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아픈 역사를 당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영화가 탄생했다. 감정 절제로 오히려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린다.
영화 '포크레인'(감독 이주형/제작 김기덕필름) 언론배급시사회가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려 이주형 감독이 참석했다.
'포크레인'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 진압에 동원됐던 공수부대원 '김강일'(엄태웅)이 퇴역 후 포크레인 운전사로 살아가던 중,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20여 년 전 묻어두었던 불편한 진실을 좇아가는 진실 추적 드라마. '붉은 가족'으로 제26회 도쿄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차세대 시네아스트 이주형 감독이 두 번째로 김기덕 감독과 협업을 이뤄 더욱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날 이주형 감독은 "5년 전부터 김기덕 감독님이 준비한 작품이다. 들어가기가 힘든 작품이라는 걸 알고 계셨는데, 이 시기에 마땅히 나와야 하는 이야기라 시나리오가 나한테 왔을 때 힘을 얻었다. 무조건 완성할 수 있다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붉은 가족' 이후 또 김기덕필름과 작업하게 된 것에 대해 "'포크레인' 시나리오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내가 하면 잘 맞겠다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주셨다. 내가 만들었던 작품들이 연관돼 있다. 감독님께서도 내게 이 아픔을 분명히 잘 표현할 거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한마디에 움직이게 됐다"고 이유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주형 감독은 "2~3월에 12회차라는 힘든 스케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200% 이상 잘해주셨다고 생각했다"며 "배우들, 스태프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다"고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포크레인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설정은 판타지적이다. 포크레인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다"며 "탱크의 궤도와 닮아있지 않나. 거친 상처를 내면서 과학적이기도 하면서, 연민이 느껴졌다. 숨기고자 했던 진실을 꺼내기도 하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빛 바랜 포크레인과 질감이 어울렸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이주형 감독은 '택시운전사'와 비슷한 소재인 것에 대해 "지난 정권에 했어도 좋았을 것 같긴 하다. '화려한 휴가', '26년' 등 많은 영화들이 이 소재를 다뤘지만, 전두환 대통령이 회고록을 내는 시점에 우리가 더 각성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 소재를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며 "피해자, 가해자의 양벽을 없애고 싶었다. 이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시대이지 않나 싶다. 조금 더 성숙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모두가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간 냉철한 캐릭터 해석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찬을 받아온 배우 엄태웅이 '포크레인'의 주연을 맡았다. 이에 이주형 감독은 "끝없이 엄태웅에게 계속 제의를 하고, 설득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힘든 시기라 고민이 많았을 거다. 거절도 여러 번 했었다. 기다리는 시간도 꽤 길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 엄태웅의 복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열정이 모였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포크레인을 아무 말 없이 연습을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문자로 보냈다. 기쁜 회답이었다. 그리고 시작됐다. 이후 열심히 연습했고, 대역 없이 촬영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특히 엄태웅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많은 배우를 포크레인에 대입해 봤다. 하지만 그 어떤 배우도 어울리지 않았다"며 "한마디로 내가 엄태웅에게 꽃힌 것 같다. 엄태웅만이 '포크레인' 속 주인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이어 "내적 표현이 필요하고, 아픔을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대신 표현을 많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깊숙한 곳에서 뭔가 우러나길 바랐다"며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고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이주형 감독은 "사실 어려운 영화였다. 많은 관을 잡는 상업영화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픔을 겪은 분들이 서로 다툴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아픔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크레인'은 진실에 대한 답을 얻고자 여러 인물을 대면하며 여정을 이어가는 독특한 서사구조와 그동안 어느 누구도 조명하지 않았던 실재 사건의 또 다른 주인공들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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