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그 많던 여배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백승화 감독이 충무로 여배우 주연작 기근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0일 개봉한 '걷기왕'(감독 백승화/제작 인디스토리)은 꿈을 향한 열정과 간절함과는 거리가 먼,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선천적 멀미 증후군 여고생 만복(심은경)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걷기왕'은 핸디캡이 무려 두 개다. 제작 여건이 열악한 저예산 영화에 젊은 여배우가 주연이다. 물론 그 주인공이 '최연소 흥행퀸'이란 수식어를 가진, 흥행력이 검증된 심은경이긴 하지만 분명 어려운 선택이었다. 최근 헤럴드POP과 만난 백승화 감독은 "주변에서 여고생이 아닌 남고생이었으면 투자가 더 잘 되었을 거라고 하더라"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우리 영화가 가진 조건들 때문에 두렵다거나 하진 않았다. 내가 약육강식 영화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걷기왕'과 같은 이야기가 왜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지에 대해 고민을 딱히 하진 않았다. 단지 성사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최근 한국 영화계의 스릴러와 느와르 쏠림 현상은 여배우의 설자리가 줄어들게 된 요인 중 하나다. 투자가 잘 되고, 흥행이 용이할만한 요소를 선호하다 보니 빚어진 상황이다. 입봉도 어렵지만 흥행작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감독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백승화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스릴러 등이 관객에게 익숙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걸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 관심사가 아니다. 사실 여배우 주연작에 대해 별로 고민해본 적이 없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더라. 어쨌든 한국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는 많이 없긴 하다. 그러다 보니 그런 이야기도 나오는 게 아닐까"라며 관심 있는 소재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강조했다.
사실 유독 여배우에 야박한 충무로의 분위기는 '작업하기 힘든 상대'란 인식과도 연결돼 있다. 남성보다 예민하기에 수월한 촬영이 힘들 것이란 편견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은경과의 협업은 백승화 감독에게 특별했다.
백승화 감독은 "막상 만나보니 내가 들었던 이야기들은 사실이 아니었다. 여배우와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굉장히 좋은 기억들이 많다"라며 심은경과 박주희, 김새벽 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제작 과정에서 주로 고민한 건 여성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다뤄지는 방식이었다. '걷기왕'에는 심은경 외에도 여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니까"라며 "어쨌거나 각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이 명확하게 잘 살아났으면 했다"라고 했다. 중요한 건 성별이 아닌 영화의 본질에 대한 집중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백승화 감독은 "다행스럽게도 내가 '걷기왕'을 준비하던 때보다는 여배우 주연작이 많아진 것 같다"라며 "제작자나 영화 관계자들이 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운지에 대해 고민을 다시 해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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