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상륙했다. '너의 이름은.' 열풍에 힘입은 결과다. 하지만 비슷할 거라 여기면 안 된다. 훨씬 짙고 어둡다.
애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배급 삼지애니메이션)는 영원히 잠든 첫사랑을 구하기 위한 두 소년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일 연합군과 유니온으로 나뉘어 통치되는 일본이란 가상 세계관이 배경이다.
또한 지난 2004년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에게 '괴물 감독'이란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제59회 마이니치 영화 콩쿨 애니메이션 영화상, 도쿄 국제 애니메페어 2003 특별부문 표현기술상, 제9회 판타지아 영화제 베스트 애니메이션 영화부문 은상 등을 거머쥐었다.
주인공 히로키와 타쿠야는 유니온이 점령한 에조에 살고 있다. 이들은 어디에서나 보이는 드높은 탑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결국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해 해상 자위대의 무인 항공기를 개조하려 한다. 이들 사이에는 친구 사유리가 있다. 히로키와 타쿠야를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소녀다. 하지만 비행기를 만들던 도중 사유리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색깔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인물들이 바라보는 동경의 대상인 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덕이다. 창공은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다. 미지의 영역인 탑은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게 되는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푸른 들판과 공장, 연구소, 이들 사이에 위치한 탑 등은 영상미에 강한 그답다.
어떤 점에서는 '너의 이름은.'과 닮은 점도 있다. 10대 소년소녀들이 주인공이며, 꿈을 통해 인연을 이어간다는 설정이 그렇다 .헤어졌던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던 '너의 이름은.' 주인공들이 연상된다.
하지만 또 다른 '너의 이름은.'이라 여겨서는 안된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너의 이름은.'에 비해 훨씬 어둡고 불친절하다. 또한 아름다운 영상에 음악을 입혀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았던 '너의 이름은.'과는 달리, 이 작품의 전체적 정서는 훨씬 건조하다. 삭막한 느낌마저 준다. 풋풋한 청춘물을 떠올린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신카이 마코토 스타일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탑과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반영하는 물은 전작 '초속5센티미터'의 로켓발사대, '언어의 정원'에서의 비와 대치된다. 높은 퀄리티의 작화와 정교한 연출 역시 여전한다.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첫사랑의 기억과 지킬 수 없는 약속이 주는 아련함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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