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제가 허문오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나. ‘누구보다 허문오의 편에 서자. 내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자’라고 끊임없이 다잡았죠”
열패감에 휩싸인 캐릭터 허문오. 이를 연기한 최민식은 그의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 이렇게 마음먹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맨 끝줄 소년> 인터뷰에서 헤럴드뮤즈와 만난 최민식은 ‘허문오’에 이입하며 “한 인간의 민낯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 분)가 강의실 맨 끝줄 소년 ‘이강’(최현욱 분)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다.
열등감과 패배감. 이 두 감정은 최민식이 연기한 허문오를 지배한다. 허문오는 20년 전 출간한 단 한 편의 소설 이후 새로운 글을 쓰지 못하는 실패한 작가로, 신경질적이고 퉁명스럽기로 유명한 국문학과 교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 속 자신의 강의 ‘맨 끝줄’에 앉은 한 소년, 이강이 제출한 과제에 이끌린 나머지 그에게 개인 문학 수업을 제안하고, ‘이강’의 글에 점점 더 집착하게 되며 예측불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때 최민식의 지나치리만큼 치졸하고도 비루한 모습은 가히 기가 막히다.
뛰어난 연기력에 되레 시청자들 사이에서 묘한 불쾌감이 든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이에 최민식은 “꺼내어보고 싶지 않은, 들추고 싶지 않은 걸 들춰내 까발려 버리는 듯한 작품인지라 시청자들은 ‘허문오’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민낯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고 저도 그랬다”면서 “오히려 잘 만든 연극 한 편을 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신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콤플렉스 덩어리 ‘허문오’였다. 최민식은 “객관적으로 캐릭터를 보려고 최대한 애썼다”면서 “보다 보니 쉽지 않은 캐릭터더라. 허문오라는 사람이 굉장히 구질구질하게 느껴졌고, 그러다 한 편으로 측은지심이 들었다. 연민이랄까. 너무 모지리 같아서 허문오라는 인간이 만약 제 주변에 있다면 술 한잔 사주면서 ‘잠깐 이리 와봐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라고 추궁하고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후 최민식은 눈앞에 허문오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데다가 심지어 교수 아닌가. 소위 말해 지식인인데, 저렇게 망가지나? 싶어서 연민의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면서도 “자연인 최민식으로 봤을 때는 절대 할 수 없는 생각을 하지만 이 캐릭터를 표현할 땐 제가 허문오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나. 그러니 ‘누구보다 허문오의 편에 서자. 내 행위가 정당하다 생각하자’라고 생각했다”고 노력한 지점을 덧붙였다.
그만큼 극에서 허문오는 열등감에 휩싸여 사건을 만들고 파멸한다. 이를 연기한 최민식은 허문오에게 가장 큰 결핍은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최민식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좌우지간 문자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자기의 생각을 보여주는데 이 사람의 패착이 순수한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즐기고, 만족한다기보다는 글을 통해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굉장히 크더라. 소위 말해 극 중 ‘김수훈’처럼 베스트셀러로 인기 작가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 그 욕구가 글에 대한 애정 못지않게 커서 외형적인 성공에 대한 집착이 컸고, 거기서부터 비극이 싹튼 것 같다”고 자신이 분석한 바를 전했다.
최민식은 그런 지점에서 자연스레 몰입감을 선사한 장명우 작가를 극찬했다. 그가 말하길 대본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음표’ 같았다고.
최민식은 “글이 너무 좋으니까 음표처럼 읽혀서 ‘이 대목에선 어떻게 연주를 해야겠구나, 어떤 악기를 써야겠구나’ 이런 점이 디테일하게 잘 나와 있으니 ‘그거대로만 난 연주를 해도 되겠다’하는 마음이었다”면서 “그럼 근사한 교향곡이 나오겠구나 싶었고, 저는 제 캐릭터가 어떻게 비칠까 보다는 그냥 그 삶을 살아내며 허문오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인간 최민식의 가치관과 윤리의식으로 대입하면 말이 안 되는 거지만, 배우는 그 인물의 삶을 오롯이 받아내야 하는 존재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다시금 이강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 같냐는 결말에 대한 질문에 “허문오는 이미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거기에 이상한 애가 또 등장했으니. 완전 가스라이팅 당해서 다시 들었을 것 같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보려고”라면서 허탈하게 말했다.
해당 작품은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그리고 이는 프랑수아 오종(François Ozon) 감독의 영화 <인 더 하우스>를 통해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최민식은 참고가 아닌 묘사가 될까 촬영 전 원작을 보지 않았다고. 그는 “원작이 있는 작품을 미리 보고 촬영하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서 사람인 이상 의식을 안 할 수 없다. 시리즈가 다 공개됐으니 이제 찾아보려 한다”며 자신만의 허문오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맨 끝줄 소년>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편 감상할 수 있다.
([뮤: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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