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아수라' 제작자 한재덕 대표에게 흥행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가 지난 9월28일 개봉해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오프닝 스코어 신기록을 세우며 거침없이 극장가를 호령 중인 '아수라'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리고 그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였다.
창립작 '신세계'를 시작으로 '남자가 사랑할 때' '무뢰한' '대호' '검사외전'까지 다수의 흥행작을 내놓은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를 잘 만들고 싶다. 진짜로"라며 운을 뗀 한재덕 대표는 "영화제에 들고 나가려고 영화를 만드는 경우는 없지만 들고 나가게 됐을 때 쪽팔리고 싶진 않다. 언젠가 영화를 그만 만들게 될 날이 올 텐데 쪽팔리지 않게 관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검사외전'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 속에서도 관객의 지지를 받으며 970만 관객을 동원했다. 물론 아쉽게도 1,000만 관객 돌파에는 실패했다. 이에 "1,000만 영화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그런 욕망은 없다.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라며 "그저 영화를 잘 만든다는 이야기만 들었으면 좋겠다. 그것 또한 물질적인 욕망과 비슷하긴 하다. 일종의 명예욕인데, 그런 욕망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다. 실력은 없는데 잘하고 싶으니 말이다. 내 분수를 알아야하는데"라고 말하는 한재덕 대표였다. 한재덕 대표는 정식으로 영화를 공부한 적 없다. 과거엔 생활고 때문에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기도. 한 대표는 "원래는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영화가 좋은데, 영화 일을 할 방법이 없었다. 돈도 없고. 그래서 노가다를 뛰면서 시나리오 작가 교육원을 다녔다. 거기서 영화판을 기웃대다가 알게 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가 겸 감독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못 쓰니까 제작부에 들어가서 담배꽁초나 줍고 그러다가 촬영 잘하게 생겼다고 그래서 스태프 일을 하게 됐다. 그때의 난 영화 촬영장에 있기만 해도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내입으로 영화인이란 말을 쓰는 게 어색하다. 감히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써?"라고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과거를 떠올렸다.
'무뢰한'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입성한 한재덕 대표는 "다른 국제영화제에도 많이 가긴 했는데 그런 것들이 아직은 익숙하진 않다. 난 그저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배우들이랑 같이 술 먹고 그러는 게 좋다"며 "처음에 배우들에게 전화가 오면 어떻게 받아야하나 당황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여보십시오?' 그러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 누군가와 같이 어떤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게 행복인 것 같다. 충만함? 영화를 만들면서 좋아죽겠다 싶은 그런 순간이 있다. 살면서 그런 순간이 별로 없잖나. 영화 자체를 만들면서 짜릿한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나이픽처스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과 의리 또한 충무로에 소문이 자자하다. 최민식은 '신세계'에 이정재를 직접 캐스팅했고, 황정민 등 배우들은 스스로 출연료를 자진 삭감할 정도로 사나이픽처스의 창립작에 힘을 보탰다. 또한 '신세계' 조감독 출신인 한동욱 감독의 연출 데뷔작 '남자가 사랑할 때'를 위해 황정민은 제작 단계부터 시나리오 검토까지 함께 하며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여기에 칸의 여왕 전도연은 이정재가 부상으로 '무뢰한'에서 하차하게 되자, 술을 싸들고 사나이픽처스 사무실로 찾아가 남자 배우들 리스트를 놓고 캐스팅 작업에 직접 열을 올렸고 그 결과 김남길이 합류하기도. '신세계'로 스타덤에 오른 박성웅은 작은 역할임에도 '무뢰한' '검사외전'에 출연하며 사나이픽처스와 의리를 과시했다.
