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감독 / 서보형 기자
이재용 감독 / 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종로 탑골공원의 '박카스 아줌마', 왜 영화의 주인공이 된 걸까. 이재용 감독이 답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제작 KAFA)를 연출한 이재용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는 10월 6일 개봉하는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사는 여자 소영(윤여정)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즉, 종로 탑골공원에 상주하는 '박카스 아줌마'가 주인공이다.

이재용 감독은 "영화나 문학, 연극 등 많은 예술들은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게 영원한 주제다. 죽음 역시 그렇다. 종교와 철학을 논하지만 그것 역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내게도 그 두 가지가 큰 화두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이 소영이라고 생각했다. 성을 팔아서 남성성을 잃어버린 남자들에게 생명력을 주는 사람이니까. 그러면서도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죽음을 베푼다. 영화 안에서는 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한 행동이다. 소영이 들어주지 않으면 그들은 계속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 CGV 아트 하우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 CGV 아트 하우스

'죽여주는 여자' 속 소영은 매춘부이기 전에 살아남기 위해 애써온 여자다. 남자들에게 휘둘리며 살아온 것 같지만, 굳은 심지를 갖고 삶을 영위해왔다. 먹고살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그렇기에 떠들 일은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다고 여긴다.

"사실 나는 '박카스 아줌마'나 성매매 여성에 대해 사전조사를 많이 하지 않았다. 기사나 책을 읽은 정도다. 현장조사나 인터뷰는 할 시간이 없었다. 또한 이미 내 머릿속에는 세계가 구축이 된 상태였고, 윤여정이 들어와있었다. 그가 태어나서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란 확신이 들더라. 그래서 무언가를 인용하거나 '이 사람처럼 해주세요'라고 할 필요가 없었다."

이재용 감독의 직관적인 판단은 들어맞았다. '죽여주는 여자'를 본 성매매 여성 연구자와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등은 그에게 "조사를 많이 해서 전형성을 잘 구현했다"라고 평했다고.

"내가 영화를 오래 만들다 보니 인간에 대한 연구도 그만큼 했다. 작품을 하다 보면 '내 생각이 그렇게 틀리지 않구나'를 느낄 때가 있다. 내가 만들어낸 세계가 실제 상황을 잘 그린 경우다. 그런 반응을 얻을 때가 가장 칭찬 같다.

이재용 감독 / 서보형 기자
이재용 감독 / 서보형 기자

'죽여주는 여자'는 두 줄로 평가하자면 굉장히 센 영화다. 성매매를 하는 여자가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연쇄살인을 해나가는 게 주요 줄거리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어둡거나 무겁게 그려지지 않았다.

이재용 감독은 "영화는 각자의 취향이 담긴 것이다. 나는 '죽여주는 여자'를 내 스타일대로 풀었다. 삶에 개입하지 않고 관찰자가 됐다. 생각을 주입하기 보다 관객도 같이 보면서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푸는 건 여러 가지 갈래가 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충격요법이다. 사람들에게 자극을 줘 분노하게 하거나, 주인공에게 몰입해서 울게 만드는 것들이다. 나도 그렇게 해볼까 생각했다. 사실 그런 게 영화제 출품에 유리하긴 하다. 하지만 내 영화이지 않느냐. 결국 내 유전자가 그 안에 담기는 것 같다. (웃음)"

이재용 감독 / 서보형 기자
이재용 감독 / 서보형 기자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