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빙'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빙'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스릴러로 돌아온 조진웅, 흥행 대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1일 개봉한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제작 위더스 필름)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승훈(조진웅) 둘러싼 심리 스릴러 영화다. '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의 복귀작이다.

극 중 승훈은 실패한 인생을 사는 내과의사다. 한때는 번듯한 병원도 갖고 있었다. 토끼 같은 자식, 여우 같은 아내도 함께 했었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이 덮치면서 그의 커리어와 가정은 박살이 났다. 그에게 남은 건 세 들어 살고 있는 좁은 아파트 뿐이다. 그는 강남 아닌 변두리에 있는 동료의 병원에서 월급쟁이 의사로 일하며 지질한 일상을 이어간다.

승훈이 주로 하는 일은 대장 내시경이다. '해빙'의 주 무대는 경기도의 한 신도시다. 10여 년 전 토막 살인마가 활개를 쳤던 곳이다. 병원이 드물기에 그가 근무하는 곳은 늘 성황이다. 승훈 역시 쉴 새 없이 환자들을 맞이한다. 그러다 자신이 세 들어 살고 있는 건물의 정 노인(신구)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정 노인은 자신이 연쇄살인과 관련이 있다는 자백 아닌 자백을 한다.

이후 승훈의 일상은 지옥 그 자체다. 모든 게 수상하다. 정노인의 아들이 성근(김대명)이 운영하는 정육점이 특히 그렇다. 그 집에 있는 검은 비닐봉지만 봐도 섬찟하다. 승훈은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며 피가 말라간다. 그리고 승훈과 정육점 부자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얼음이 녹은 한강의 수면 위로 목 없는 시체가 떠오르듯이.

영화 '해빙'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빙'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해빙' 에서 사건을 끌고 가는 실마리는 크게 두 가지다. 신원미상의 시체와 수면내시경 중 정 노인의 입에서 나온 살인 자백이다. 이수연 감독은 몇 년 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수면내시경을 하면 안 되는 이유'란 동영상과 얼음이 본격적으로 녹는 4월에 한강 수난구조대가 가장 많은 시체를 건진다는 기사를 결합해 심리 스릴러 '해빙'을 탄생시켰다.

영화는 승훈의 시점을 따라간다. 그가 본 허상을 제외하면 잔인한 장면이 그리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긴장감은 러닝타임 내내 유지된다. 상상의 여지가 있는 전개 덕분이다. 적절한 시점에서 조이고 풀기를 반복한다. 여기에 음산한 음악까지 더해진다. 또한 생고기를 씹어먹거나 정육점에 널브러진 동물 내장들, 수면내시경을 통해 보이는 환자들의 장기 내부 등은 섬뜩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조진웅의 열연이 눈에 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승훈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에 질려 이성을 잃고 무너진다. 조진웅은 극한의 감정연기로 관객을 승훈이 처한 상황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는 피폐한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무려 18kg을 감량했다고.

'해빙'은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한 작품이다. 전반부에 제시한 복선은 차곡차곡 쌓여 후반부에 놀라운 반전으로 이어진다. 한 번에 문이 닫히지 않는 낡은 냉장고마저 의미심장하다. 예측불허 전개가 더욱 쫄깃하게 다가오는 비결이다. 이쯤 되면 오랜만에 탄생한 웰메이드 스릴러라 칭해도 되지 않을까.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