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도무지 예측 불가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은 그야말로 소리 없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후보 모두 그만한 자격을 갖췄기에 올해도 역시 마지막까지 결과를 속단하긴 이른 여우주연상 트로피의 행방이다.
오는 25일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부문은 바로 여우주연상이다. 인생연기를 펼친 여성 주인공들이 그 어느 해보다 돋보였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면면 또한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영광의 트로피는 과연 누구의 품으로 돌아갈까?
●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먼저 최고령 후보로 올해 일흔의 나이가 된 윤여정이 영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로 여우주연상을 노린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올해 데뷔 50년을 맞아 여전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후보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게 여겨질 정도다.
윤여정을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게 한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여정은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 소영 역을 맡아 연민과 죄책감을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담아냈다.
일흔에 이토록 왕성하게 활동하며 영화의 주연까지 맡을 수 있는 배우가 윤여정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윤여정은 지난 1971년 열린 제8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화녀’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에 윤여정은 무려 45년 만의 청룡 여우주연상 수상에 도전한다.
● '굿바이 싱글' 김혜수 다음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4관왕을 노리는 김혜수다. 김혜수는 제14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첫사랑’으로 여우주연상을 첫 수상한 뒤 제16회 청룡영화상에선 ‘닥터 봉’으로 또다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어 김혜수는 제27회 청룡영화상에선 영화 ‘타짜’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청룡 3관왕 대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올해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로 청룡 4관왕에 도전한다.
‘굿바이 싱글’은 톱스타 독거 싱글 주연(김혜수)이 점차 내려가는 인기와 남자친구의 공개 배신에 충격을 받고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진 레전드급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그린다. 김혜수는 백치미 넘치는 사고뭉치 톱배우 고주연 역을 맡아 코믹부터 감동까지 ‘굿바이 싱글’에 모두 담아냈다. 특히 김혜수는 미혼모 소재와 여성 영화이기에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던 ‘굿바이 싱글’에 힘을 보태며 흥행까지 이뤄냈다.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굿바이 싱글’도 없었을 것이다.
● '아가씨' 김민희 홍상수 감독과 불륜설 이후 자취를 감춘 김민희이지만, 여전히 제37회 청룡영화상의 유력한 여우주연상 수상 후보임은 부인할 수 없다. 시상식에는 불참할 예정이나 참석 여부에 관계없이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서 보여준 김민희의 연기는 여우주연상감이라는 평가다. 데뷔 초 발연기라 비판 받았던 그 모델 출신 배우가 맞는지 의심할 정도로, 김민희는 ‘아가씨’로 몇 단계 성장한 모습이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숙희(김태리),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민희는 일본인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아 파격적인 노출 연기는 물론이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찬 받았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아가씨’가 초청됐을 당시에도 외신들은 김민희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 바 있다. 그 열기가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도 이어질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덕혜옹주' 손예진 올해만 벌써 여우주연상 트로피 3개를 싹쓸이한 손예진은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도 여우주연상 수상 1순위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에서 전형성에서 벗어난 모성애 연기를 보여주며 제25회 부일영화상, 제36회 영평상, 제1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선 ‘비밀이 없다’가 아닌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손예진이다. 제29회 청룡영화상에서 ‘아내가 결혼했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손예진은 청룡 2관왕에 이어 올해 여우주연상 4관왕을 노린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다. 손예진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격동의 역사 속에서 비운의 삶을 살았던 이덕혜를 연기하며 인생연기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다. 조선 입국을 거부당하자 광기 어린 모습으로 울부짖는 장면은 손예진의 연기내공이 이 정도였나 감탄하게 만들었다. 가히 올해는 손예진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최악의 하루' 한예리 1984년생으로 올해 33살인 한예리는 여우주연상 후보 중에선 막내이지만 연기력만큼은 절대 어리지 않다는 평가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다양성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한예리다.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저예산 다양성영화 ‘최악의 하루’(감독 권종관)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최악의 하루’는 늘 최선을 다하지만 최악이 되어버린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와 세 남자의 늦여름 하루의 데이트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한예리는 감정 과잉 없이 차분한 연기로 세 남자와의 난처한 로맨스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물론 ‘최악의 하루’가 크게 흥행한 것도 아닌데다 영화 자체의 인지도와 배우 한예리의 인지도 또한 타 후보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여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은 늘 이변이 있었다. 제25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얼굴없는 미녀’ 김혜수와 ‘주홍글씨’ 이은주, ‘인어공주’ 전도연을 누르고 ‘아는 여자’ 이나영이 여우주연상을 깜짝 수상한 바 있다. 제34회 청룡영화상은 가장 이견이 많았던 해로 ‘연애의 온도’ 김민희, ‘숨바꼭질’ 문정희, ‘몽타주’ 엄정화, ‘소원’ 엄지원 대신 ‘감시자들’ 한효주가 수상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35회에서는 영화 ‘한공주’의 천우희, 36회에서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이 저예산 다양성영화로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됐다. 흥행과 수상은 별개라는 청룡의 소신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예리 또한 수상과 거리가 멀다고는 할 수 없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제3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25일 금요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되며 이날 오후 7시55분부터 SBS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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