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 / 이지숙 기자
배우 차승원 / 이지숙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은 언제나 사실 왜곡 의혹에 시달린다. 예술적 허용인가 아니면 역사 왜곡으로 봐야 하는가.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관객에게 묻는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시 삼청동 모처에서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서비스)에 출연한 배우 차승원(46)의 홍보 인터뷰가 진행됐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린다. 차승원이 고산자 김정호 역, 유준상이 흥선대원군 역, 김인권이 조각장이 바우 역, 남지현이 김정호의 딸 순실 역을 연기한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 차승원에게도 실존 인물, 그것도 위인으로 칭송받는 김정호를 그린다는 건 부담이었다. 그는 네 번째 사극임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특히나 김정호는 참고할 기록이라고는 A4용지 한 장 분량이 전부였다.

"지금도 끝나고 나니 역사적 인물을 다시 안 하고 싶다. 너무 힘들다. (웃음) 바로 전작이 MBC '화정'의 광해군이었다. 그 배역은 자료가 많다. 근데 그건 그대로 고충이 있더라. '이걸 벗어나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반면 김정호의 경우 그가 남긴 지도나 지리지, 혹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뿐이었다."

김정호에 대한 부족한 사전 정보. 하지만 차승원에게는 오히려 홀가분한 부분이었다. 상상할 여지가 많은 배역이기 때문. 그는 김정호를 위인이 아닌 지도에 미친 한 사람으로 접근했다.

차승원은 "이 정도로 지도를 만드는데 몰두하는 사람이 과연 일상생활이 온전했을까 싶더라.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사료가 많은 인물들보다는 편했다. 한편으로는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역사의식이 없는 영화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스틸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스틸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역사에 가미된 상상력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극 중 대원군(유준상)과 김정호가 만난다는 설정 역시 그렇다. 두 사람의 조우는 기록된 바 없는 사실이지만, 드라마적으로는 가능했다.

"당시 양반들 사이에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유행처럼 번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실학자들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최고 권력자였던 흥선대원군이 김정호 정도의 실학자이자 예술가를 한 번쯤은 만나보지 않았을까란 추측이다. 물론 역사적 근거는 없다."

이런 부담감에도 차승원이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차별화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그가 그린 김정호는 엄숙한 위인이 아니다.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자연인이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다른 영화다. 김정호의 헐렁한 부분도 드러난다. 인간 김정호를 놓고 봤을 때, 틈이 많은 사람이라 선택을 했다. 그런 게 없었다면 거북스러웠을 거다. 가족관계나 주변에 포진한 인물들의 구성이 정말 좋았다. '이 정도면 뒤에 몰아치는 감정을 완화해줄 수 있겠구나' 싶더라."

차승원은 "무엇에 취해있고 미쳐있는 사람이 꼭 그러란 법은 없다"라면서도 "일상 생활은 굉장히 헐렁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도를 만들 때는 좌우 돌아보지 않지만,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을까"라며, 나름의 전사를 가지고 캐릭터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배우 차승원 / 이지숙 기자
배우 차승원 / 이지숙 기자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오는 9월 7일 개봉한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