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사건 이후 1년‥MBC 기상 시스템 재편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대신 정규직 기상 전문가 투입
전문성 강화 호평 속 남은 과제‥기상캐스터 직군의 미래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내일 비 오나요?”라는 질문에 이제 MBC는 ‘데이터’로 답하기 시작했다.
예보의 정석이라 불리던 기상캐스터의 자리에 ‘기상분석관’이 등판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출연진 교체 그 이상을 의미한다. 유례없는 폭설과 폭염, 종잡을 수 없는 게릴라성 호우가 일상이 된 이른바 ‘극한 기후’의 시대,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비가 온다”는 사실 보도를 넘어 “대체 왜 이렇게 오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분석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청자들은 이제 예쁜 미소보다 날카로운 분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날씨 코너의 공식을 과감히 파괴하며, ‘전달하는 얼굴’에서 ‘해석하는 뇌’로 그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故 오요안나 사건 그후‥바뀐 MBC 기상 시스템 안착할까
MBC ‘뉴스데스크’에 등장한 기상분석관은 기상 전문가 윤태구다. 그는 호주 모나쉬대학교 대기과학과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공군 기상장교로 복무한 이력을 지닌 전문가로, 최근 MBC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랜서 중심이던 기존 기상캐스터 구조와 달리 정규직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한 방식은 방송가에서도 이례적인 시도다. 시청자 반응도 눈에 띈다. 온라인에서는 “설명이 깔끔하다”, “전문가가 말하니 신뢰가 간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순한 포맷 개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MBC가 겪은 한 사건 이후 방송사 내부에서 이어진 구조 변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MBC의 기상 시스템 변화는 지난해 기상캐스터였던 故 오요안나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요안나는 방송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기상캐스터였다. 그러나 고인이 사망한 이후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담긴 유서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유서에는 일부 선배 기상캐스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MBC는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고, 유족과의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특히 프리랜서 형태로 운영돼 온 기상캐스터 직군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MBC는 기상 인력 운영 방식과 뉴스 날씨 코너 포맷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인력 교체가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이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MBC가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전문가 중심 체제로 전환한 것은 기상 정보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후위기와 극한 기상이 잦아져 기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하면서도 “다만, 이번 변화가 방송사 내부 노동 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기존 프리랜서 중심 구조에서 발생했던 권력 관계와 조직 문화 문제가 충분히 개선됐는지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상캐스터 직군의 고용 구조와 노동 환경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상냥한 얼굴’에서 ‘분석에 능한 전문가’로‥기상분석관 체제 등장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등장한 것이 ‘기상분석관’ 체제다.
최근 뉴스데스크 날씨 코너에는 기상 전문가 윤태구가 출연해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날씨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 기상캐스터가 준비된 예보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과 달리 기상 현상을 분석해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방송가에서는 이를 두고 날씨 코너의 역할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뉴스 말미에 짧게 전달되는 생활 정보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기후 변화와 이상 기후 등 복잡한 기상 현상을 설명하는 정보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폭염,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늘어나면서 날씨 정보에 대한 전문성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청자의 정보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 예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분석적으로 기상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전문성과 시청자 친화적인 설명 방식 사이에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밀려난 기상캐스터들은 어디로 가나
다만 이번 변화는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전문가 중심 체제가 확대될 경우 기존 기상캐스터 직군의 역할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국내 방송사 기상캐스터는 대부분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해 왔다. 정규직 기자나 아나운서와 달리 안정적인 고용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기상캐스터 직군은 방송사 내에서 여성 중심 직군으로 형성돼 온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 아래 기존 직군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기상분석관 도입이 곧바로 기상캐스터 직군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방송 뉴스의 날씨 코너가 단순 전달에서 분석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군의 역할 역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 역시 “향후에는 기상캐스터 역시 단순 전달자를 넘어 기상 지식과 해설 능력을 함께 갖춘 형태로 직무가 진화할 수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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