특히 황정민과는 '신세계' '남자가 사랑할 때' '검사외전' '아수라' 네 편의 영화를, 최민식과도 '신세계' '대호'를 함께 한 한재덕 대표는 그들과 줄곧 함께 하는 이유를 묻자 "연기를 잘하잖나"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한재덕 대표는 "내가 최민식 황정민, 그 형들을 쫓아다니는 거다. 그들은 정말 인간애가 많이 있는 이들이다. 사실 사람이 누군가에게 많은 걸 요구하게 되지 않나. 얼굴도 잘생기고 돈도 많고 그런 걸 원하는데, 내 생각엔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 기자는 날카로운 핵심을 파고드는 기사를 쓰면 되고,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 사생활을 따지는 건 정말 후진 거다. 요즘은 과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서 배우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데, 최민식 황정민은 기본적으로 예의와 동료애가 있다. 그런 게 너무나도 커서 함께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멀리 있어도 그분들의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격한 의리를 드러냈다.
"어제도 황정민 형이 전화가 왔더라. 배려를 한다는 게 되게 힘든 일이다. 특히 배우란 직업은 힘든 일이고, 언젠가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찾지 않을 거란 불안감에 휩싸이는 존재인데, 스태프들을 배려하는 걸 보면 고개가 숙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 있는 게 아닐까. 더구나 연기도 잘하고 인간성도 좋으니까. 나도 영화를 많이 제작한 건 아니지만, 항상 팀워크가 좋았다. 만나서 술 먹으면 밤 새게 되고.(웃음) 특히 이번 '아수라'는 역대급인 것 같다."
한재덕 대표는 "'아수라' 개봉일에 다 같이 모여 술을 새벽까지 마셨다. 그러던 중 정우성이 그러더라. '아수라' 언론시사회 끝나고 밤새 술 먹을 때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이다. 나 또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정우성도 그러더라. 이 이상 행복한 날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이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이런 감정도, 흥행도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잖나"라고 말했다.
이어 한재덕 대표는 "황정민은 '군함도' 촬영 때문에 못 왔고 정우성의 매체 인터뷰 마지막날이라 사나이픽처스 사무실로 가서 술을 먹는데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이 합세했다. 그래서 술을 또 먹는데 우리가 술취하면 서로 뽀뽀를 한다. 좋으니까. 하하. 매일 술을 먹는다. '아수라' VIP시사회가 끝나고 아침 6시까지 먹고, 토요일엔 '무한도전' 보고 또 만났다. 서로가 좋지 않으면 이렇게 못 한다.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 거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요즘 매일 한다"고 고백했다. 물론 행복한 순간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아수라'는 개봉 이후 관객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고, 전작인 '무뢰한'은 오승욱 감독의 복귀작이자 칸의 여왕 전도연이 출연했음에도 흥행에선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재덕 대표는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을 땐 마음이 많이 아프죠. 그러나 많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잖나.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나 영화나 다 비슷하다. 술, 담배가 안 좋은 걸 알면서 하는 것과 똑같다. 흥행이 안 되거나 혹평을 받으면 속상하다. 어떻게든 배우와 제작진이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는데, '아수라'는 젊은 친구들은 이해를 못할 거란 생각은 했다. 또 '무뢰한'의 정서들이나 '아수라'가 담고 있는 40대 이상의 남자들의 피로감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모든 관객에게 다 이해시킬 순 없는 거니까. '아수라' 속 대사처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사실 지금도 힘들다. 감독과 배우가 마음 아파하면 속상하고, 그들이 좋으면 나도 좋고. 어쨌든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상이 다는 아니지만 ‘무뢰한’으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너무 좋았다. 또 '신세계'로 황정민이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도. 그래서 ‘아수라’도 누군가가 그들의 근사한 연기를 알아봐주고 상을 받는다면 제일 보람 있을 것 같다. 누군가가 트로피를 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있다. 감독이든 스태프이건 말이다. 내가 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디서 한번 얻어걸려서 상을 받았는데 굉장히 어색하고 무안하고 내가 받으면 안 될 것 같더라.(웃음) 나보단 배우와 감독이 상을 받는 게 더 좋다."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 인터뷰★☆★☆ [팝인터뷰①]한재덕 대표 "'아수라' 호불호? 슈퍼히어로보단 현실적" [팝인터뷰②]사나이픽처스는 어떻게 충무로 대세가 됐을까
[팝인터뷰③]'아수라' 제작자 "정우성, 이대로 죽어도 좋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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