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황수연 기자]다양성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저력이 무섭다. 노인의 성 문제를 다룬 파격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연출력과 윤여정이라는 베테랑 배우로 10만 관객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사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 소영(윤여정)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7일 박스오피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죽여주는 여자'는 26일 일일관객수 1,475명을 동원하며 총누적관객수 10만 6,965명을 기록, 일일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지난 20일 이후 6일 만에 10위권 재진입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럭키' 등 흥행작들 사이에서 1,000여 명을 살짝 넘긴 '죽여주는 여자'의 관객 수와 박스오피스 9위라는 숫자는 초라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봉한 지 20일이 넘어가는 시점에 6일 만의 10위권 재진입은 '죽여주는 여자'에게 상당한 의미를 주는 기록이다. '죽여주는 여자'가 정말 죽여주는 영화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윤여정이라는 믿을 수 있는 배우가 있었다. 그의 연기력은 두말하면 입 아플 지경. 윤여정은 성매매 종사자라는 역할에 대해 무게를 느끼며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윤여정은 이 작품이 유독 힘들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배우는 감정 노동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극한 직업이란 걸 알았다. 환경 때문에 나중에는 우울하고 힘들어지더라"라며 쉽지 않은 역할이었음을 밝혔다.
두 번째는 전에 없던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종로 탑골공원에 상주하는 '박카스 아줌마', 즉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거침없이 세상 밖으로 드러낸 셈이다.
또한 이를 자극적으로 다루기보다 노인 빈곤 문제, 트랜스젠더, 코피노, 장애인, 사회 소수자까지 소외 계층들의 전반적인 삶을 돌아봤다. 관객들에게 우리가 이들을 외면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마지막으로 중의적인 제목도 참 재밌다. 쾌락적인 측면에서 '죽여주게 좋은' 여자이면서,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사람을 죽여주는' 여자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이재용 감독에 따르면 '죽여주는 여자'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던 때, 윤여정에게 전화로 줄거리를 설명하다가 문득 떠올랐던 제목이었다고 한다. 가벼운 제목처럼 느껴져서 고민도 됐지만, 중의적인 의미가 딱이었다고.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결국 나이 들어가는 것, 죽음은 무엇일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결코 어렵지 않은 영화다. 관객들의 입소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양성 영화의 의미 있는 역주행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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