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전용이던 유료 소통, 일반인까지 확장

‘가까움’을 산다‥유료 소통의 심리

관계가 상품이 된 시대, 그 적정선은

사진제공=디어 유 버블
사진제공=디어 유 버블

[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스타와 가까워지는 느낌에 유료 소통을 하게 되죠.”

유료 팬 소통 플랫폼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그간 ‘연예인’이라는 견고한 성벽 안에서만 허용되던 이 서비스는, 최근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4’ 출연자 박현지의 입점을 기점으로 그 경계가 허물어졌다.

작품 활동 이력보다 방송 출연을 통해 형성된 팬덤을 기반으로 팬 개인이 체감하는 ‘정서적 거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제 시장의 핵심 동력은 아티스트의 범접 불가능한 아우라가 아닌, ‘가까움’이라는 가치를 상품화하는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즉, 방송과 SNS를 통해 형성된 팬덤을 통해, 별다른 작품 경력 없이도 곧바로 수익 모델로 이어지는 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아이돌의 전유물은 끝났다‥일반인 인플루언서가 흔드는 ‘소통 권력’

현지, 디어 유 버블 채널 캡처
현지, 디어 유 버블 채널 캡처

박현지의 사례는 유료 소통 플랫폼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구조가, 이제는 방송 출연을 계기로 팬덤을 확보한 일반인까지 확장됐다.

한편 최근 연애·리얼리티 예능은 일반인을 단순 출연자가 아닌 ‘스타’로 만들어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 방송 이후 SNS를 통해 팬층이 형성되고, 이 팬덤은 곧바로 광고, 콘텐츠,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콘텐츠 소비 관계가 점차 개인적 관계로까지 확장되며 ‘소통’ 자체가 상품이 됐다.

이제 연예인과 일반인 인플루언서의 구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팬덤이 존재하고, 그 팬덤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 셈이다.

공짜 DM 두고 왜 ‘유료 구독’ 할까? 돈으로 사는 ‘우선순위’

‘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SNS 메시지 또는 라이브 방송 채팅 등 무료로 스타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기에, 표면적으로는 유료 소통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일정 비용을 지불하며 대화하는 이유는 메시지의 내용이 아닌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무래도 기존에 있었던 통로로 소통하는 건 군중의 또 한 명처럼 느껴진다. 이는 스타와 간접적으로 만나는 듯한 느낌인데, 유료 소통시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유료 소통 서비스의 매커니즘은 일종의 ‘착시’라고도 볼 수 있다. 다수에게 발송되는 메시지를 개인에게 온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이다. 이용자는 이를 통해 “나만 연결돼 있다”고 느낀다. 즉, 관계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한 소비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통은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메시지를 보내느냐가 곧 경쟁력이 된다. 일례로, 킥플립 계훈 등 일부 아티스트는 적극적인 소통으로 팬덤을 빠르게 확장시키기도 하지만, 소통이 부족할 경우 유료 서비스라는 특성상 팬들의 더 큰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까워질수록 부담도‥관계 상품화의 역설

임윤아 공식 유튜브 캡처
임윤아 공식 유튜브 캡처

문제는 팬덤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기대치는 높아지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실망 역시 커진다는 점이다. 무료 소통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던 부분도, 유료 환경에서는 철저하게 개인에게 돌아오는 ‘서비스의 질’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스타’들의 입장에서도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메시지에 대한 지속적인 반응은 일종의 감정 노동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배우 등 기존에 팬 소통 빈도가 낮았던 직군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타 입장에서는 소통하는 것 자체가 큰 일이고 휴식을 취할 수 없어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 소통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점이 생기지만, 현실적으로 과하지 않은 소통은 팬들에 대한 팬서비스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팬들은 적정 가격으로 스타와 대화할 수 있다면 만족감을 가질 수 있지만, 너무 과하게 몰입하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관계의 상품화가 연예계의 높은 벽을 넘어 일반인의 영역으로 침투할 때, 그 명과 암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은 ‘친밀함’이라는 환상을 시장에 자신있게 내놓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감정적 부채와 피로는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누군가 플랫폼을 통한 소통에서 위로나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통해 명확한 상업적 이득을 챙긴다. 정교하게 설계된 이 ‘개인적’ 대화 속에서, 누군가와의 가까움은 이제 마음의 영역을 넘어 지불 능력에 따라 산정되는 정량적 가치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