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아수라' 김성수 감독은 왜 폭력이 난무하는 독한 남자 영화를 만들었을까.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가 지난달 28일 개봉해 200만 관객수를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 악마의 캐스팅에 '비트' '태양은 없다'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아수라'다.

하지만 '아수라' 시나리오를 쓴 김성수 감독은 이 같은 관심을 예상 못했다고 한다.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가진 김성수 감독은 "'아수라'가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다. 굉장히 부정적인 이야기고 설정 또한 독하기 때문에 주변에선 이렇게 시나리오를 쓰면 안 된다고 했었다"며 "나도 과연 '아수라'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운을 뗐다.

"'아수라'가 세상에 나오고 나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주변에선 대체 왜 이런 영화를 만들려 하느냐고 걱정을 많이 했다. 이건 만들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미친 거라고 말이다. 그러던 중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아수라'를 제작해보자고 하더라. 내 귀를 의심했다. '정신이 나갔나?' 싶었다.(웃음) 그렇게 한재덕 대표와 만나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나눈 숱한 대화가 '아수라'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됐다. 내 생각보다 나를 더 잘 읽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디어도 많이 줬다. 또, 내가 걱정하고 흔들릴 때마다 밀고 나가라면서 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줬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현재 서울 한남동 사나이픽처스 사무실에는 오승욱 감독과 김성수 감독의 방이 마련돼 있다. 오승욱 감독은 사나이픽처스와 전도연 김남길 주연 영화 '무뢰한'을 함께 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김성수 감독은 "오승욱 감독과 내 성향이 비슷하다. 그래서 친하다. 박광수 감독님 밑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다. 박광수 감독님 밑에 있었던 제자들이 정말 많다. 이창동 감독부터 여균동, 박흥식, 허진호 등 수도 없는 감독들이 있는데 영화적으로 잘 맞는 건 오승욱 감독이었다. 필름 누아르 영화와 어두운 이야기를 워낙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 둘 다 한재덕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는 데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이어 김성수 감독은 "필름 누아르 장르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 그 세계관을 재현하고 싶었다. 영화를 다시 연출하게 된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는데, 그 안에 비리형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다. 사실 필름 누아르의 단골손님 아닌가. 법이 지배하는 세계에 있지만, 범죄와 손잡고 있다는 설정이 매력적이었다. 낮과 밤의 세계에 모두 속한 사람. 그 사람이 찌질하게 악의 하수인으로 비루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자의적인 게 아니라 불가항력적으로 악의 외투를 걸치고 생명을 이어가는, 그런 비루한 한심한 인간이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아수라'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생계형 비리형사 한도경을 떠올린 이유를 밝혔다. "보통의 영화에선 그런 지질한 사람이 이야기를 끌어가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악의 세계에서 본의 아니게, 어떻게든 빌어먹고 살려다가 그 사이에 끼어서 압사당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아수라'다. 그러면서도 그냥 죽을 순 없으니, 감히 넘보지도 못할 거대 악의 숨통을 물어뜯고 죽었으면 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남들에게 보여주니 이런 영화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더라. 그래서 오기가 생겼다.(웃음)"

그러면서 김성수 감독은 "영화는 현실의 어둡고 지독한 면을 담아내는데, 액션영화의 경우 대부분 정의는 아니더라도 관객이 응원하는 사람의 승리가 있잖나. 하지만 그건 영화에나 있는 거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정치인, 권력자, 재벌의 비리를 캐내는 순간 영화에선 영웅이 되지만 현실에선 직장인이라면 해직이다. 그리고 그들은 뻔뻔하게 굴고, 반성하지 않는다. 현실 속 악당은 징벌당하지도, 붕괴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오히려 '아수라' 속 안남시의 현실이 더 설득력 있는 것 아닌가? 누군가는 '아수라'가 쾌감도 없고 감동도 없고, 주인공을 응원하지도 못하겠다고 하는데, 남들이 그럴수록 난 이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졌다.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지지 않나"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액션영화로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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