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영화 ‘아수라’가 개봉 전 관심과는 반대되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지나친 기대감이 독이 된 걸까? 영화 흥행을 좌우하는 입소문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는 개봉 첫날 47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세웠다. 이어 개봉 4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한 ‘아수라’는 6일째엔 200만 관객마저 돌파했다.
하지만 6일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감독 팀버튼/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 내준 ‘아수라’는 7일차인 지난 10월4일까지 누적관객수 215만7,037명을 기록 중이다. ‘아수라’의 손익분기점이 350만 명임을 감안할 때, 이를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
‘아수라’는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캐스팅에 ‘비트’ ‘태양은 없다’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어벤져스급 캐스팅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 중이던 배우들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함께 밟으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여기에 개봉을 앞두고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김원해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기대감을 상승 시켰다. 무려 2주차 분량으로 편성된 ‘무한도전’ 신들의 전쟁 특집은 지상파에서 ‘아수라’를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다. 더욱이 전국민이 사랑하는 최고의 프로그램 ‘무한도전’ 아닌가. 하지만 ‘아수라’는 개봉과 함께 관객의 엇갈린 반응에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폭력만이 가득한 ‘아수라’의 안남시에서 짐승 같은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졌지만 1,000만 영화 ‘베테랑’처럼 통쾌한 결말은 없었다. ‘신세계’처럼 유행어를 부르는 대사에 브로맨스도 없는 ‘아수라’는 요즘의 스릴러 영화나 누아르 장르에 길들여진 관객을 만족시키기엔 2% 부족했다.
‘베테랑’ ‘신세계’ ‘내부자들’처럼 통쾌한 결말을 기대하고 ‘아수라’판을 찾았던 관객들은 좋은 배우들을 두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원래 제목이 ‘반성’이었던 것처럼, ‘아수라’는 배트맨의 고담시와도 같은 안남시에서 박쥐처럼 살아가는 비리형사 한도경(정우성)을 중심으로 일그러진 욕망을 좇는 이들의 파멸을 그린 작품이다. 때문에 관객의 입맛에는 다소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김성수 감독의 시나리오를 두고 충무로 제작자들이 손대기 꺼려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오히려 ‘아수라’는 ‘무한도전’으로 인한 관심과 기대감이 독이 된 모양새다. 배우들이 한창 웃기고 떠들어놓고, 정작 영화에선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대고 종국엔 서로 목을 죄는 답답한 폭력을 담아낸 것이 기대감 면에선 어긋났기 때문. 물론 영화가 담아낸 폭력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분명 있었으리라.
이처럼 지나친 기대감으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본 영화는 또 있다. 현빈의 군 제대 후 스크린 복귀작으로 주목 받았던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은 당초 1,000만 영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받았지만, 남은 것은 현빈의 성난 등근육 뿐이었다. 384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320만 명을 넘어서긴 했으나, 개봉 전 기대감에 비하면 아쉬운 수치다.
당시 ‘역린’ 측은 개봉 전 손익분기점을 400만 명 전후로 고지했으나, 해외선판매와 부가수입을 더해 320만 명으로 낮춰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홍보 마케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영향도 있었지만, 기대감에 못 미치는 영화적 완성도가 흥행 발목을 잡았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 또한 지나친 기대감이 독이 된 사례. 지난 2014년 여름 흥행시장 첫 주자로 나선 ‘군도:민란의 시대’는 하정우, 강동원, 조진웅, 마동석, 정만식, 이경영, 이성민, 김성균, 한예리, 김해숙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에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1,000만 예약 영화로 불렸다. 군제대 후 4년 공백이 있었던 강동원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했다.
하지만 ‘군도:민란의 시대’는 개봉과 함께 관객 반응이 엇갈렸고, 결국 477만 관객수를 동원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개봉 첫날 55만 명을 동원하며, 당시 역대 오프닝 신기록을 낸 ‘군도:민란의 시대’는 곧바로 ‘명량’에게 신기록을 내줘야만 했다. 그렇게 ‘군도:민란의 시대’ 흥행은 일주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반면 기대감이 없었기에 오히려 호평 받은 영화도 있다. ‘역린’이 개봉한지 한달 후 개봉한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 좋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우려 속에 ‘무덤까지 간다’에서 제목을 바꾸는 우여곡절 끝에 관객을 만났다. 이선균 조진웅이 주연을 맡았지만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 이후 7년 만에 신작을 내놓게 된 김성훈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끝까지 간다’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이선균 조진웅의 미친 열연, 김성훈 감독의 집념이 더해져 그해 각종 영화제 시상식 감독상과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해외 영화제서도 러브콜이 끊이질 않은 ‘끝까지 간다’는 말 그대로 끝까지 가며 많은 관객들의 인생영화로 자리매김했다. 기대 받지 못했던 명작의 반전이다.
때문에 최근 영화 언론시사회에서는 “너무 기대하진 마세요. 그냥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에요”라고 오히려 기대감을 낮추는 관계자들의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 예로 오는 10월13일 개봉하는 유해진 이준 주연의 코미디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 측은 유해진의 코믹연기에 주목하는 한편, 피가 난무한 스릴러 누아르 영화 일색의 한국 영화계에서 가족들과 함께 편히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일찍이 예고편을 공개하고 기대감을 끌어올리는데 주목하는 작품도 있다. 겨울 영화 시장을 목표로 후반작업 중인 정우성 조인성 주연 ‘더 킹’(감독 한재림)과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 ‘마스터’(감독 조의석) 등의 바로 그 예다. 높아질대로 높아진 기대치가 흥행엔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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