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카드와 화투는 익숙하다 못해 지겹다. 이젠 시원시원한 볼링이다. '스플릿'이 도박물의 클래식 '타짜' 아성에 도전한다.
9일 개봉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제작 오퍼스픽쳐스)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이다. 유지태가 한물 간 전직 볼링 선수 철종 역, 이정현이 허당 매력의 생계형 브로커 희진 역, 이다윗이 자폐 기질과 천재적 볼링 실력을 동시에 지닌 영훈 역, 정성화가 철종과 악연으로 이어진 악역 두꺼비 역으로 등장한다.
'스플릿'은 국내 최초로 볼링 도박을 소재로 하는 영화란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그간 도박을 소재로한 영화는 몇 있었으나, 볼링은 처음이다. 최국희 감독이 자폐 성향의 남자가 말도 안 되는 폼으로 볼링을 치는 장면을 목격한 경험이 영화의 모티브다. 또한 이는 극 중 영훈 역의 모델이기도 하다.
사실 볼링이란 소재를 제외하면 '스플릿'은 도박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도박판 브로커인 희진이 조력자로 판을 깔아주고,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며 볼링의 전설이라 불리던 은둔 고수 철종이 선수로 나섰다. 여기에 철종이 볼링 천재 영훈과 브로맨스를 그리면서 인생을 건 승부를 펼친다. 이들에 맞설 악역은 철종의 끈질긴 악연인 냉혈한 두꺼비다.
도박은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간 각종 겜블링부터 내기 바둑까지 다양한 소재가 관객을 찾았다. 하지만 볼링 도박의 세계는 지금껏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 예상치 못한 그림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스플릿'에서는 흔히 보아왔던 볼링장이 긴장감이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스트라이크 한방에 볼링핀이 모조리 넘어지는 타격감과 소리의 쾌감 또한 대단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국내에서 도박을 소재로 가장 흥행한 작품을 꼽으라면 '타짜'(2006)를 들 수 있다.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화투를 이용한 도박판이 배경이다. 타짜들의 인생을 건 한 판 승부를 그린다. '스플릿' 역시 화투가 볼링으로 바뀌었을 뿐 비슷한 지점이 많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볼링 버전 타짜'로 받아들일 여지가 큰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철종 역의 유지태는 "'타짜'와는 전혀 다른 영화"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최근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스플릿'은 숫자랑 그림만 보고 몇 시간씩 앉아있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화투나 카드가 대부분이었던 도박물의 전형성 혹은 진부한 설정을 탈피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가 꼽는 '스플릿'의 최대 매력은 볼링의 역동성이다. 레일 위로 시원시원하게 굴러가는 볼링공과 그에 부딪혀 쓰러지는 핀들, 그리고 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인물들의 갈등과 대결은 그간 보아온 도박물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
여기에 볼링 국가대표에서 도박볼링장을 전전하는 신세가 된 철종, 생계형 브로커 희진, 볼링 밖에 모르는 자폐형 천재 영훈 등이 보여주는 희로애락과, 밑바닥 인생들의 인생 역전을 향한 반격이 더해졌다. 특히 볼링이란 공통분모로 뭉친 철종과 영훈의 브로맨스는 버디 무비로서도 손색이 없다. 최국희 감독 역시 "셀링포인트가 볼링도박일 뿐 휴머니티가 있는 영화다"라며 이를 강조했다.
장르적 클리셰는 있지만 볼링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간의 도박물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익숙하지만 낯선 '스플릿', 인생의 스페어 핀을 처리하고 싶은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는 과연 '타짜'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까? 관객 평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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