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보다 ‘존속’을 택한 장수 예능
세대 교체기 맞은 장수 예능의 변화는?
변화의 ‘형태’보다 ‘지속’이 중요
[헤럴드POP=김나율기자]“장수 예능의 본연의 장점은 유지하되, 변화한 방송 환경과 시청자의 시청 성향을 잘 융합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합니다.”(정선희 PD,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장수 예능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리뉴얼을 선언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MBC ‘복면가왕’은 시즌제 전환을 결정하며 내년 하반기까지 재정비에 들어간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 역시 23년 만에 휴지기를 선언하며 새로운 포맷을 예고했다. 지상파 예능이 격변하는 콘텐츠 시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택한 셈이다.
예능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며, ‘리뉴얼’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OTT 예능과 숏폼 콘텐츠가 시청자를 장악하면서 익숙함을 무기로 버텨온 장수 예능 포맷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장수 예능의 리뉴얼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방송가의 존속 전략이다.
그러나 리뉴얼의 결과가 반드시 ‘부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서 수차례 변화를 시도한 장수 예능들 가운데에는, 오히려 정체성을 잃고 시청자와의 거리만 벌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리뉴얼은 생존의 문제‥익숙함 속 변화를 찾아야
장수 예능의 리뉴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복면가왕’은 지난 2015년 첫 방송한 이후 10년째 이어지며, K-콘텐츠로서 해외 포맷 수출까지 성공한 예능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청률은 3~4%대로 하락했고, 가왕의 정체 공개 장면조차 과거만큼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이에 제작진은 시즌제로의 전환을 통해 보다 흥미로운 경연 방식과 다양한 출연자들의 고퀄리티 무대를 예고하며 내부 변화를 시도한다.
비슷한 시기,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도 리뉴얼을 선언했다. 2002년부터 이어온 ‘재연 드라마 중심’ 구성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한 AI 특집 코너 등을 시도하며 방향을 전환했던 ‘서프라이즈’는 내년 초 새로운 포맷으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형식 변화가 아닌, 새로운 세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에 맞춘 구조 조정이다.
‘서프라이즈’ 정선희 PD는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이 점점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며 “SNS와 기사에서 프로그램 언급이 줄어들며 화제성이 약화된다고 판단될 때, 리뉴얼을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리뉴얼의 배경에는 ‘시청률 하락’보다 ‘화제성의 퇴색’이라는 신호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패한 리뉴얼의 교훈…‘보던 사람만 보는 프로그램’의 함정
장수 예능의 리뉴얼은 언제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KBS2 ‘1박 2일’은 시즌 전환 때마다 제작진·출연진을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시청률 반등에는 실패했다. MBN ‘속풀이쇼 동치미’는 13년 만에 MC를 교체하며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SBS ‘세상에 이런일이’도 마찬가지로 ‘와!진짜? 세상에 이런일이’로 프로그램명을 교체하며 새 포맷을 시도했으나 고정 시청층 외에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
결국 기존 시청자들조차 “이 프로그램이 왜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탈했고, ‘보던 사람만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리뉴얼의 본질이 ‘포맷 변화’에만 집중될 때 문제가 생긴다. ‘바꿔야 하지만, 너무 바꾸면 안 된다’는 모순이 있다.
방송가는 포맷을 유지하며 신선함을 주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프로그램의 본질적 매력, 즉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한 리뉴얼은 시청자들에게 ‘다른 프로그램’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정선희 PD 역시 이에 대해 “장수 예능이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프로그램만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본연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달라진 시청 트렌드와 환경을 얼마나 잘 융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세대 교체기에 놓인 예능, 장수 전략은
예능의 리뉴얼은 단순히 형식 변화가 아닌, 세대 교체의 신호탄이다. 단순히 포맷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방송사 전체의 세대 교체 흐름과 맞물려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장수 예능의 IP를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시청층에는 낯선 익숙함을, 오래된 시청자에게는 안정적인 친숙함을 동시에 전달해야 한다.
OTT의 부상으로 예능 소비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방송사로서는 하나의 브랜드를 가능한 한 길게 이어가는 것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시청률만으로 존폐를 판단하던 과거와 달리, IP 확장과 디지털 전환이 리뉴얼의 새 기준이 되고 있다.
이는 장수 예능을 하나의 자산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이며, 어쩌면 방송가의 위기이자 가능성이다. 정선희 PD는 “리뉴얼은 단순히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장수 예능은 새로운 세대와 함께하기 위해, 지금도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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