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정지우 감독이 섬세한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량을 한껏 발휘했다.
영화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최민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 영화는 “돈이 곧 진심”이라고 믿는, 돈, 권력, 사랑까지 모든 걸 쥔 한 남자가 약혼녀가 살해당하는 사건을 경험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딸이 지목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죽은 약혼녀와 그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 서로 확신에 찬 변호사와 검사, 사건의 키를 쥔 목격자까지 ‘임태산’을 중심으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달린다.
더욱이 ‘임태산’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최민식의 연기에 의존하고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민식은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으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지닌 ‘임태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또 최민식의 사랑, 분노, 슬픔 등 상황에 따른 다채로운 감정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 간 섬세한 감정선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최민식은 나이차가 나는 이하늬와의 멜로조차 달달하게 또 애틋하게 그려냈다. 특히 최민식은 정지우 감독과 ‘해피엔드’ 이후 18년 만에 의기투합한 가운데 두 사람은 공백이 무색할 만큼 이번에도 최고의 호흡을 이끌어냈다.
최민식뿐만 아니라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까지 세대별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 환상적인 앙상블을 완성해냈다. 각자가 자신만의 연기욕심을 냈다면 자칫 깨져버렸을 균형을 서로 맞춰가며 조화로운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극이 한층 더 풍성해졌다.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의 경우는 그간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살인사건이 중심에 있는 만큼 범인 찾기 법정극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기존 법정극과는 확실히 차별성을 띤다. 드라마를 절묘하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임태산’의 내면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여느 법정극에서는 접하지 못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범인 찾기만에만 매달린다면 다소 시시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특유의 추리 재미는 놓치지 않아 적절한 긴장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인물들 간의 복잡한 심리, 나아가 ‘임태산’의 고민과 선택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최민식 말대로 다 보고 나면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영화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정지우 감독 역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 그 이면에 굉장히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침묵’은 사실과 진실 간 줄다리기에서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개봉은 오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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