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 눈은 즐거운데 고개는 갸웃하게 된다. 흥행 질주 뒤에 가려진 '닥터 스트레인지'를 향한 의구심, 그 정체는 뭘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천재 신경외과 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깨닫고 세상을 구원할 강력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히어로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마블 코믹스가 원작이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10일 만에 누적 관객 수 3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며 관객몰이 중이다. 딱히 적수가 없는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유난히 마블 히어로 무비에 대한 애정이 큰 한국 관객의 열성도 한몫했다. 실제로 한국은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을 제치고 흥행 수익 1위를 기록했다. 새롭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히어로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가 사랑받는 이유는 마블의 신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제일 먼저 꼽는 장점은 압도적 영상미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 어떤 히어로 무비보다 CG가 '열일'하는 작품이다. 마법사들의 능력에 의해 모습을 달리하는 세계에 대한 묘사는 경이로울 지경이다. 뒤틀리고 변화하는 건물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은 상식이란 통념을 깬다.
또한 전투 장면 역시 역동적이고 박진감이 넘친다. 각종 마법들이 CG를 통해 구현되면서 차별화된 비주얼을 선보였다. 여기에 인물들이 싸움을 벌일 때 배경이 되는 공간의 형태는 뒤집히고 밀쳐지며 변형을 반복한다.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건물 파괴와 자연재해 등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새로운 시각적 경험, 그야말로 눈이 즐겁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기존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주인공이었지만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설정을 중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언 맨이다. 본래 그는 천재이지만 평범한 인간이다. 단, 그가 발명한 강철 슈트를 입으면 천하무적 히어로가 된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앞에서는 아이언맨마저 평범해진다. 마법이란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맨손만으로도 전투가 가능하고, 손짓만으로 차원이동 포털을 여는 이들 앞에선 그 누구라도 범인(凡人)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보이는 것에만 치중한 탓일까.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토리 라인은 상당히 빈약한 편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꽤 많다. 사실 평범했던 주인공이 자기계발을 통해 히어로로 거듭난다는 설정은 이미 수많은 히어로물에서 보고 또 본 이야기다.
또한 속도감 있는 전개는 강점이나, 상대적으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숙적 케실리우스(매즈 미켈슨)가 어둠의 힘에 굴복한 이유는 단편적으로만 묘사된다. 뿐만 아니라 작중 주요 빌런인 도르마무는 시간을 초월한 존재란 설정이 무색하다. 모든 재앙의 원천인 다크 디멘션에 대한 정보 역시 대사 몇 마디로 지나가듯 언급된다. 명확한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사전정보가 더 필요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마법 초보자인 닥터 스트레인지가 최상급 마법사인 소서러 슈프림이 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 역시 빈약한 편이다. 그의 천재성을 감안해도 지구를 수호하는 마법사라기엔 실력이나 마법 스케일이 약하게 느껴진다. 그의 전임자인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뛰어난 비주얼과 개성 강한 캐릭터 등 장점이 분명한 작품이다. 마법이란 소재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면서,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예고한다. 하지만 분명한 기승전결 역시 상업영화가 갖춰야 할 미덕이다. 최대한 많은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닥터 스트레인지'의 부족한 개연성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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