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어쩌다보니 시국과 맞아 떨어진 걸까, 아니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까. 현실과 맞닿은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비리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들은 매주 토요일 광화문 거리를 채우고 있다. 시국이 뒤숭숭한 만큼, 극장가에선 어두운 영화보다는 오히려 코미디가 잘나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현실을 예견이나 한 듯, 현 시국과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가 겨울 극장가를 찾는다.
먼저 12월7일 개봉하는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초로 원전 폭발로 인한 재난 사고를 그린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담아냈다.
‘판도라’는 '연가시'로 재난 영화 흥행 맛을 본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4년간의 기획을 거쳤다. 여기에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이 출연한다. 이렇듯 ‘판도라’는 이름 값 있는 배우들이 출연을 결정했고, ‘변호인’ ‘7번방의 선물’ 투자배급사 NEW가 힘을 보탰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 폭발 위험성을 부각시킨 이 영화는 누군가의 심기를 거스르기에 충분했다. 실제 일부 공기업에서는 ‘판도라’ 촬영 섭외를 수락한 후 갑작스럽게 취소 통보를 하기도 했고, 예정됐던 투자도 갑자기 철회됐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말이다. 영화 후반작업을 이유로 촬영 후 개봉이 1년여 동안 지연됐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박정우 감독은 정권이 바뀌어야만 ‘판도라’가 개봉할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 마음을 내려놓고 있기도.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실제 대한민국에서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고, 최근엔 경주에서 지진까지 발생했다. 더 이상 대한민국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것을 국민들도 몸소 느끼게 된 것. 그렇게 ‘판도라’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특히 ‘판도라’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우왕좌왕 했던 탁상행정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대규모 재난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정부의 모습은 현실과도 무척이나 닮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제작 영화사 집)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파도 파도 계속해서 의혹이 터져 나오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현재 논란의 중심이라면, ‘마스터’는 억을 넘어 조 단위 사기사건을 담아냈다. 물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하기에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는 ‘마스터’ 홍보 문구가 무색해 보인다. 대신 현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스터’는 어떤 위기와 위협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진회장과 그의 배후 세력을 모조리 잡아들이려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의 집요한 추격으로 통쾌한 대리 만족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전할 예정란 것이다. 검사의 권력형 비리를 다룬 영화도 2017년 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바로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이 출연하는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이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더 킹’은 대한민국 권력자들의 민낯을 거침없이 들춰낼 예정이라고. 이 과정에서 검사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가 굿판을 벌이는 장면이 예고편을 통해 공개되자 이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영화에서는 말을 타는 장면도 등장한다고 하니 현실을 예견한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난해 11월, 영화 ‘내부자들’이 개봉하자 관객들은 현실을 너무 과장되게 그려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중을 개돼지로 여기는 권력자가 등장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모 일간지 주필의 접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실이 영화인 ‘내부자들’을 오히려 넘어서버렸다. 영화보다 더한 현실 속에서 현실과 맞닿은 영화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관객에게 너무나도 많은 숙제가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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