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김태윤 감독이 '재심'을 향한 웃지 못할 오해에 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만든 영화라는 설이다. 실화를 다루다 보니 이런 일도 있다.
15일 개봉한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형 휴먼 드라마다. 지난 2000년 8월 전북 익산 약촌 오거리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당사자 최 군과 그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가 모티브다.
해당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되면서 관심받기 시작했다. 사실 김태윤 감독은 그전부터 사건을 접하고 영화화를 준비 중이었다. 제작 과정에서 급격히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그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고. 김태윤 감독은 "처음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박준영 변호사나 최 군 쪽도 '관심이 없는데 영화로 만들어져도 되겠느냐'라고 할 정도더라"며 "근데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을 하더라. 당황스러웠다"라고 웃었다.
사실 '재심'은 시작부터 도박이었다.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서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재심 여부는 미정이었다. 아무리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이라 해도 최 군이 무죄가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태윤 감독은 "제약은 없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작에 돌입할 때쯤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을 확실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슛' 들어가기 전에 재심 청구가 됐다. 물론 무죄 판결이 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박준영 변호사가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영화 소재감이라고 생각했다. 거리낌이 없었던 이유다."
김태윤 감독의 전작은 '또 하나의 약속'(2013)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 벌어진 비극을 담았다. '재심'과 마찬가지로 실화다. 전작과 차기작이 모두 사회 부조리를 다룬 실화라니. 무언의 압력은 없었는지 궁금해진다.
"이 영화를 싫어할 사람들은 최 군을 살인자로 만들었던 경찰과 담당 검사, 판사들 정도가 아닐까. 물론 그분들을 내가 직접 뵙진 못했다. 촬영 중 소소한 방해는 있었다. 약촌 오거리에서 찍어야 하는데 헌팅이 어렵더라. 제작부가 사색이 되었길래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다른 장소를 찾자'라고 했다. 안티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전작에서 너무 세게 당했다.(웃음) 이젠 '뭐 그러세요'라고 생각한다. '불편하시려면 불편하세요'랄까. "
그렇다고 해서 '재심'이 사회고발물이란 뜻은 아니다. 이 영화는 엄연히 엔터테이닝을 위해 만들어졌다. 김태윤 감독은 "이 사회가 불합리하고 부조리하다는 건 모두가 안다. 굳이 영화로 '그렇지 않으냐'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너무 많은 뉴스가 있다"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중에는 박준영 변호사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재심 같은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어쨌든 재미있게 보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사실 '몇백만이 봤으면 한다'라는 목표는 세우고 싶지 않다. 그럼 좌절하게 된다. 그냥 순간순간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차기작? 이젠 꽃길을 걷고 싶다. 영화판에 들어와서 쉰 적이 없다. 이젠 휴식을 취하면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영화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작품 구상을 계속하는 직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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