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화 감독, 배우 엄태구 / 본사DB
엄태화 감독, 배우 엄태구 / 본사DB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의 역량을 가늠하는 건 감독의 능력이다. 그렇다면 엄태화(36) 감독의 눈에 비친 동생 엄태구(33)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다.

특히나 '숲'(2012) '잉투기'(2013)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신작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가려진 시간'은 독특한 소재와 감각적인 영상미가 강점인 그의 개성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이색 볼거리가 한가지 더 있다. 배우 엄태구다. 성민의 친구 태식 역으로 출연한 그는 엄태화 감독의 친동생이다.

지난 2007년 영화 '기담'에서 일본군 역으로 데뷔한 엄태구는 중요한 필모그래피마다 형과 함께 했다. '숲'과 '잉투기'는 감독 엄태화와 배우 엄태구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엄태구는 상업영화 데뷔를 한 형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가려진 시간'에도 출연했다.

공교롭게도 엄태구에겐 '가려진 시간' 개봉 직전 경사가 생겼다. 영화 '밀정'에서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아 주목받은 것. 그가 "나의 필모그래피의 분기점이 될 작품"이라 자신했던 '밀정'은 엄태구에게 데뷔 10년 만에 인지도를 가져다줬다. 형인 엄태화 감독으로서는 대견하면서도 든든한 일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연출자를 만났기 때문일까. '가려진 시간' 속에서 엄태구는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 그가 맡은 태식은 그간 보여준 센 역할들과는 거리가 있다. 본래 장난기 많은 인물이지만, 뒤틀린 시간에 대한 공포로 힘들어하는 약한 모습도 보여준다. KBS2 2TV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2014) 영화 '차이나타운'(2015) '밀정'(2016)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면모다.

영화 '밀정' '가려진 시간' 스틸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쇼박스 제공
영화 '밀정' '가려진 시간' 스틸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쇼박스 제공

이에 대해 엄태화 감독은 "사실 엄태구는 그런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라고 했다. 2011년작 '가시'에서도 강렬함과는 거리가 먼 배역을 소화한 적이 있다는 것. 그는 "거기서도 동생이 연기를 되게 잘했다. 사실 원래 모습도 그리 센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힘을 뺀 연기를 하는 걸 보고 싶었다"라며 동생을 '가려진 시간'에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엄태구의 다음 도전은 멜로 연기다. 최근 그는 단편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감독 조용익) 촬영을 완료했다. 파트너는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바 있는 배우 이수경이다. 후반작업을 거쳐 2017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엄태화 감독은 "찌질한 남자의 로맨틱 멜로다. 그런 연기는 내가 처음봤다. 근데 되게 잘하더라. 재미있을 거다"라고 했다. 이어 "동생이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예전보다 많아질 것 같다. 굳이 나와 같이 패키지로 갈 생각은 없다. 다만 나의 첫 번째 상업영화를 함께한 것만로도 감사하다"라며 동생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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