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의 숙명은 변신이라지만, 고정된 이미지 탈피도 버거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한 작품에서 무려 24개의 얼굴에 도전한 이가 나타났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만난 제임스 맥어보이다.
영화 '23 아이덴티티'(배급 UPI코리아)는 23개의 다중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는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소녀들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해리성 인격장애를 가진 케빈 웬델에 대한 이야기다. 원제는 다중인격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스플릿(Split)'이다. 한국 관객을 위해 국내에서는 제목을 바꿨다.
모든 재앙에는 전조가 있기 마련이다. 불길한 예감과 원인 모를 사건들의 연속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3 아이덴티티'는 단도직입적이다. 케빈이 소녀들을 납치하는 장면이 오프닝에서 바로 등장한다. 이후 소녀들은 위치를 알 수 없는 방에 갇힌다.
소녀들이 마주한 건 케빈의 여러 가지 인격이다. 외향적 리더 성향으로 패션에 관심이 많은 배리, 변태적 성향에 강박장애를 가진 데니스, 여성의 모습을 한 패트리샤, 어린아이의 정신연령을 가진 헤드윅 등이 대표적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부터 알레르기 증상, IQ와 체력까지 차이가 난다. 말투는 물론 의상도 각각 특징이 분명하다. 쉽게 말해 MBC 드라마 '킬미, 힐미'(2015)의 영화판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케빈 웬델의 정신 속에서 동거 중이다. 다들 한 방에 놓은 의자에 차례대로 앉아있다. 주도권을 가진 자아가 되는 걸 '불빛을 차지한다'고 표현한다. 23명이 하나의 스포트라이트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이라니 상상만 해도 머리가 터져나갈 지경이다. 그리고 독립된 공간에는 비스트라 불리는, 절대 깨워서는 안되는 24번째 인격이 잠들어있다.
다중인격을 가진 케빈은 곧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력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는 성별부터 연령, 말투, 제스처까지 모두 다른 여러 인격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패트리샤의 가냘픈 손짓과 음흉한 웃음, 어린아이의 말투를 가진 헤드윅 등은 모두 그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특히나 한 인격에서 다른 인격으로 변환하는 장면이 일품이다.
하지만 제임스 맥어보이의 원맨쇼만이 '23 아이덴티티'의 전부는 아니다. 이 영화는 화려함 없이 전개와 연출의 힘만으로 관객을 홀린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소녀들이 갇힌 골방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물이다. '식스 센스'(1999)로 명성을 떨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이 탄생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실제로 제임스 맥어보이와 M. 나이트 샤말란의 만남은 흥행으로도 이어졌다. '23 아이덴티티'는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이는 역대 호러 스릴러 영화 중 무려 16년 만 최장기간 집권으로, 감독의 전작 '식스센스'를 잇는 기록이다. 돌아온 반전의 제왕 M. 나이트 샤말란과 한계없는 연기력을 입증한 제임스 맥어보이가 국내 관객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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