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제대로 망가진 유지태가 반갑다. 이런 유지태의 모습을 기다렸다.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제작 오퍼스픽쳐스)이 31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굿와이프’ 쓰랑꾼 유지태는 없었고, 밑바닥으로 추락한 사기도박 볼러 유지태만 남았다. 그리고 이다윗과의 브로맨스까지. 이제껏 본 적 없는 유지태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스플릿’이다.

‘스플릿’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 유지태가 한물 간 전직 볼링 선수 철종 역, 이정현이 허당 매력의 생계형 브로커 희진 역, 이다윗이 자폐 기질과 천재적 볼링 실력을 동시에 지닌 영훈 역, 정성화가 철종과 악연으로 이어진 악역 두꺼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과거 퍼펙트게임까지 기록하며 이름을 날렸던 프로 볼링선수 윤철종(유지태). 하지만 승부조작에 가담한 철종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고, 이 때문에 프로 생활을 접게 된다. 그렇게 밑바닥으로 추락한 철종은 도박 볼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볼링장에서 우연히 독특한 폼을 지닌 영훈(이다윗)을 만나게 된 철종은 그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영입에 나선다. 자폐 기질을 가진 영훈과 욕설 남발 철종이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은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으론 찡한 눈물까지 유발하니 이만한 브로맨스가 없다.

밑바닥으로 추락한 전직 프로 볼러가 자폐 기질의 천재 볼링 선수를 만나 성공을 위해 내달린다는 스토리는 그 자체만 놓고 봤을 땐 한없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야기로 여겨질 수도. 하지만 이를 풍성하게, 새롭게 만든 것이 바로 유지태와 신예 이다윗이다. ‘스플릿’ 속 유지태는 그에게 익숙하게만 여겨졌던 슈트와 젠틀함을 벗어 던졌다. 덥수룩한 수염에 정돈되지 않은 헤어스타일 그리고 후줄근한 패션으로 한없이 하찮게 느껴지는 철종을 만들어낸 유지태다. 그러면서도 이를 악물고 오기로 버티는 철종의 모습에선 활활 타오르는 내재된 승부욕이 보이는 듯 하다. 때문에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철종이지만, 그를 응원하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유지태에게 들어온 도박 소재 영화 시나리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기시감에 그동안 제안 받은 작품들을 거절했다는 유지태다. 그런 유지태가 선택한 ‘스플릿’은 기존 도박 소재 영화의 웃음과 감동, 시련 극복 스토리를 담고 있으면서도 볼링이란 신선한 소재를 접목시켜 기존의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영화 내내 볼링핀 쓰러지는 소리가 탄성처럼 터지고, 그 안에서 기존의 루저 캐릭터가 아닌 색다른 밑바닥 인생을 그려낸 유지태의 스트라이크가 관객을 정조준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볼링 한게임 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니, 4개월 동안 볼링 연습에 매진한 유지태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은 듯 하다. 기시감을 지워낸 유지태의 변신이 ‘스플릿’을 살렸다. 다만 후반부 다소 늘어진 스토리가 아쉬울 뿐. 오는 11월10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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