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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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정동화,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한다. 굳건하게 중심을 잡고, 여유를 찾는다. 자기 생각을 표현할 때는 말을 비틀거나 왜곡하지 않는다. 솔직한 의견은 항상 아슬아슬함을 초래하지만, 15년 차 배우의 노련함은 숨길 수 없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철시킨다. 그 올곧은 매력은 무대에서도 발산된다. 어느 곳에서 어떤 역할로 만나도 정동화의 캐릭터는 흔들리지 않는다.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는 뮤지컬 배우 정동화와 헤럴드POP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정동화는 지난 3월 21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개막한 연극 '프라이드'에 올리버 역으로 출연 중이다. 1958년 과거와 2017년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프라이드'는 두 시대를 살아가는 필립, 올리버, 실비아를 통해 성(性)소수자들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에 관해 이야기한다.

정동화는 2015년 '프라이드' 재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올리버로 돌아왔다. '프라이드'가 매력 넘치는 작품이긴 하지만,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다가서기 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정동화가 다시 올리버로 무대에 선 이유가 궁금했다.

“’프라이드’가 삼연을 맞이했다. 기념비적인 느낌이 있어서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일정이 빡빡했는데 출연진을 보니 ‘페스티벌’ 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더 끌렸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보다 ‘다 같이’ 참여하는 의의가 컸다.”

사진=민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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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했던 캐릭터와 작품이 주는 익숙함이 있을 것 같지만, 정동화는 "한 번 했던 작품을 다시 하는 것은 도전"이라 말한다. 그 이유는 전에 보여줬던 것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2017 '프라이드'에 참여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한 가지도 '도전에 대한 욕심'이었다는 정동화에게 돌아온 소감을 물었다.

“예전보다 작품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무대에 서는 것에 조금 더 안정감을 느낀다. 관객의 시각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느낀다.”

2년 전 올리버를 처음 만난 정동화는 연기하면서 많은 고민을 겪었다. 연습을 거듭하며 올리버에 대한 시각이 변한 바 있던 그. 과연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올리버는 정동화에게 어떤 모습일까.

“작품에서 성(性)을 다루지만, 그걸 떠나서 올리버의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외롭기도 하고, 자신을 계속 이끄는 무언가가 있는데 이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올리버가 가진 여러 가지 감정들이 나에게 공감이 됐고, 인물을 더욱 안정감 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1958년과 2017년을 오가는 '프라이드' 속 인물들은 과거와 현재에서 지닌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변했지만, 내적으로는 연결된 부분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쉽게 찾아지는 이런 의미가 어떤 이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두 시대를 투영하는 한 명의 인물을 만들기 위해 정동화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대사와 제스처다.

"올리버의 대사와 제스처에 두 시대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내가 굳이 특별한 연기를 하지 않아도 관객이 눈치 채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7년의 올리버의 제스처를 보고 '어? 1958년도의 올리버도 아까 그 제스처를 했는데?' 혹은 '그 대사 했는데?' 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맞닿아있는 지점의 대사들을 최대한 비슷하게 말하려고 한다."

사진=민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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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화가 맡은 올리버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1958년에는 젠틀하고 담담하지만 심지가 굳고, 2017년에서는 가볍고 경쾌하면서 귀엽다. 그렇지만 한 인물이면서 다른 시대에 공존하고, 또 다른 성격을 지녔기에 표현하기에는 간단하지 않다. 정동화는 과거와 현재가 다른 올리버에 대해 재연 때부터 많은 고민을 해왔다.

"올리버의 과거와 현재가 다르다. 2017년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방방 뛰고 캐주얼하지만 그 안에서 진지한 메시지를 전할까 고민했다. 1958년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걸 무겁지 않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예전에는 1막 5장에서 올리버를 대할 때 조금 더 감정이 앞서 있었다. 연출과 '제정신이 아닌 상태이니 감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온전한 정신일 수가 없을 것'이란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재연 때는 그런 부분을 나름 많이 표현하려고 했는데, 이번 과거에서는 안에서도 조금 편해질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한다. 우리가 사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숨을 돌리는 한순간은 있잖나. 당시에는 이런 찰나에 대한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 상태나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하고 싶었다."

이번 '프라이드'에는 초·재연에서 활약을 펼치며 작품의 인기를 이끌었던 배우와 더불어 새로 합류한 배우까지 축제 같은 배우 라인업이 구축됐다. 올리버 역에는 정동화를 비롯해 오종혁·박은석·장율·박성훈까지 총 다섯 배우가 함께한다. 정동화의 올리버에서 꼭 놓치지 말고 봐야 하는 부분을 물었더니 그는 "졸지만 않으시면 좋겠다"면서 웃어 보였다.

"정말이다. 보면서 졸지만 않으시면 좋겠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라 보는 분도 힘드시니까(웃음). 나는 2017년 현재의 올리버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과거에서도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지만, 현재 일어나는 이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역사나 과거가 되풀이된다는 말도, 지금 현재 이들의 모습에서 어쨌든 우리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괜찮아 질 거야'라는 메시지는 과거에서 보내는 것보다 현재에서 전하는 것이 관객에게 더 와닿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그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인터뷰②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