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이아이피' 포스터
영화 '브이아이피'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박훈정 감독이 범죄물의 판을 한층 더 키웠다.

‘부당거래’ 각본, ‘신세계’ 연출의 박훈정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야심작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

이 영화는 한국 최초로 ‘기획 귀순’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지금에는 낯선 단어일지 몰라도, 냉전 시대였던 80~9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흔한 일이었다. 이처럼 분단국가라는 특성을 활용한 덕에 범죄물 하면 당연히 등장할 법한 조직 폭력배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아 신선하다.

특히 프롤로그, 용의자, 공방, 북에서 온 귀빈 VIP, 에필로그 등 5가지 챕터로 나눈 채 극이 흘러가 사건일지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이에 사건의 후일담을 보는 듯하다. 시작을 프롤로그로 열어 호기심을 자극한다면, 끝인 에필로그로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설명해야 하는 정보가 많은 작품인 가운데 이와 같은 챕터 구성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 '브이아이피' 스틸
영화 '브이아이피' 스틸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분), 경찰청 형사 ‘채이도’(김명민 분), 보안성 요원 ‘리대범’(박희순 분)이 VIP ‘김광일’(이종석 분)을 두고 벌이는 집요한 공방전이 ‘브이아이피’의 핵심이다. 세 명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한 명을 쫓는다는 설정은 꽤 흥미롭다. 기관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딜레마는 향후 전개를 예측불가하게 하며, 극에 빠져들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브이아이피’가 매력적인 건 네 배우가 한 장면에 담긴 경우는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 각각의 인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묘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박훈정 감독은 ‘신세계’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들 간 관계를 잘 활용했다. 이들 사이 존재하는 긴장감은 몰입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또 반가운 건 김명민의 날 것의 연기다. 욕, 담배를 입에 달고 있는 형사 그 자체로 거듭난 김명민은 세 캐릭터와 대면할 때마다 다른 색깔을 보여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동건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모습을, 박희순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영화 '브이아이피' 스틸
영화 '브이아이피' 스틸

타이틀롤인 VIP ‘김광일’로 분한 이종석은 역대급 변신을 꾀했다. 생애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것. 기존 악역들과는 달리 소년스러우면서도 우아하게 접근, 이종석표 악역을 완성시켰다. 더욱이 그가 아무 일도 없는 듯 해맑게 웃을 때면 분노가 치솟는다. 선배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다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사람이 죽는 과정이나, 죽은 모습은 처참할 정도로 리얼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여성을 상대로 하는 범죄의 세밀한 묘사는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운 분위기로 채우지 않았다. 중간 중간 피식거릴 만한 대화는 분위기 전환을 시켜주는데, 이는 신의 한 수다. 뿐만 아니라 모그 감독의 음악은 ‘브이아이피’에서도 단연코 빛난다. 음악으로 영화의 매력이 한층 더 살아났다.

이처럼 박훈정 감독은 또 한 편의 웰메이드 범죄물을 탄생시켰다. 물론 멋스럽게 힘준 스타일리시한 느와르를 기대한 관객들이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국가 기관간의 정치 싸움이다 보니 ‘신세계’처럼 세련미는 없는 것. 대신 사실성에 기반해 여느 범죄물과는 확연히 차별성을 띤다. 개봉은 오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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