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박근혜 탄핵이 아니었다면 과연 빛 볼 수 있었을까? 영화 ‘보통사람’ 이야기다.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의 명품 열연이 빛난 '보통사람'이 과연 1980년대 시대의 아픔을 통해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제작 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5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배우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지승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과 관련한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의 은밀한 공작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손현주, 장혁을 비롯해 김상호, 라미란, 정만식, 조달환, 오연아 등이 출연한다.
이날 김봉한 감독은 배경이 1980년대인 점에 대해 "요즘 만들어지는 80년대 영화들이 있는데, 손현주가 작품을 끝내고 2년이나 이 시나리오를 기다려줬다. 시의성 때문은 아니다"며 제목에 대해서도 "원래 다른 제목이 있었는데, 역설적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보통사람으로 사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1980년대에 보통사람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대통령이 된 분이 있지 않나. 그걸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김봉한 감독은 "197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연쇄살인마 사건 그리고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등 실제 사건을 가져왔다. 1970년대와 지금도 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든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이 있더라. 사회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사람'은 팩션이 맞다. 자세히 보면 이스터에그처럼 많이 숨겨 뒀는데 찾아보면 재밌을 것이다"고 전했다.
보통사람 성진을 연기한 손현주는 자신이 생각하는 보통사람의 정의는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얼굴로 말씀을 드리면 여기서 장혁 말고는 다 보통사람이 아니냐"며 "조달환, 지승현, 정만식, 나는 거기서 거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손현주는 "처음 김봉한 감독과 이야기를 했을 때는 원래 1970년대가 배경이었다. 정확히는 1975년도다. 근데 여러가지 회의를 거치고 의논을 하면서 80년대로 바뀌었다"며 "내가 그간 스릴러를 몇개 했다. 그래서 스릴러를 많이 한 걸로 아시더라. '보통사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2017년에 1980년의 상황을 그려보면 어떨까 싶더라. 그때 아버지가 지금의 아버지와 다를바가 있을까 싶었라. 그닥 다를 바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기부 실장 규남을 연기한 장혁 "배역은 미워하되 배우는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의도를 갖고 말투를 천천히 한 건 아니다. 감정을 갖고 간 신은 두 번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감정을 빼고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자신을 가르쳤던 서울대 교수에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때와 검사에게 세상은 그런 거라고 말할 때는 그냥 이야기를 툭툭 던졌다. 그 밖엔 속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듯한 말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혁은 "1980년대엔 나도 초등학생이었다. 그냥 친구들과 아무것도 모르고 놀던 나이었다. 뉴스를 보는 나이도 아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며 공감했던 건 바나나였다. 저거 하나를 먹기 위해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시절이었다"며 "막상 시나리오를 받고 1980년대로 돌아가서 규남을 연기해야 했기에, 그 당시 책을 찾아봤다. 독선적인 벽 같은 느낌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시대와 상관 없는 그런 인물을 생각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취재기자 추재진 역을 연기한 김상호는 "이상호 기자가 소속 방송사에서 몇 번의 해고를 당했고, 결국 마지막엔 방송국을 나왔다. 되게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추재진 기자 또한 답답하고 화가 난 상태라서 이상호 기자가 떠올랐다. 그 사람이 정치인을 인터뷰했을 때,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공개했다.
살인범에서 연쇄살인범으로 조작된 인물을 연기한 조달환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극 중 맡은 역할이 사람을 한번 죽인 건 맞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과 그런 것들이 있었다. 나도 사실 형과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도 실제 교도소에 있거나 하지 않았을까. 나 또한 극중 인물처럼 국가가 만든 사건 속에 빠져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74kg이었는데 66kg 정도까지 살을 뺐다. 캐릭터보다 살을 빼는 게 힘들었다. 빈혈 때문에 기절하고 헛것이 보이기도 했다"고 체중감량 고충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김봉한 감독은 장혁이 연기한 안기부 실장 규남 역이 현재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사실 투자도 힘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영화를 촬영할 땐 안기부 실장 규남 역에 떠오르는 인물이 지금의 상태도 아니었다. 손현주 덕분에 그나마 어떻게든 끌고 온 거다. 오해하진 않았으면 한다"며 "그래도 우연히 일치하는 게 있더라. 최규남이 곰탕을 주문해서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안 보여준 게 다행이다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김봉한 감독은 "장혁이 연기를 너무 잘한 것뿐이다. 오해 말라"고 말했고, 장혁은 "정말 두려웠다. 내가 맡은 역할 자체가 조선시대, 고려시대, 500년 전, 1000년 전, 500년 뒤에도 있었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지 않나. 그래도 누군가를 성대모사를 한 건 아니다. 누군가를 모티프로 연기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통사람’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