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소설과 같은 듯 다른 맛”
‘믿고 보는 천만 배우’ 설경구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배우인생에 있어 가장 강렬한 변신을 꾀했다. 그는 극중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 역을 맡았다. 이에 설경구의 또 다른 인생 캐릭터가 탄생했다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에서는 원작과 달리 ‘병수’의 살인에 분명한 이유가 부여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설경구는 이런 설정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쉽게 가능했다고 밝혔다.
“소설 그대로 들고 오면 사이코패스이지 않나. 그랬다면 헷갈려서 머리 터졌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살인에 대한 이유를 주니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그게 또 딸을 지켜야 하는 정당성까지 가는 힘을 만들어줬다. 감독님께서 ‘병수’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이유를 부여해준 것 같다.”
이어 “극 중반부터는 딸을 향한 감정에 집중된 것 같다. ‘민태주’(김남길 분)가 등장,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딸을 걱정하지 않나. 그때부터 엔딩까지는 오로지 ‘은희’에게만 감정을 쏟아부었다”고 설명했다.
‘충무로 고무줄 몸무게’로 통하는 설경구는 이번에도 극한의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캐릭터상 분장보다 스스로 늙어가는 방법을 택했던 것.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설정을 위해 눈 경련까지 세심하게 표현해냈다.
“‘나의 독재자’ 때 이미 노인 역할을 해봐서 특수분장은 반대했다. 막판에 목 부분만 특수분장을 하다가 그것도 패스했다. 건조한 캐릭터를 위해 찌는 모습보다는 쫙 빠진 모습이어야 할 것 같아서 ‘한 번 늙어보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병수’가 되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하. 경련 역시 쉽지 않았다. 모아 모아 찍었다. 소설에서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기억을 잃어간다는 사인의 의미라 꼭 필요했다.”
그러면서 ‘살인자의 기억법’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배우로서의 삶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될 만큼 중요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늘 보여주던 설경구를 써먹었는데 지겹다는 평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 역시 왜 피로감이 없었겠나. 고민만 하고 답은 없다가 ‘살인자의 기억법’을 만났다. 그런 의미에서 어려우니깐 오히려 재밌을 것 같았다. 내 고민을 들어줄 것 같은 영화는 아니지만, 나를 고민하게 만들 것 같았다.”
아울러 “이때부터 얼굴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단순히 쪘다, 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병수’는 어떤 얼굴을 갖고 살고 있을까가 되게 궁금했다. 캐릭터의 얼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그 연장선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었다. 이처럼 독특한 걸 찾게 되면서 일반적인 캐릭터가 오히려 어렵게 됐다. 그러니깐 캐릭터가 세진 것 같다”고 전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소설과 같은 듯 다른 맛이다. 같은 맛이었으면 매력 없었을 거다. 시나리오 고치면서 바뀌고, 콘티 작업하면서 또 바뀌고, 현장에서 또 바뀌었다. 소설 갖고만 영화 만들었다면 영화적 보는 재미는 없었을 텐데 소설에 영화적 상상이 가미돼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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