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황수연 기자]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더욱 불편하게 그려낸 영화가 찾아온다. 드라마 '미생' '굿와이프'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한 전석호가 러닝타임 110분을 책임진다.
영화 '작은형'(감독 심광진/제작 파인스토리, 인베스트하우스)은 사기꾼에 허세로 가득 찬 막내와 아이큐48의 지적 장애를 가진 순진무구한 작은형의 1억 통장 스캔들을 그렸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초청과 함께 올해 밀라노국제영화제 4개 부문(작품상·각본상·남녀조연상)에 진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부동산 사기로 교도소에 다녀온 동현(전석호)이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동현은 연락을 끊었던 말만 가족인 작은형 동근(진용욱)과 7년 만에 재회한다. 그리고 그날, 작은형이 생활하는 장애인 그룹홈을 방문한다. 그곳에는 시각장애인 선우(이정주)와 다운증후군 재진(이혁)이 살고 있다.
장애인을 우습게 보던 동현이 우연히 동근이 1억 원이 든 통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룹홈에 사는 선우와 재진 또한 알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전개는 급물살을 탄다. 동현은 약삭빠른 머리를 돌려가며 어렵게 돈을 모은 동근과 선우, 재진에게 사기를 치려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동창이자 장애인들을 돕는 의문의 사회복지사 은아(민지아)의 방해가 만만치 않다.
전석호는 '작은형'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주역이다. 전작 '미생'에서의 하대리와 '굿와이프' 박검사와 달리 악에서 선으로 변화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자신을 끔찍이 아끼는 지적장애인 형의 통장까지 탐내는 밑바닥 연기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 그는 두 번째 주연작인 '작은형'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주연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영화에는 전석호 뿐만 아니라 각자의 인생 연기를 펼친 세 명의 배우도 있다. 지적장애부터 시각장애, 다운증후군을 연기한 진용욱, 이정주, 이혁이다. 놀라운 점은 그들이 비장애인 배우라는 것.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이 착각에 빠져들 정도의 리얼함은 물론이고, 장애인들이 겪는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앞서 장애인 소재를 다루면서 그들의 삶을 상품화할까 걱정했다는 심광진 감독의 우려를 씻어낸 명품 연기였다.
'작은형'은 장애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극 중 동현은 건강한 몸을 지녔지만 정신 상태는 가장 비정상이다. 반면 작은형 동근을 비롯해 선우와 재진은 몸은 불편하지만 누구보다 건강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이렇듯 극과 극에 서 있는 형제를 보여주면서 진짜 장애를 지닌 사람은 결국 동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또 동현이가 많은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영화 속 현실이 사실적이기 때문일까? '작은형'은 참 불편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웃음이 섞인 흔한 에피소드도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다운증후군 재진의 성적욕구와 관한 이야기는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때문에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을 수도. 하지만 심광진 감독은 오히려 장애인들의 성적욕구에 관한 에피소드는 더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였지만, 과감히 시도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작은형'은 결코 어둡기만 하거나 비극적이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서로가 필요한 존재가 되면서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따뜻한 이야기도 있다. 한결같은 작은형 동근의 사랑, 여기에 쓰레기 같았던 동생 동현의 감정선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다.
다만 비교적 갑작스러운 결말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8일 언론시사회 당시 심광진 감독은 제한된 러닝타임에 미처 담지 못한 장면들로 친절하지 않은 전개를 보여준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형제의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 '형'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과 극 형제들의 대결에서 '작은형'은 따뜻한 힐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