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액션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 갈 준비를 마쳤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빼어난 영상미는 덤이다.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공각기동대',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엘리트 특수부대를 이끄는 리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가 세계를 위협하는 테러 조직을 쫓던 중 잊었던 자신의 과거와 존재에 의심을 품게 된 후 펼치는 활약을 담은 SF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원작의 실사판이다.
앞서 '공각기동대'는 화이트 워싱(Whitewashing) 논란에 휩싸였다. 원작의 설정을 무시하고 백인만 캐스팅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관행을 일컫는 말이다. '공각기동대'는 일본 만화가 바탕이기 때문에 동양인 배우가 메이저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백인인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공각기동대'는 이러한 선입견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대형 물고기와 사람의 홀로그램이 떠다니는 대도시, 로봇의 골격과 인간의 혼을 가진 사람들, 사람의 형상을 했으나 탈인간의 방식으로 전투를 펼치는 로봇 등은 아름답다 못해 괴이하다는 인상을 준다. 누구나 그리던 미래를 이토록 이색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니. 설정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충격적인 비주얼인 것만은 분명하다. 화려한 색감과 빼어난 영상미로 인정받는 루퍼스 샌더스 감독의 장기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물론 주요 배경은 현대와 미래가 뒤섞인 일본의 대도시를 연상시키고, 몇몇 등장인물들은 일본의 전통복장을 입고 있다. 특수부대 내 주요 배역들 역시 일본 배우가 맡았다. 게이샤의 형상을 한 로봇도 등장한다. 일본어 대사도 많다. 하지만 '공각기동대'의 보다 정확한 배경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적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계다. 또한 메이저가 인간의 뇌를 가졌을 뿐, 머리부터 발끝까지 로봇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그가 백인이어도 딱히 이상하진 않다. 후반부 결말 역시 메이저가 동양인이 아닌, 타인종이기에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공각기동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매특허 화려한 볼거리가 특징이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블랙위도우 역으로 탁월한 액션을 보여준 바 있는 스칼렛 요한슨은 이번에도 관객의 기대에 부응한다. 그는 보다 강력한 액션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마냥 때려 부수고 파괴하는 가벼움은 아니다. 묵직한 메시지도 있다. 메이저는 인간의 정신과 기계의 신체를 가진 자신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그가 진짜 이름과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바로 '공각기동대'의 골자다. 자신의 뿌리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건 그가 인간의 정신을 가진 로봇이기에 가지게 되는 딜레마다. 기억마저 해킹을 통해 환상과 꿈으로 조작이 가능한 세계라면 더욱 그렇다.
분명 '공각기동대'는 왜색이 짙은 작품이다. 하지만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근본적인 설정과 전개는 할리우드 히어로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국은 주어진 운명과 스스로 선택하는 운명이란 두 가지의 기로에 놓인 존재의 이야기다. 과학기술과 결합한 상상력이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미래 지향적인 비극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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