규제 받아와”
결국 콘텐츠 경쟁력과 운영 전략이 승부수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며 OTT 시장이 활개를 치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독주에 이어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으로 새로운 거대 토종 OTT가 출격을 예고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
방송사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광고 수익이다. 방송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광고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 따라 줄고 있는 방송 광고 시장 대비 규제는 변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
이에 정부가 규제 개선을 제안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나섰다. 플랫폼 중심으로 콘텐츠 대세가 바뀌고 있는 현시점이기에 이번 논의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해묵은 지상파 광고 규제, 개선으로 활기 찾나…“시청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지난 16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열고 지상파 광고 규제 개선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상파 방송광고와 관련해 현재 법령상 허용되는 것을 제외한 다른 방식의 광고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에서, 허용되지 않는 방식의 광고만 특정하고 그 외에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 규제로 개선하기 위해 연내 방송법 개정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온 데는 OTT 대비 방송법의 제약이 많다는 의견에서다. 현행 방송법은 지상파의 경우 프로그램 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 중간광고, 가상광고, 간접광고 등 7종만 허용하고 이 밖에 다른 유형의 광고는 불허하고 있다.
이에 제한이 없는 유튜브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비해 광고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던 것. 실제 지상파 방송사 광고 매출액은 2002년 약 2조 7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8000억원으로 70% 하락했다. 그 사이 실제로 시청자들은 OTT로 대거 이동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OTT 주요 현황과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 2024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21년 69.5%→2022년 72%→2024년 77%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방송 업계를 분석하며 지상파 부진의 원인을 ‘광고’로 짚기도 했는데,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SBS의 별도 예상 광고는 –16% 내외로 부진한 업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넷플릭스향 해외 판매가 시작됐지만 분기 별도 광고 매출이 500억원 내외에서는 가파른 이익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2024년 수준인 평균 600억원 내외로만 나와도 분기 연결 영업이익 200억원까지 가능할 것인데, 당분간 이를 기대할 근거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어두운 방송사 전망이었기에 뜻밖의 광고 규제 개선 소식은 SBS에 호재로 작용했다.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 이야기 나온 당일 한동안 하락세던 SBS 주가는 6% 크게 뛸 정도였다. 한 주간 주가 역시 2.29% 오르며 간만에 빨간불이었다.
김활빈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네거티브 규제체계로의 전환과 함께 광고 수익 확대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유튜브, OTT 등 디지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비대칭 규제를 받는 지상파 방송사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출범 당시 ‘무광고’로 차별화를 꾀했던 OTT 플랫폼들도 최근 들어 하나둘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며 정작 시청자는 광고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있다. 방송 사업자가 아닌 시청자 입장에서는 시청에 방해받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이 사안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7월 ‘다시 지상파 광고: 효과의 재발견과 개선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규제 개선 역시 시청자 편의를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짚은 바 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박성순 배재대 교수는 “지나친 광고 때문에 기분이 나쁘면 시청자(이용자)가 안 볼 것이기에 지상파도 신중하게 생각해서 광고를 넣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뺨쳐야 하는데” 새 활로 찾아 나선 방송사
이 모든 논의에 앞서 거대 OTT와의 경쟁에서 결국 방송사의 가장 중요한 승부수는 ‘질 높은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그 자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에서 OTT 오리지널 콘텐츠 대비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는 오늘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파 부진은 비단 광고만의 문제라 할 수 없다. 이에 채널의 주 연령층 및 정체성에 맞는 작품을 선보이거나 텐트폴 작품으로 힘을 주는 등 각자의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OTT의 등장 등으로 시청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시청률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대형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경우 작품의 규모를 키워서 TV와 OTT에 동시방영하는 형태 및 오리지널 컨텐츠를 공급하는 형태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며 새 활로를 진단했다.
실제로 SBS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며 콘텐츠를 투 트랙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tvN은 티빙을 유통 채널로 확보하고 있다. 다수의 방송 채널은 웨이브를 통해 송출되고 그 외 디즈니+, 쿠팡플레이 등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유통 채널의 전략적 이용뿐 아니라 방송사 콘텐츠의 경쟁력을 살릴 방법에 대한 진단도 나온다. 김활빈 교수는 “정통 미디어 중에서 특히 지상파 방송사는 다른 미디어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지상파 방송은 ‘공공성’이 가장 큰 차별점으로 인식되고 있고, 방송사 역시 공공성을 바탕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며 “방송사는 시청자가 그들에게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공성이 고려될 수 있는 분야의 콘텐츠에 대한 기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보도와 시사해설, 스포츠, 재난보도, 미디어 교육이나 리터러시, 지역적 이슈 등을 다루는 콘텐츠는 OTT 보다 기존의 방송사들이 더 잘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드라마나 영화, 예능 등은 OTT의 물량 공세에 맞서서 경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기존의 기획과 제작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유형과 장르에 대한 기획을 시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콘텐츠 범람의 시대다. OTT의 영향력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입지가 휘청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돌파구는 ‘본질’에 있다. 시청자들이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유통 채널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그리하여 현 시청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젊은 세대 시청자들의 새로운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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