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부산, 이소담 기자]손예진이 죽어가던 부산국제영화제를 살렸다. BIFF를 구하러 온 구원자 손예진이었다.
배우 손예진은 8일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 - 더 보이는 인터뷰’에 참여했다. 행사 전부터 손예진을 보기 위해 수백명의 관객들이 몰려들었고, 손예진의 등장과 함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손예진은 올해 영화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로 연기력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대한민국 최고 흥행퀸이자 연기파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2001년 데뷔와 함께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으며, 대표작으로는 드라마 ‘여름향기’ ‘연애시대’ ‘상어’, 영화 ‘연애소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작업의 정석’ ‘아내가 결혼했다’ ‘백야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이 있다.
이날 손예진은 “부산에서 만나게 돼 너무 흥분된다. 자리가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된다. 너무 감사드리고,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예진아씨’란 별명에서 소처럼 열심히 일한다는 뜻에서 ‘소예진’이란 별명이 새롭게 붙은 것을 두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쉬지 않고 작품을 한다면서 ‘소예진’이라고 부르더라. 어감이 그렇게 예쁘진 않지만, 우직하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느낌으로 봐줘서 좋은 별명을 붙여준 것 같아 기분 좋다”고 감사를 표했다. 올해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두 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난 손예진은 “두 작품 모두 내게는 너무 아픈 손가락인 것 같다.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가 촬영 시기는 차이가 있는데 개봉 시기가 비슷해서 겹쳤다. 아주 많이 다른 역할이다. ‘비밀은 없다’는 많은 분들의 대중적 사랑보다는 마니아적으로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던 작품이다. ‘덕혜옹주’는 모든 분들이 공감하고 아픔을 함께 느낀 작품이다. 그래서 어떤 한 작품을 고를 순 없다. 모두 내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덕혜옹주’ 속 인생연기에 대해 손예진은 “내입으로 인생연기를 펼쳤다고 말하는 건 낯간지러운 것 같다”며 ‘덕혜옹주’에서 한국 입국을 거부 당하고 바닥에서 오열하는 장면에 대해 “그래도 많은 이들이 그 장면을 보고 '소름 끼쳤다' '무서웠다' '정말 미친 것 같았다'고 하더라. 그때 한택수(윤제문)를 보고 정말 부들부들 떨렸다. 두 번 찍었는데, 처음에 찍은 게 영화에 담겼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손예진은 “'덕혜옹주' 박해일의 경우, 꼭 한번쯤 호흡을 맞추고 싶었던 배우였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박해일을 떠올렸던 적이 많은데, '덕혜옹주'를 함께 한 건 운명적이었다. 박해일이 옆에 있어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박해일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렇다면 청순 여배우의 실제 일상은 어떨까? 손예진은 “여배우라고 해서 이럴 것 같다 저럴 것 같다는 생각이 있을 텐데 정말 똑같다. 평소엔 잠옷도 입지만 트레이닝복을 입고 집에 누워있거나, TV도 보고 밥도 먹고 그러면서 지낸다. 걷는 걸 좋아하거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집에서 그냥 있는 게 제일 편한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평소에도 여배우들을 위한 작품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는 손예진은 “여배우들을 위한 영화가 없어서 아쉽다. 남자 배우들의 멀티캐스팅 영화는 정말 많은데, 여자 배우들을 위한 멀티캐스팅 영화는 언제 나올까 싶다. 정말 멋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전도연, 김혜수 선배와는 내가 밀릴 것 같다. 아우라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도 정말 멋진 분들이다. 강렬한 여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탄생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여성판 ‘아수라’를 찍으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손예진은 “전도연, 김혜수 선배와 함께 찍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어릴 때부터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 선배들과 작품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연하남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다. 여자들이 나오는 어두침침한 누아르도 원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손예진이었다. 끝으로 손예진은 “난 영화과에 다니면서 막연하게 배우를 꿈꿨는데, 운이 좋게도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어떨 땐 그런 때도 있다. 내가 생각한 것처럼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연기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내가 언제까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나의 많은 것들이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특히 최근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는 감정소모가 너무 심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열정이 있기 때문에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독보적 흥행퀸에 연기파 여배우란 수식어는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손예진의 열정과 진솔한 이야기로 인해 후끈 달아오른 부산국제영화제 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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