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폭력의 씨앗' 포스터
영화 '폭력의 씨앗'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배우 정재윤은 폭력에 대한 자신만의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 ‘지옥도’에 이어 ‘폭력의 씨앗’까지. 배우 정재윤은 연이어 출연한 두 작품에서 눈에 띄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영화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나 이병 신필립으로 출연한 이번 ‘폭력의 씨앗’은 2017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한국영화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배우 정재윤은 이에 대해 “‘지옥도’도 그렇고 이번 ‘폭력의 씨앗’도 그렇고 제가 학생이기도 한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작품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냥 학교를 다니면서 만나게 된 작품인데 감사하게도 큰 상을 받고 주목을 받으니 얼떨떨한 느낌이 크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전작 ‘지옥도’와 ‘폭력의 씨앗’은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작품이기도 하지만 공통점이 많은 영화였다. 우선 ‘폭력’이라는 소재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정재윤은 폭력에 대해 다룬 두 영화를 준비하면서 폭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작품을 연달아 준비하면서 느낀 건 사회가 각박해지는 게 심해지고, 사회에 만연해있는 폭력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걸 많이 느꼈다. 이런 이야기들로 영화를 만들게 되는 부분 역시 안타까운 것 같다”

폭력이라는 소재 이외에도 두 영화 모두 롱테이크 장면이 많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생기기도. 이에 정재윤은 “저희끼리 우스개소리로 단국대에서 나온 영화는 롱테이크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롱테이크 장면들이 많았기에 힘든 점이 없었냐는 질문에 정재윤은 “오히려 그런 부분보다 장점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폭력의 씨앗' 스틸
영화 '폭력의 씨앗' 스틸

이어 정재윤은 “(롱테이크는) 배우들이 연기할 때 감정의 끊김이 없다. 장면의 시작점과 끝 지점까지 감정을 이어갈 수 있으니 편하게 다가왔다. 연극할 때의 느낌과 비슷한 것도 같고 감정을 세분화하는 과정 역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테이크가 길다보니 NG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된다는 것이 힘들었던 점이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덧붙여 정재윤은 “또 연기에 있어 에너지를 배분하는 지점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경험이 없다보니깐 힘들긴 했었다”고. 이후 정재윤은 극 중 인물 신필립을 준비하며 어떤 부분에 감정을 뒀는지에 대해 이어갔다. 정재윤은 “필립이라는 인물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 사회 안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게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 한 인물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병사들을 보면 각각 힘들어하는 지점들이 있다. 그것들을 조금 극화시킨 것이 신필립이라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 인물의 전사에 존재하는 외국에서 살다온 부분보다는 힘들어하는 모습을 가진 이등병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고 얘기했다.

그 초점을 맞추기 위해 정재윤은 “기억을 떠올려서 제 이등병 시절과 다시 병사들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정재윤은 덧붙여 “근데 아이러니한 게 제가 예비군도 끝나고 군대를 다녀온 지 10년 정도 지났는데 사실 그때 제가 있던 부대에는 폭력이 없는 부대였다. 오히려 저희 부대 바로 옆에 있는 부대가 항상 사고도 나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니깐 폭력이라는 것이 시기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집단 자체의 특수성에서 기인해서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대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게 폭력의 문제였기에 부대 내의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의 폭력에 초점을 맞췄다”고.

그렇게 초점이 맞춰진 ‘폭력의 역사’는 사회 속 팽배한 폭력에 대해 집중한다. 또한 이 안에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들끼리 서로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이에 대해 정재윤은 “폭력에 있어서 결국에는 계층이나 계급적으로 밑에 있는 사람끼리 물고 뜯는 게 안타깝지만 그런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당장 이걸 바꿔나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저희 영화나 다른 것들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알고, 그렇게 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끼리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를 찾는 사회가 되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배우 정재윤은 영화 ‘폭력의 역사’ 속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늦은 나이에 입대해 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필립 역을 맡았다. ‘폭력의 역사’는 임태규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외박을 나온 주용(이가섭 분)이 하루 동안 겪는 사건을 통해 폭력이 인간 내면에 스며드는 과정을 서늘하고 집요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11월 2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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