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 포스터
영화 '군함도'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감성팔이 국뽕영화’가 아니다”라는 말이 맞았다.

‘군함도’ 소재, 제작비 250억 투입, 류승완 감독의 연출,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의 출연 등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군함도’가 드디어 공개됐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1945년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을 당하고 죽음을 맞았던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로 류승완 감독이 새롭게 창조했다.

깊고 깊은 탄광 속으로 들어가는, 또 그 속에서 석탄 채굴 작업에 노동을 착취당하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시작부터 비춰주며 울분을 느끼게끔 한다. 더욱이 오프닝을 흑백으로 처리해 집중도를 높인다.

이후 영화의 주배경이 되는, 실제 ‘군함도’와 비슷하게 구현한 세트는 극의 리얼리티를 살린다. 지옥계단을 비롯해 일본인과 조선인의 거주구역, 탄광 내외부 등을 섬세하게 완성시켰다.

영화 '군함도' 스틸
영화 '군함도' 스틸

‘군함도’는 모두가 ‘이런 영화일 것이다’고 예상한 전개로 극이 흘러가지 않는다. 참신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숨겨진 진실인 ‘군함도’에서 희생된 조선인들의 강제 징용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 물론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해야 하는 모습도 담아냈지만, 오히려 그것보다는 각기 다른 사연으로 ‘군함도’에 끌려오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황정민은 딸과 함께 ‘군함도’로 오게 된 악단장 ‘이강옥’ 역을 맡아 강한 생존력을 지닌 모습을 보여준다. 미워할 수 없는 능청스러움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딸 ‘소희’ 역의 김수안과 티격태격 부녀케미를 완성하며 묵직할 것만 같은 영화에 쉼터를 마련한다. 지난해 ‘부산행’으로 극찬을 받은 김수안의 연기는 더욱 물이 올랐다. 대선배 황정민 옆에서도 기죽지 않고 깊은 연기력을 발휘,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돕는다.

소지섭과 송중기는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멋지게 그려진다. 소지섭은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으로, 송중기는 강한 의지와 신념을 바탕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박무영’으로 분했다. 두 사람 모두 강한 남성미를 발산, 여성 팬들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하다. 특히 송중기는 알려진 것보다 중요한 키포인트 역할로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말년’ 역을 맡은 이정현 역시 강인한 조선의 여인상을 잘 표현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영화 '군함도' 스틸
영화 '군함도' 스틸

그러나 소지섭 캐릭터와 이정현 캐릭터 사이 흐르는 묘한 기류는 다소 억지 설정 같아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이러한 가운데 인물들을 다룬 방식이 흥미롭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삼기는 했지만, 당하는 조선인, 괴롭히는 일본인처럼 딱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았다. 오히려 국적과 상관없이 다양한 인간 군상을 구축, 조선인들 간의 내분에도 큰 비중을 뒀다.

이 영화의 명장면은 조선인들의 탈출 시퀀스. 이 장면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을 응축시켰다. 약 한 달 반 동안 총 30회차에 걸쳐 촬영할 만큼 공을 들였다. 역할의 크기를 떠나 모든 배우들의 투혼도 굉장하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탈출을 위해서만 달려와 중간 중간 맥이 끊겨 감정을 극대화로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만큼 류승완 감독 특유의 색깔 없이 아픈 시대극과 통쾌한 복수극 사이에서 갈 곳을 잃는 바람에 조선인들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기지 못해 아쉽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치우치지는 않더라도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 덜어내고, 역사의 비극에 더 집중했다면 울림을 보다 진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듯하다.

그럼에도 주조연, 단역들을 비롯한 배우들, 그리고 제작진의 빛나는 협업만큼은 피부에 와닿는다. 무엇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인 ‘군함도’를 세상 밖에 끄집어낸 류승완 감독의 용기 자체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개봉은 오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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