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아수라' 김성수 감독에게 배우들은 복덩이이자 인생의 선물이었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과 15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헌데 정우성과 의기투합한 김성수 감독이 가장 공들인 캐스팅은 바로 김차인 검사 역 곽도원이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액션영화. 곽도원이 연기한 김차인 검사는 정의란 이름으로 악을 자행하는 인물이다. 법과 정의, 선의 편에 섰어야 할 인물이지만 악인보다 더 악독한 수단으로 안남시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비리를 파헤치려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인물이 바로 박성배의 수족 노릇을 하던 비리 형사 한도경(정우성)이다.
김성수 감독은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곽도원이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이미 검사 역을 했었기 때문에, '아수라' 또한 검사 역할이라 안 한다고 했다. 그래서 곽도원에게 두 달을 매달렸다"고 운을 뗐다.
그렇다면 곽도원의 마음을 돌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성수 감독은 "김차인은 '아수라'에서 사법 권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 권위가 벗겨진 순간의 민낯이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한다. 그 장면을 연기해보고 싶어서 '아수라' 출연을 수락했다고 하더라. 그 점이 '범죄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악질 검사와는 다른 점이라고 말이다"고 밝혔다. 곽도원 캐스팅이 확정되던 날, 곽도원 없는 곽도원 축하 파티가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사무실에서 벌어졌다. 김성수 감독은 "곽도원이 '아수라'에 캐스팅되던 날이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다. 너무 좋았다. 술 먹고 몇 년 만에 그렇게 취했는지 모르겠다. 곽도원이 마지막 캐스팅 퍼즐이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을 모두 불러서 술을 마시며 축하파티를 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왜 곽도원에게 또 검사 역할을 시키느냐고 묻는다. 잘못 생각한 것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난 곽도원이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김차인이 앰뷸런스를 불러 달라고 말하는 장면을 봐라. 정말 잘하더라. 진짜 천재성이 있다. 게다가 연습벌레다. 원래 에너지가 넘치고 힘이 장사라서 연기에도 힘이 있다. 그래서 즉흥성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연기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하는 사람은 영화를 만들면서 처음 봤다. 나도 여러 배우들과 일을 해 봤잖나. 황정민도 정우성도 정말 연습을 많이 하고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데, 내가 만난 사람 중 진정한 연습벌레는 곽도원이더라."
김성수 감독은 "곽도원의 연기는 연습에서 나오는 것이란 걸 느낀 순간이 몇 있었다. 우리가 부산에서 촬영을 해서 해운대에 숙소가 있었는데, 촬영 전날부터 숙소 1층 카페 구석에 혼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연습을 하고 있더라. 나갔다가 들어왔는데도 그 자리에서 혼자 중얼거리면서 연기 연습을 하는 곽도원을 봤다. 참 대단하다 싶었는데 현장에 와서도 계속 그러고 있더라. 중얼중얼 하고 말이다"고 곽도원의 독한 면모에 혀를 내둘렀다.
"한도경과 김차인이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는데, 곽도원의 커트는 이미 오케이가 됐다. 그래서 곽도원은 어깨만 나오고 정우성의 얼굴이 나오는 커트를 찍을 차례였다. 그런데 곽도원이 계속해서 그 대사를 연습하기에 그만 하라고 했다. 어차피 아까 오케이 된 커트를 쓸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곽도원이 그러더라.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쓰셨지만, 난 이게 대본이 아니라 마치 즉흥적으로 생각하다가 나온 말처럼 보이게 하려면 이거보다 더 연습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잘 안 된다'고 그러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난 곽도원만큼, 곽도원처럼 열심히 하고 있나 하고 말이다. 감독 입장에서 배우에게 실제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사를 해달라고 연기를 주문하지 않나. 그런데 그래놓고 곽도원에게 그만하라고 했으니.(웃음) 곽도원의 말을 듣고 굉장히 부끄러웠다." 이어 김성수 감독은 "사람들은 곽도원이 어마어마한 연습에서 나온 연기를 보여주고 있단 걸 잘 모른다. 예를 들면, 황정민은 누군가 상대방을 두고 같이 연습을 하는 편이다. 조감독이나 연출부 스태프에게 대본을 쥐어주고 자신은 대본을 안 보고 연기를 하면서 주고 받는 호흡을 보더라. 반면 곽도원은 혼자서 한다. 구석에 중얼중얼 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곽도원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곽도원뿐만이 아니다. '아수라'를 통해 주목 받은 이는 또 있다. 바로 한도경의 지시로 박성배 시장 밑으로 들어간 뒤 권력과 욕망에 물들어가는 후배 형사 문선모를 연기한 주지훈이다.
주지훈에 대한 연기 극찬이 이어지자 김성수 감독은 "주지훈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며 "그의 연기 포텐셜은 내가 터트린 게 아니다. 그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인줄 내가 몰랐을 뿐이지. 그걸 알고 나서는 황정민, 곽도원 등에게 하듯이 완전히 주지훈에게 문선모를 맡겼다. 오히려 주지훈은 디렉션을 주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편하게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더 잘하더라. 머리가 좋지 않으면 그렇게 연기를 잘하기 쉽지 않다. 알고 보니 평소에 책도 많이 보고 말도 잘하더라"고 칭찬 행렬에 동참했다.
이어 김성수 감독은 "주지훈은 어떠한 경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다. 굉장히 묘하다. 배우는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주지훈은 늘 같이 일하면서도 카메라를 보면 과연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더라"며 "그게 '아수라'의 특징이자 장점이고 반대로 단점이기도 하다. 이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객들이 계속 질문을 던지길 바랐다. 그리고 주지훈이 그 의도를 제대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수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남에게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김성수 감독은 "'아수라'의 인물들은 모두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잘못된 신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멋대로 움직인다. 그 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객이 몰랐으면 했다. 문선모는 초반엔 어리숙하고 순진하게 반응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쟤 대체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와, 진짜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런 문선모를 만든 주지훈은 정말 매력 있는 배우다. 내 생각엔 아마도 주지훈은 나중에 어마어마한 배우가 될 것 같다"고 극찬의 끝을 보여줬다.
한편 김성수 감독이 그려낸 지옥도 '아수라'는 지난달 28일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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