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후' 포스터
영화 '그 후'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홍상수 작품들 중 가장 가볍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홍상수의 21번째 장편영화 ‘그 후’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 세계가 어렵게 느껴진 관객들조차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이번에는 무게감을 과감히 덜었다.

‘그 후’는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 분)의 아내(조윤희 분)가 첫 출근한 출판사 직원 아름(김민희 분)을 남편의 내연녀로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작품.

하루를 시작하려는 봉완의 모습을 비추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봉완은 간단한 반찬과 함께 홀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고, 그의 곁에 아내가 다가온다. 무미건조한 대화를 나누다 아내는 “여자 생겼지?”라고 묻고, 소탈하게 웃던 봉완이 허탈한 듯 웃는다. 같은 웃음이지만, 상반되게 표현돼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에게 다른 여자(김새벽 분)가 있음을 보여준다. 운영하는 출판사 여직원이다. 이후 그 여자는 떠나고, 빈자리에 아름(김민희 분)이 첫 출근하게 되면서 네 사람이 묘하게 얽혀있음을 알린다.

‘그 후’는 불륜을 남자와 내연녀의 시점, 불륜 당사자와 제3자의 시점,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시점으로 나누어 그린다. 특히 봉완의 현재 모습과 봉완이 내연녀와 함께 했던 같은 동선의 순간을 교차하며 보여줘 독특하다. 종종 클로즈업을 하며 관찰하는 듯한 홍상수 감독 특유의 분위기 역시 잘 살아났다.

영화 '그 후' 스틸
영화 '그 후' 스틸

영화에 대해 ‘남편의 내연녀로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라고 표현한 만큼 한 편의 시트콤 같이 곳곳에 유머가 가벼운 톤으로 배여 있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 그것과 어울리지 않는 대사들은 폭소를 이끌어낸다. 더욱이 아름이 첫 출근한 하루 동안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흥미롭다.

봉완이 목주름 없는 비결이 유전이라고 너스레를 떨거나, 내연녀가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영국에 있다고 수습하는 등 권해효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웃음이 절로 나게 만든다. 이처럼 권해효는 아내, 내연녀, 여직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을 표정과 말투 등으로 섬세하게 표현해 그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비겁한 남자임에도 불구 밉지가 않다. 권해효의 힘이다.

김민희 연기력 역시 이번에도 물오를 데로 올랐다. 불륜을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 눈을 흘기는가 하면,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언성을 높이는 등 김민희의 잔뜩 화난 새로운 모습에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다. 또 수수한 옷차림과 질끈 틀어 올린 올림머리를 했음에도 불구 흑백 속에서 빛이 난다.

무엇보다 ‘그 후’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인 만큼 보편적인 대중영화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기존 작품들에 비해서는 꽤 친절하다. 홍상수 감독만의 유머가 그대로 녹아 있어 유쾌하기도 하다. 이에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 중에서는 제일 가볍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가운데 “공과 사를 구분해라”, “우리만 정말 사랑하면 아무 것도 두려운 게 없다”, “우리 사랑만 하다 죽어요” 등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실제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대사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세상을 향한 외침일까. 개봉은 오는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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