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흥행에 노 젓는 ‘냉부해’

출연자·편집·세계관까지 공유된 요리 예능 IP

세계관 확장, 콘텐츠 피로도 경계해야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캡처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캡처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세계관이 공유되면 시청자들은 설명 없이도 바로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의 흥행 이후, 요리 예능의 흐름이 달라졌다. 출연자와 서사, 세계관을 공유하며 서로의 흥행을 견인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이하 ‘냉부해’)가 있다.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이 연이어 ‘냉부해’에 등장하고, 제작진도 ‘흑백요리사’ 식 연출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두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제는 하나의 예능 세계관을 키워가는 흐름에 가깝다. 예능이 콘텐츠 IP를 활용하고 확장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흑백요리사’의 다음 무대가 된 ‘냉부해’

사진=넷플릭스, 임성근 유튜브 채널 캡처
사진=넷플릭스, 임성근 유튜브 채널 캡처

‘흑백요리사’는 셰프들의 실력과 서사를 극대화한 예능이었다. 제한된 시간, 극단적인 조건, 승패가 명확한 구조 속에서 셰프들은 소비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손종원, 샘킴, 나폴리맛피아, 요리하는 돌아이 등은 단숨에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이후 이들이 선택한 무대가 ‘냉부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냉부해’는 경쟁보다는 캐릭터와 관계, 즉흥성이 중심이 되는 예능이다. ‘흑백요리사’에서 완벽에 가까웠던 셰프들이 김풍이라는 변수 앞에서 흔들리고, 인간적인 허점을 드러내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전혀 다른 재미를 준다.

이는 단순한 출연자 재활용이 아니다. ‘흑백요리사’가 만들어낸 기대치와 서사를 전제로, ‘냉부해’는 그 이후의 얼굴을 소비하는 구조를 만든다. 한 프로그램에서 형성된 이미지를 다른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이어받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시청자 반응이다. ‘냉부해’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는 “‘흑백요리사’에 나왔던 다른 셰프도 보고 싶다”, “백수저 임성근도 ‘냉부해’에 나오면 좋겠다”는 식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이는 개별 프로그램이 아닌, 세계관 단위로 예능을 소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편집·로고까지 공유된 세계관, 제작진도 의도했다

사진=JTBC
사진=JTBC

‘냉부해’는 이번 시즌에서 변화를 숨기지 않는다. ‘흑백요리사2’ 흥행에 대놓고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메시지를 드러내며 로고를 바꾸는가 하면, 일부 회차에서는 “‘흑백요리사’ 편집 따라 해 봤습니다”라는 식의 자기 언급도 등장했다.

이는 단순한 유행 따라 하기가 아니다. 이미 시청자가 ‘흑백요리사’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전제로, 설명을 줄이고 재미를 바로 당겨오는 전략이다.

예능 제작 환경이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리스크를 낮추는 선택이기도 하다. 완전히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는 대신, 검증된 세계관 안에서 변주를 주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능은 새 판을 짜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재미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확장하느냐도 중요하다. 이러한 경우, 제작진 입장에서도 흥행 부담을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관 통합, 모든 확장이 성공은 아니다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캡처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캡처

‘흑백요리사’와 ‘냉부해’의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이러한 IP 공유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흑백요리사’의 강점이었던 서바이벌의 긴장감과 캐릭터 서사가 ‘냉부해’라는 포맷 안에서 반복 소비될 경우, 신선함을 잃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방식이 반복되면 캐릭터 소모가 빠를 수 있다”며 “같은 인물이 다른 프로그램에 나와도 새로운 역할이나 관계가 없으면, 시청자는 금방 피로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나오느냐보다, 이 프로그램에서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건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