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톱걸그룹 조회 수 넘었다‥직캠과 숏폼이 만든 열풍

유치한데 중독된다‥과잉 콘셉트의 귀환

K팝이 흡수한 ‘비주류’ J팝 코드

‘Mnet K-POP’ 유튜브 썸네일 캡처
‘Mnet K-POP’ 유튜브 썸네일 캡처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귀여운 걸그룹을 향한 소비 욕구나 시장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최근 일본 걸그룹 큐티 스트리트(이하 ‘큐스토’)의 내한 이후 반응은 단순한 SNS 바이럴 성공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히트곡 ‘귀엽기만 하면 안 되나요?(かわいいだけじゃだめですか?)’를 부르는 큐스토의 음악방송 무대, 개인 직캠, 릴레이댄스 등 다양한 콘텐츠들의 합산 조회 수가 1천만 뷰를 가뿐히 넘었다. 국내 4세대 톱 걸그룹 컴백 시기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정식 팬덤 기반이 약한 해외 그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기존 K팝 소비 구조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반응의 포인트다.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나 최신 사운드가 아닌, ‘마법소녀’ 또는 일본 애니메이션 콘셉트와 과장된 귀여움, 그리고 서툰 한국어 라이브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기존 K팝 문법에서 비주류로 취급되던 요소들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소비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인기 걸그룹보다 많이 본 직캠‥국내 생산 콘텐츠가 일본 팬까지 역유입

‘엠카운트다운’ 무대 캡처
‘엠카운트다운’ 무대 캡처

큐스토의 인기 현상을 단순히 ‘특이한 콘셉트’로 치부하기 어렵다. 큐스토는 과장됐지만 귀여운 의상과 안무, 그리고 한국어로 개사한 가사를 어눌한 발음으로 최선을 다해 라이브 하는 모습이 오히려 강력한 무기가 됐다. 즉, ‘과잉된 귀여움’이 국내 팬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인스타그램 릴스와 틱톡에서의 확산은 단순 조회 수를 넘어 하나의 ‘밈’이 됐다. 특정 표정, 안무, 그리고 “큐스토, 한국에 입성”이라고 외치며 극강의 귀여움을 어필하는 모습이 짧은 단위로 잘려 반복됐다. 이용자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재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이게 뭐지?”라는 낯섦이 “계속 보게 된다”는 중독성으로 전환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흐름이 한국에서 시작하여 일본으로 거슬러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직캠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시장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플랫폼에 업로드된 콘텐츠가 일본 팬들에게 ‘새로운 감상 방식’으로 작동했고, 이는 글로벌 동시 소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단순한 내한 이벤트가 아니라, 플랫폼 구조 자체가 만들어낸 열풍이라고 볼 수 있다.

“유치한데 왜 자꾸 보게 되지?”‥여성 팬덤 움직임

‘M2’ 유튜브 영상, 댓글 캡처
‘M2’ 유튜브 영상, 댓글 캡처

큐스토를 둘러싼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일각에서는 “너무 유아적이고 부담스럽다”며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그래서 더 신선하다”는 호응이 동시에 존재한다. K팝에서 한때 비주류로 치부됐던 오타쿠 감성이 ‘과함’보다는 ‘신선함’으로 소비되고 있다.

현재 K팝은 고도화된 퍼포먼스와 세계관, 메시지를 중심으로 경쟁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완벽함’은 일종의 피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큐스토의 경우, 완성도보다는 과장된 콘셉트와 날것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여성 팬층의 반응이다. 전통적으로 ‘오타쿠 감성’은 남성 중심 서브컬처로 인식돼왔지만, 최근에는 10·20대 여성층에서도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단순 취향 변화라기보다, 콘텐츠를 ‘캐릭터’와 ‘밈’ 단위로 소비하는 방식이 보편화된 결과다. 귀여움은 더 이상 숨겨야 할 취향이 아니라, 공유하고 확산하는 놀이 요소가 됐다.

이 흐름은 이미 K팝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가수 최예나가 애니메이션풍 콘셉트와 2세대 걸그룹식 키치함을 결합한 음악으로 솔로 콘셉트를 구축한 사례는, 이러한 감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큐스토는 이를 한층 더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며 대중 반응을 끌어낸 셈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국내 젊은층 사이에서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요즘은 거부감이 약화돼 일본 문화를 가까이 하려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가수는 점점 팝가수처럼 변했고, 국내에서는 귀여운 걸그룹이 더는 공급 안 됐다. 국내에서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일본 가수의 귀여운 모습으로 충족됐다. 큐스토가 한국 시장에 특히 공들여 어필하게 된 점도 크다”고 했다.

K팝이 받아들인 J팝 코드, 일시적 유행일까

큐티 스트리트 챌린지한 아이돌들/왼쪽부터 레드벨벳, 아일릿, 최예나 SNS 캡처
큐티 스트리트 챌린지한 아이돌들/왼쪽부터 레드벨벳, 아일릿, 최예나 SNS 캡처

다만 이 현상이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반응은 분명 강력하지만, 동시에 “왜 인기인지 모르겠다”, “너무 유아적이다”는 거부감도 적지 않다. 이는 과잉된 콘셉트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밈 기반 콘텐츠는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소모 속도도 빠르다. 특정 포인트가 반복 소비되며 재미를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피로도 역시 빠르게 누적된다. 챌린지와 숏폼 중심 소비 구조에서는 ‘신선함’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그 유효 기간은 길지 않다.

결국 관건은 이 감성을 어떻게 확장하느냐다. 단순한 ‘유치함’의 반복에 머문다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음악과 퍼포먼스, 서사로 재해석할 수 있다면 K팝의 새로운 하위 코드로 자리 잡을 여지도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은 우리나라 바로 옆나라로, 일본 문화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이나 단절이 이어지긴 어려웠다. 우리나라와 문화 교류를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상태다. 일본에서 정치적으로 또는 혐한 목소리가 나오면 국내에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얼어붙는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일본 문화의 저력이 크다. 정치적인 요소로 인한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문화 교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이야기했다.

큐스토 현상은 단순한 해외 그룹의 성공 사례가 아니다. K팝이 밀어냈던 감성이 다른 경로를 통해 돌아와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한 청신호다. 하지만 초고속 재내한을 결정한 큐스토의 판단을 대중이 어떻게 다시 읽고 흡수하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