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부산, 이소담 기자]‘밀정’ 제작자 최재원 대표가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제작 영화사 그림) GV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최재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진행됐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다.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 역 송강호,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 역 공유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 이병헌, 박희순 등이 출연한다.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에 이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날 최재원 대표는 “'밀정'은 내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 합류한줄 몰랐던 작가가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어쩌다보니 하게 됐다. 김지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장르상 잘 맞을 것 같더라”며 “당시 굉장히 많은 미국 영화와 프랑스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어서 시간이 없었는데, 김지운 감독을 꼬여내려면 송강호가 필요했다. '밀정'이 두 사람에겐 네 번째 작품이 되는 셈이었다. 김지운 감독에겐 송강호가 확답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송강호가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송강호에겐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하기로 했다'고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밀정 노릇을 했다”고 ‘밀정’ 제작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이어 최재원 대표는 “내 전작이 '변호인'이었다. 1,000만 관객을 넘기면서 성공을 거뒀는데 다음엔 뭘 해야 하나 싶더라. 그러던 중 워너브러더스에서 한국영화 사업을 시작한다면서 같이 하자더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한국영화가 커지는 과정에서 할리우드서 가장 유명한 메이저 스튜디오가 참여할 수 있다면 한국 영화산업에 보탬이 되지 않겠나 싶어서 결정했다. 그러던 중 한달 만에 운 좋게 '밀정'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2008년에 김지운 감독과 제작했다”는 최재원 대표는 “당시 제작비가 200억 원에 육박했다. 모든 한국영화 제작비 기록을 깨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당시 워너브러더스에서 '다크나이트'를 개봉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딱 드는 순간이 '우린 어쩌라고'였다. 200억을 들여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다크나이트'를 보고 나니 할리우드의 자본과 파워를 느끼며 절망했다. 대체 워너브러더스는 어떤 곳인지 알고 싶더라”고 워너브러더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묘한 인연을 언급했다.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영화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세계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워너 측은 첫 작품으로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밀정’을 내놨다.

이에 최재원 대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워너브러더스는 메이저 회사이기 때문에 전세계를 겨냥한 작품을 만들지 않겠나 생각하겠지만,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한국관객을 타겟으로 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히려 첫 작품을 100억 원이 넘는 영화로 만드는 것이 문제였지, '밀정' 시나리오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재원 대표는 “김지운 감독이 '밀정'을 두고 콜드 누아르라고 해서 가슴이 철렁했다. 나와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없었기 때문이다. 난 '밀정'을 보고 울컥하는 느낌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김지운 감독의 특성이 사람에 대해 냉혈하게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 진짜 콜드 누아르로 찍으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그런데 김지운 감독과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게, 그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영화를 찍는 동안에 점점 더 뜨거워졌다더라. 중간에 갑자기 송강호가 눈물을 흘린다거나 울컥하게 만드는 건 예전의 김지운 감독 영화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인데 '밀정'에선 있지 않나. 그게 전과는 달라진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이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밀정’은 김지운 사단이라 할 수 있는 최고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뭉쳐 만든 작품이다. 이에 최재원 대표는 “우리나라엔 '밀정'에 나온 세트가 없다. 상하이 거리와 경성 거리는 모두 상해에 있는 세트장이다. 거기서 '색, 계' '암살' 등을 찍었다. 배경이 그 곳밖에 없기 때문에 영화 촬영 절반 정도의 기간을 상해서 보냈다. 다행히 김지운 감독과 8년 전에 중국 둔황이란 사막에서 '놈놈놈'을 찍은 적 있다. 정말 X고생을 많이 했다. 당시 스태프 한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거친 작업이었는데, 그때 작업을 함께 했던 중국 스태프들이 일부는 은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밀정'을 위해 다시 뭉쳤다. 김지운 감독과 나의 공통분모를 모았다. 의상, 분장 등 헤드 스태프들은 모두 우리와 함께 작업을 했던 이들이었다. 그들과 쌓은 신뢰가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데 도움이 됐다. 김지운 감독이 원래 촬영 일정을 잘 안 지키는데, 이번 영화는 정확히 무사히 끝났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에 이어 ‘밀정’을 송강호와 함께 한 최재원 대표는 “송강호는 워낙 걸출한 배우라서 믿고 간다. 김지운 감독과도 4편, 나와도 4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 15년 된 사이다. 우리 아내가 누가 마누라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어제도 송강호와 연락을 했었다”고 끈끈한 우정을 드러냈다.

문제는 송강호와 함께 연기할 배우였다. 최재원 대표는 “여러 과정을 거쳐 ‘밀정’ 김우진 역에 공유를 캐스팅했다. 과연 송강호 공유 둘의 케미가 잘 맞을까 싶었다. 송강호는 워낙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고, 공유가 연기적인 측면에서 잘 맞을까 싶었다. 우려처럼 공유가 촬영 초반에는 힘들어했다”며 “하지만 회차가 거듭되면서 김지운 감독이 도와줘서 달라졌다. 여기에 양념 같은 엄태구의 발견, 우리의 한지민까지 모두가 잘 해나가면서 나중엔 공유가 분위기를 리드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산행'보다는 '밀정'에서의 공유가 연기를 훨씬 잘하지 않았나요?”라고 되묻는 최재원 대표였다.

끝으로 ‘밀정’ 확장판 개봉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최재원 대표는 “김지운 감독과 작업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그냥 차라리 안 찍었으면 좋겠는데, 편집돼 아쉬운 장면이 많다. 마지막에 송강호가 법정에서 우는 장면이 전체적으로 분량이 더 있다. 부하가 밀정이었단 식으로 고자질하는 직원이 있고, 최후변론을 하는 송강호가 자신은 밀정이 아니라면서 눈물을 흘린다. 이에 판사가 여기 있는 사람 중 의열단을 지목하라니까 송강호가 지목을 한다. 마지막에 김우진을 지목하고선 '이 놈이 앞잡이다'고 말한다. 야유가 쏟아지자 송강호가 '나는 황국신민이다'라고 토해내는 장면이 있는데 밸런스가 맞지 않아 편집됐다”고 공개했다.

이어 최재원 대표는 “액션장면 중 김지운 감독이 공들인 장면이 빠져 있다. DVD에 실릴 예정이다. 상해에서 가장 돈을 많이 들인 장면이 있다. 하루에 2억 원이 들어간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날아가서 아쉽다”며 “다만 김지운 감독은 '밀정' 확장판을 만들어 개봉할 계획은 없다. 개봉 버전이 최종버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신 DVD에서는 빠진 장면을 추가해서 낼 생각이다. 개봉버전 편집만 3개월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지운 감독은 지금의 버전이 감독판이라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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