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원작IP 유무 아닌 제작·투자 라이센스 의미
원작 IP, 탄탄한 팬층·검증된 스토리는 장점
다양해진 플랫폼·빨라진 콘텐츠 소비 패턴에 IP 활용만 늘어나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이 드라마 원작이 뭐지?”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고 나면 시청자들은 ‘원작’을 찾는다. 검색창에 드라마 제목을 치면 ‘000 원작’이 뒤따라 붙는 연관 검색어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요즘 시청자들의 ‘원작 찾기’는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오리지널’ 시리즈의 등장으로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시청자들이 OTT 작품에 갖는 퀄리티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높다. 그도 그럴 것이 OTT와 협업을 한 PD들은 늘상 제작발표회에서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등의 소감을 전하며 OTT 제작 환경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기 때문.
그렇다 보니 기존 방송 문법과 다른 포맷과 스토리, 나아가 탄탄한 제작진까지 OTT가 지닌 ‘새로운’ 경쟁력에 시청자들은 저절로 OTT 작품을 향한 믿음이 생겼다. 여기에 ‘오리지널’까지 붙으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흥미를 갖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검색하게 되면 ‘오리지널’이라 한들 원작이 있는 작품들도 여럿이다. 엄밀히 말하면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기존 IP(지적재산권)의 유무가 아닌, 제작과 투자에서의 오리지널리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X>의 경우 동명의 웹툰이 있음에도 티빙에서 전적으로 투자와 제작을 맡아 ‘오리지널’로 명명한다. 티빙이 투자하고 제작한, 즉 티빙이 모든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걸 가르켜 ‘오리지널’이라고 칭하는 이유에서다.
넷플릭스는 현재 오리지널을 붙이지 않고 있다. 다만 넷플릭스에서 제작하고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드라마에 한 해 ‘넷플릭스 시리즈’로 구분하고 있다.
탄탄한 팬층·검증된 스토리→대세가 된 웹툰 IP
그러나 제작, 투자 관점에서의 오리지널과 별개로 최근 오리지널 IP를 발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중 원작이 있는 IP는 ▷중증외상센터(웹툰) ▷악연(웹툰) ▷약한영웅 (웹툰) ▷탄금(소설) ▷광장(웹툰) ▷당신이죽였다(일본 소설) ▷계시록(웹툰)이다.
원작 없이 넷플릭스에서 첫 공개된 창작 IP는 ▷애마 ▷멜로무비 ▷폭싹 속았수다 ▷오징어게임 ▷트리거 ▷은중과 상연 ▷다이루어질지니 ▷자백의대가로 수가 비슷하다.
또 다른 OTT 티빙의 경우 원작이 있는 IP는 ▷스터디그룹(웹툰) ▷춘화연애담(웹소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소설) ▷샤크(웹툰) ▷친애하는X(웹툰)이며, 원작 없이 티빙에서 첫 공개된 오리지널 창작 IP는 ▷러닝메이트 ▷원경(tvN 동시방영)이다.
이처럼 세상에 처음 나온 이야기는 물론, 기존에 있던 이야기를 영상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들까지 다양한 형태의 OTT 작품들이 올해도 시청자들을 찾았지만 IP를 활용한 작품 수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눈에 띄는 현상은 대부분이 ‘웹툰’ 기반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에 보장된 팬층과 스토리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는“웹툰과 웹소설은 검증된 원작들로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흥행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며 “웹툰은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호응받는 스토리의 원천이라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동명의 웹툰 <친애하는X>를 영상화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티빙 또한 웹툰IP의 영상화가 시청자의 콘텐츠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고 봤다.
티빙 관계자는 헤럴드뮤즈에 “웹툰은 이미 팬덤이 형성돼 있고, 탄탄한 스토리를 지녔기 때문에 (웹툰을) 영상화하면 이용자들이 더 생생하게 보게 된다”며 “이로써 팬들은 콘텐츠에 대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윤석진 교수는 실사화로 인한 폭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윤 교수는 “웹툰은 기본적으로 그림이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덜한데, 영상으로 옮겨오는 순간 허구라는 전제가 있어도 사실적인 묘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웹툰에서 자주 사용되는 폭력 소재는 영상으로 폭력성이 더욱 강렬하게 남아 폭력에 대한 감각을 둔감시키는 문제의 부작용도 생각해 볼 지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야기장은 많지만 기다릴 시간은 없다” 더 좁아진 신진작가 등용문
TV를 통해 방송사의 드라마를 보던 시절은 이제 먼 과거의 일이다.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형태의 드라마를 소비할 수 있는 OTT 시대인 지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창구는 늘었으나 시청자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전제작은 물론 마케팅까지 포함한 제작 과정을 생각하면 드라마 하나가 탄생되는 데 여러 해가 소요되지만, 플랫폼의 다양화로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가 더할 나위 없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천IP를 발굴하기보다, 흥행이 보장된 이야깃거리를 활용하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윤석진 교수는 “현 시스템이야말로 노희경, 박지은, 김은숙 등 유명한 스타 작가가 나올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옛날에는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극본 공모전도 많아서 이를 통해 등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 주기적으로 하는 방송사는 tvN ‘오펜’ 외에 잘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펜은 CJ ENM이 지난 2017년부터 tvN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오펜(O’PEN)’ 스토리텔러 공모전 당선작을 방송하며, 신인 작가 등용문 역할을 해온 프로그램으로 출범 이후 지금까지 257명의 작가와 103명의 작곡가를 배출했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편성, 비즈매칭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며, 창작자와 산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오펜은 신하은 작가(오펜 1기)의 <갯마을 차차차>, 박바라 작가(오펜 3기)의 <슈룹>, 임창세(오펜 2기)·황설헌(오펜 5기)의 <형사록1,2> 등 흥행작을 배출하며 다수의 창작자들을 산업의 주역으로 만들었다.
윤 교수는 “과거 1980~90년대까지는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이후 만화로 바꼈다가 현재는 각색이라기보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이름을 붙여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한 플랫폼의 특색에 맞게 변형해 송출하는 게 대세가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작가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신진 작가 육성 환경이 필요한 때”라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IP 활용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IP가 있는 작품의 경우 기존 팬층이 있어 원작 팬들을 미리 타겟할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원작팬들을 만족시키기 굉장히 어렵다”며 비판이 더 거셀 수 있는 양날의 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지금이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할 시간과 틈의 부족에 진짜 오리지널이 줄어드는 역설의 OTT 시대는 아닐지 생각해 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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