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아이오아이 나란히 재결합 발표

신인 그룹 성공 어려워진 K팝 시장..검증된 IP의 가치 커져

“프로젝트 그룹, 오디션 단계부터 IP 수명 연장 방법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

아이오아이, 워너원/사진=헤럴드뮤즈 DB
아이오아이, 워너원/사진=헤럴드뮤즈 DB

[헤럴드뮤즈=박서현 기자]“과거 ‘워너블(팬덤명)이 모이면 워너원도 모인다’ 말처럼 다시 함께하게 됐어요. 워너원은 이제 시작입니다.”

9년 전 처음 팬들과 마주했던 상암동에서 워너원이 다시 “워너블”을 외쳤다.

엠넷 플러스의 새 리얼리티 ‘워너원고 : 백투베이스’ 무대에 오른 이들은 그 시절을 연상케 하는 교복 의상을 입고 팬들 앞에 섰다. 궂은 날씨도 무색하게 만든 뜨거운 함성과 응원봉 물결은 팬들과 함께 시간을 되돌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익숙한 차량, 당시 함께했던 워너원 전담 매니저와 경호원까지 그대로 소환된 현장은 7년 전 ‘제로베이스’의 향수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2017년, ‘국민 프로듀서’의 손에서 탄생해 신드롬급 화제를 모았던 이들인 만큼, 대중은 다시 뭉친 멤버들의 모습에서 찬란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꺼내 들었다.

비화부터 자체 계약서까지... 기획사가 아닌 ‘멤버’가 스스로 움직였다

워너원/사진=Mnet Plus
워너원/사진=Mnet Plus

이렇게 10년 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워너원과 아이오아이가 각 7년, 9년만 재결합을 알렸다.

워너원은 현재 엠넷플러스 ‘워너원고 : 백투베이스’를 통해 팬들을 만나고 있으며, OST ‘WE WANNA GO’를 공개했다. 이는 2022년 1월 27일 스페셜곡 ‘B-Side’ 이후 약 4년만 공개된 정식 음원으로, 여전한 음색 합을 보여줬다.

아이오아이는 오는 19일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오아이 : 루프(I.O.I : LOOP)’를 발매하고, 29~3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데뷔 10주년 콘서트를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를 개최한다.

두 팀의 재결합은 멤버들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워너원 김재환은 최근 헤럴드뮤즈와의 인터뷰에서 단체 대화방을 통해 재결합 이야기가 먼저 나왔고, 관계자들을 직접 찾아가 실현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입대한 강다니엘과 고향에서 감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라이관린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번 리얼리티를 통해 진심으로 응원을 전해 여전한 우정을 증명했다. 특히 연예계 은퇴를 택한 라이관린의 팔에 새겨진 워너원 데뷔일 ‘8월7일’ 문신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아이오아이/사진=스윙 엔터 제공
아이오아이/사진=스윙 엔터 제공

아이오아이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재결합을 시도했으나, 스케줄 및 여러 이해 관계상 문제로 인해 번번이 좌절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전 스케줄로 참여하지 못하게 된 강미나 외 자발적인 노력으로 재결합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전소미는 최근 방송에서 멤버들이 ‘연습 스케줄이 잡히면 개인 일정보다 팀 활동을 우선시한다’는 내용의 자체 계약서를 직접 작성해 제작사를 찾아갔던 비화를 언급했다. 이처럼 두 팀 멤버들의 의지가 재결합으로 이어지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소환할 수 있게 됐다.

팬들의 ‘기다림’이 ‘기획’으로.. 팬덤이 소환한 완전체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1,2 포스터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1,2 포스터

워너원, 아이오아이의 재결합은 불가능으로 점쳐졌었다. 이 두 팀을 만든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투표 조작 의혹에 휘말렸고, 해당 논란으로 안준영 PD, 김용범 CP가 실형을 확정 받았기 때문. 이 사건은 당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2019년 8월 데뷔했던 엑스원은 결국 5개월 남짓도 활동하지 못한 채 해체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두 팀의 재결합이 성사된 배경에는 정상의 자리에서 활동을 마무리했던 ‘시한부 그룹’ 특유의 서사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 팬들의 향수,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멤버들의 상황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활동 종료 직후에는 각자 솔로 가수, 배우 등 개인 활동 기반을 다지느라 현실적으로 스케줄 조율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어느 정도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게 되면서 재결합을 논의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특히 박지훈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르며 ‘단종앓이’ 열풍을 이끄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처럼 좋은 타이밍에 멤버들이 다시 뭉치게 되면서, 개인 활동을 통해 확보한 화제성과 팬덤이 재결합 시너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잠시 흩어져도 각자도생, 뭉치면 ‘메가 IP’... 프로젝트 그룹의 유효기간이 사라졌다

케플러, 제로베이스원/사진=헤럴드뮤즈 DB
케플러, 제로베이스원/사진=헤럴드뮤즈 DB

워너원은 1년 6개월의 활동 기간 동안 앨범 5장으로 35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약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당시 엑소, 방탄소년단과 함께 ‘엑방원’으로 불리며 3세대 대표 보이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오아이 역시 9개월간 ‘드림걸스’, ‘너무너무너무’, ‘소나기’ 등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짧은 활동 기간에도 이례적인 성과를 남긴 두 팀은 재결합 이후에도 높은 화제성을 이어가며 여전한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신인 그룹의 성공 난도가 높아진 현재 K팝 시장에서 이미 팬덤과 인지도가 검증된 IP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프로젝트 그룹 재평가와 함께 K팝 시장 구조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엔터 업계 관계자는 헤럴드뮤즈에 “최근 K팝 시장은 음반 판매를 넘어 공연, MD, 팝업스토어, OTT 콘텐츠 등 수익 구조가 다변화된 ‘IP 장수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과거에는 새 팀을 계속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미 팬덤과 서사가 구축된 IP를 얼마나 오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인 아이돌 한 팀을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투입되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라며 “그런 면에서 워너원과 아이오아이처럼 이미 팬덤과 화제성이 검증된 팀은 재가동 자체만으로도 높은 반응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아홉/사진=윤병찬 기자
아홉/사진=윤병찬 기자

이 같은 흐름 속 프로젝트 그룹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계약 종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았다면, 최근에는 활동 연장이나 시즌제 운영, 장기 IP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실제로 케플러와 제로베이스원은 계약 종료 후 해체가 아닌 멤버 재편과 함께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정했고, 통상적으로 2년 안팎의 활동 기간을 갖는 기존 프로젝트 그룹과 달리 ‘아이랜드’로 탄생한 엔하이픈과 이즈나는 각각 소속사와 7년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정식 그룹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SBS ‘유니버스 리그’를 통해 결성된 아홉(AHOF) 역시 4년 계약 이후 장기 계약 전환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프로젝트 그룹의 종료는 ‘해체’보다 하나의 시즌 종료 개념에 가깝다”며 “오디션 단계부터 IP 수명 연장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