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엄지원, 공효진이 충무로 아재 과부하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의미 있는 한마디를 날렸다. 남성 배우, 스태프들의 끈끈한 연대 혹은 의리로 포장된 형님문화로 이뤄진 충무로에서 여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엄지원, 공효진이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는 충무로에선 보기 힘든 여성 감독 작품에 무려 여성 배우가 투톱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다. 상대적으로 소외 당하고 있는 여성 영화인에겐 ‘미씽: 사라진 여자’의 의미는 그만큼 남다르다.

해마다 수많은 영화감독 지망생들이 입시를 치르고 영화 전공을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강의실에선 비슷했던 여성과 남성 성비는 실제 현장으로 향해 갈수록 불균형의 극치를 달린다. 조명과 촬영 관련 스태프는 대부분이 남성이다. 여성 스태프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건 의상, 분장 그리고 스크립터가 대부분이다. 메가폰을 잡고 있는 이가 여성이면 ‘여(女)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남(男)감독이라고는 부르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공효진은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여자 감독의 현장은 더 각박하다. 페미니즘이 발동하고 독립투사처럼 싸우게 되는 부분도 있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여자 감독과 여배우 둘이잖나.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살짝 달랐다. 물론 촬영은 조화롭게 진행되긴 했지만, 처음엔 남자와 여자 스태프들의 이야기가 갈렸다”고 털어놨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딸 다은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의 이름과 나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단 충격적 진실과 마주한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5일간의 추적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성 스태프들은 ‘미씽: 사라진 여자’를 두고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라 칭했다. 지선과 한매는 여자로 보일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지선을 여성이기 전에 엄마라고 간주해버린 것. 하지만 여성 스태프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들은 ‘미씽: 사라진 여자’를 여자의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결국 공효진은 남성 스태프들을 이해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그러면서 “여자 셋이서 고생했다. 결국엔 영화가 잘 나와서 다행이다. 여성 파워를 보여주자고 하는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싸울 수밖에 없었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한 공효진이었다. 여성 감독뿐 아니라 여성 배우를 향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여배우는 영화의 꽃’이라는 말이 왜 아직도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 발언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여성 관객을 핑계로 ‘여배우 주연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고 말한다. 애초에 여성 관객에겐 남자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밖에 선택지가 없었음에도 말이다.

독보적 티켓파워를 지닌 손예진마저 여성 원톱 영화인 ‘덕혜옹주’에 제작비로 사비 10억 원을 투자했을 정도다. 그러면서 충무로는 잘나가는 남자 배우들 몇몇의 조합만 살짝 바꿔가며 ‘브로맨스’란 수식어로 포장한 영화를 수없이 내놓고 있다.

이에 엄지원은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브로맨스는 너무 많이 봤잖아요. 브로맨스 이제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나?”라며 “이젠 새로워질 때가 됐다. 매일 남자만 나오잖나. 그동안 워맨스가 별로 없었는데, 새로운 걸 해볼 때도 됐다. 왜 남자들끼리만 케미가 있겠나? 여자들끼리도 케미가 있다. 새로운 걸 해볼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투톱 영화인 자신의 출연작 ‘미씽: 사라진 여자’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겠지만, 그 안에는 뼈가 있었다.

또한 엄지원은 ‘미씽: 사라진 여자’를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유괴된 아이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엄마의 모성애를 그린 영화가 아니란 것을 강조했다. 엄지원은 “자극적인 모성의 정점을 찾아가는 영화였다면 출연할 이유도 없었다. 아이도 없는데 왜 엄마 역을 해서 내 이미지를 깎아먹겠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미씽’은 다른 지점의 이야기다. 모성으로 시작한 영화이지만 여성으로 끝나는 영화다. 엄마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을 향한 화두를 던지는 영화다”고 말했다.

여성 영화가 적은 만큼, ‘미씽: 사라진 여자’의 흥행 여부는 곧 여성 영화의 실패 혹은 성공으로 일반화될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그래왔으니 말이다. ‘미씽: 사라진 여자’ 지선과 한매를 위해, 여성의 이야기를 위해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한 엄지원, 공효진, 이언희 감독이 받아들 성적표가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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