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지난 3월 9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가 5월 14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재연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초연 캐스트 서범석의 출연과 홍광호, 김성철, 문성원 등 실력파 新캐스트의 합류로 개막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미스터 마우스'는 미국의 소설가 대니얼 키스의 스테디셀러 '앨저넌에게 꽃을(Flowers for Algernon)'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이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영화·드라마·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2006)으로 방송된 바 있으며, 공연으로는 2006년 초연과 2007년 재연을 통해 한국적 감성을 잘 담아내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웰메이드 뮤지컬로 등극했다.

중국집 짜짜루에서 일하고 있는 인후는 서른 두 살이지만 일곱 살 지능을 가졌다. 우연한 기회로 '뇌 활동 증진 프로젝트'의 임상실험 대상자가 된 인후는 수술을 통해 지능지수를 높인다. 배움의 기쁨과 이성에 대한 두근대는 감정을 느끼게 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 것 같았던 인후는 자신을 인간이 아닌 실험용 쥐로 여기는 차가운 현실과 잊고 지냈던 과거 기억들이 갑자기 떠오르며 혼란스러워한다. 지적 장애를 앓던 순수한 청년 인후가 IQ180의 천재가 되어 맞닥뜨린 현실과, 실패로 끝난 실험. '미스터 마우스'는 120분의 러닝타임 동안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수년 전 '미스터 마우스' 출연 제안을 받았던 홍광호는 직접 재공연과 출연을 제안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더불어 자신이 출연하는 회차 대부분의 티켓을 매진시키며 명실상부 흥행의 아이콘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홍광호의 저력은 무대에서 더 잘 느낄 수 있다. 그의 섬세한 연기력과 무섭도록 마음에 와닿는 가창력은 변해가는 인후의 모습을 빈틈없이 나타냈다.

홍광호는 서른 두 살의 신체로 일곱 살 지능을 가진 인후의 모습을 목소리 톤과 말투뿐만 아니라, 표정과 행동에 디테일을 입혀 섬세하게 표현했다. 인후가 '뇌 활동 증진 프로젝트'의 임상실험을 받으며 지능지수가 높아지는 장면을 순식간에 극적으로 표현해내는 부분은 단연 압권이다. 홍광호는 나비와 나방의 차이를 이누에게 설명하는 약 1분 정도의 짧은 시간을 통해 인후의 지능이 높아졌음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처럼 어눌한 목소리와 자유로운 손짓으로 설명하다가 점차 제 나이를 찾아가는 목소리와 걸음걸이는 단계적으로 인후가 지능이 좋아지고 있음을 나타내며 압축적이지만 동시에 직접 관객이 인후의 성장을 목격하게 한다. 이 장면은 나비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완벽히 외워낸 것보다 더 짜릿한 감동을 선사했다.

원작 '앨저넌에게 꽃을'은 워낙 다양한 장르로 각색됐기 때문에 주인공 인후가 표현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홍광호의 인후는 인간적인 모습이 강조됐다. 그런 모습은 인후와 강박사의 대립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인후는 자신을 한 명의 인간이 아닌 한 가지의 실험 결과로 대하는 강박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분노한다. 그는 "나는 인간입니다, 나는 당신의 생쥐가 아닙니다"라고 외치며 하나의 연구용 피조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한다. 강박사는 그런 인후에게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말하면서도 인후를 '일생을 노력을 바쳐 만든 최고의 인간이자 최고의 발명품'이라 생각한다. 두 사람은 엄청난 가창력으로 넘버를 주고받으며 감정의 대립을 드러내는데, 폭발적인 성량을 자랑하는 홍광호와 서범석의 갈등 고조는 마치 주고받는 목소리 속에서 불꽃이 튀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인후의 지능은 끝까지 유지될 수 없었다. 일곱 살 지능으로 돌아간 인후는 기억도 잃고, 뇌에 심한 손상을 입게 됐다. 힘든 경험을 겪어낸 인후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는 "신은 말이야, 나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반칙을 써서 잠시 다른 세상을 보여준 거야"라는 말로 후회하고 미워해도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끌어 안는다. 홍광호는 일곱 살 지능의 인후부터 스마트한 인후,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일곱살 지능의 아픈 인후까지 감정 기복이 큰 인물 표현을 세밀한 연기로 나타내며 완벽하게 인후의 슬프고 아름다웠던 삶을 표현했다. 몰입도 높은 연기에 눈시울이 붉어진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홍광호에게 찬사를 보냈다.

한편, 인후 역 홍광호·김성철, 강박사 역 서범석·문종원, 채연 역 강연정, 아버지 역 권홍석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5월 14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사진 제공=쇼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