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필모그래피에 부끄럽지 않은 영화가 될 수 있을까요?" 배우 천우희(30)가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제작 인벤트스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여자, 정혜'(2005) '멋진 하루'(2008) '남과 여'(2016)를 연출한 이윤기 감독의 신작이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와 그의 눈앞에 나타난 여자 미소(천우희)의 이야기다.
극 중 천우희는 1인 2역을 맡았다. 교통사로고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와, 영혼이 되어 강수의 곁에 맴도는 미소다. 같은 사람인 것 같지만 인물의 결이 극과 극이다. 공교롭게도 천우희는 이 '영적인 존재'와 연이 깊다. 그는 전작 '곡성'(2016)에서 무명 역을 연기했다. 극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수호신에 해당하는 존재다. 신비롭지만 어딘지 모르게 음산했다.
하지만 '어느날' 속 미소는 무명과는 정반대 편에 서있다. 사람이 아닌 존재지만 오싹하지 않다. 거침없고 밝고 당당하다. 영혼으로 보는 새로운 세상을 신기해하는 어린아이 같은 면도 있다. 선입견도 편견도 없다. 덕분에 강수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 그를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고민과 아픔도 있다. 특이한 존재지만 그 나이대 여자와 다를 바 없다. 이는 강수가 미소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 무거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천우희는 '어느날'로 발랄하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입을 예정이다.
천우희가 미소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건 딱 한 가지다. "그 누구도 아닌 천우희스러울 것!" 그가 '어느날'의 미소를 받아들인 이유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남들이 다 예상하는 뻔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그건 천우희가 아니다.
사실 '어느날' 속 미소의 첫 설정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천우희 역시 언론시사회에서 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어느날'의 미소의 여리여리한 모습이 낯간지러웠다"며 "기존 판타지 속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더 발랄하고 친근한 느낌으로 연기했다. 나답기를 바랐다"고 했다. 이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영혼의 존재 미소가 탄생했다. 막연히 밝고 사랑스러움이 전부가 아닌, 천우희만이 할 수 있는 연기다.
강한 도전의식은 천우희를 충무로 유망주로 만든 원동력이다. 실제로 '어느날' 시사회 날 그의 소속사 관계자의 물음은 독특했다. "이 영화가 흥행할까요?"가 아닌 "부끄럽지 않은 영화가 될 수 있을까요?"였다. 배우 천우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반짝 인기에 연연하기 보다 길게 보고 가겠다는 것.
앞서 천우희는 영화 '써니'(2011)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어 집단 성폭행 피해 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한공주'(2014)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한공주'로 디렉터스 컷 어워즈 여자 신인연기자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올해의 영화상 여우주연상,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그야말로 2014년은 천우희의 해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천우희는 여전히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다. 그가 작품을 택하는 기준은 흥행이나 비중이 아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어느날' 역시 새로운 천우희를 만날 수 있기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부지런히 자신의 영역을 확장 중인 천우희, 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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