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잔잔한 울림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영화 ‘가을 우체국’은 스물아홉 수련에게 물든 애틋하지만 붙잡을 수 없는 사랑과,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남자 준의 풋풋한 첫사랑을 동화 같은 로맨스로 그려낸 작품으로, 2017 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며 당시 관객들에게 ‘어른 동화’라는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냈었다.
영화는 수련 역의 보아가 지내는 작은 시골 마을의 풍경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친척 관계이거나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조그마한 시골. 이곳의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수련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마음으로 자연과 이야기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알았던 아버지(오광록 분)에게서 물려받은 감수성이 그것이다.
죽은 아버지에게서 이러한 감수성을 물려받은 수련은 꽃들의 속삼임에 귀를 기울이거나, 꿈과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며 마치 시인과 같이 세상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곁에는 준(이학주 분)이 있다. 16살부터 10년 동안 수련를 사랑해온 준. 26살이 되면 수련과 함께 마을을 떠나 살겠다는 일념 하에 아득바득 돈을 모으던 준은 어느 날부터 자신을 밀어내려고만 하는 수련의 행동에 당황해한다.
그렇게 멀어지려고 하는 수련과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는 준.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감수성이 깃든 극의 분위기에 맞게 잔잔하고 그리고 또 느리게 흘러간다. 허나 그런 느린 템포의 극에도 동네 어르신 역의 임현식과 우체국장 종석 역의 조희봉이 간간히 웃음을 넣어주며 지루함을 잡아낸다.
느리고 담담하게 그려내는 시적인 로맨스. 이런 매력을 가진 ‘가을 우체국’이 품고 있는 특별함은 바로 보아의 첫 번째 로맨스 연기 도전이라는 점이다. ‘메이크 유어 무브’(2014), ‘빅매치’(2014)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치른 보아는 이후 JTBC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런 보아는 이번 ‘가을 우체국’에서 깊이 있는 감정선을 가진 멜로를 그려냈다. 신예 이학주와 함께 만들어내는 이 가슴 절절한 로맨스는 충분히 가을의 감성을 느끼게 만든다.
허나 ‘가을 우체국’은 느리고 담담한 극의 성격 탓에 인물들이 가지는 감정선에 빠르게 이입하지 않으면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핸디캡을 가진다. 또한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구성과 자주 사용되는 플래시백들 역시 ‘가을 우체국’이 가지는 약점이다. 하지만 인물들이 그려내는 섬세한 감정의 결들과 대사들이 주는 울림은 충분히 작품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사랑과 죽음, 또 자연과 같은 삶의 의미 있는 가치들을 조명하며, ‘가을 우체국’은 잔잔한 파동과 같이 관객의 마음속에 퍼져나간다. 스산한 가을, 따뜻한 온기를 가진 영화로 관객들의 마음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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